집매매 몇 번 싸게 잡아봤더니, 진짜 돈은 계약 전에 새더군요

집매매 몇 번 싸게 잡아봤더니, 진짜 돈은 계약 전에 새더군요

얼마 전 지인이 집매매 계약서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매매가는 주변보다 2천만 원 싸다며 얼굴이 밝았는데, 등기부와 대출 조건을 같이 보니 표정이 금방 바뀌었습니다. 잔금일은 빠듯하고, 전세 세입자는 만기까지 7개월 남았고, 중도상환수수료와 취득세까지 넣으니 생각보다 남는 돈이 없었습니다.


저는 경매장에서 10년 넘게 물건을 봤습니다. 경매든 일반 집매매든 겉모습은 달라도 돈 잃는 지점은 비슷합니다. 싸게 샀다고 믿는 순간, 확인하지 않은 비용이 뒤에서 줄줄이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집을 볼 때 예쁜 인테리어보다 먼저 숫자와 권리를 봅니다.


싸게 나온 집에는 이유가 붙어 있다


집매매 현장에서 초보가 가장 많이 흔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급매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급매라는 단어만 보면 손이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오래 해보니 급매는 가격표가 아니라 질문지에 가깝습니다. 왜 급한지, 누가 급한지, 그 급함이 내게 이익인지 손해인지 따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단지 84㎡가 최근 7억 원에 거래됐는데, 어떤 집이 6억 6천만 원에 나왔다고 해보겠습니다. 4천만 원 싸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면 세입자 보증금 4억 8천만 원이 있고, 매도자는 잔금일을 30일 안으로 맞춰달라고 합니다. 내 현금이 부족하면 대출 승인이 늦어지는 순간 계약금이 위험해집니다. 싸게 산 게 아니라 급한 사정을 떠안은 셈이 됩니다.


경매 물건도 똑같습니다. 감정가보다 20% 낮게 낙찰받았다고 좋아했는데, 명도비와 체납관리비, 수리비, 잔금대출 금리까지 넣으면 일반 매매가와 거의 차이가 안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물건을 몇 번 겪고 나서부터 매수가격만 따로 보지 않습니다. 총투입금액을 따로 계산합니다.


  • 매매가 또는 낙찰가
  • 취득세와 법무 비용
  • 중개보수 또는 입찰 관련 비용
  • 잔금대출 이자와 상환 조건
  • 수리비, 이사비, 명도비 가능성
  • 보유 중 관리비와 공실 기간

등기부는 세 줄만 봐도 분위기가 보인다


집매매 전에 등기부등본을 떼는 건 기본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깨끗하다는 말만 믿으면 곤란합니다. 저는 갑구와 을구를 나눠서 봅니다. 갑구에서는 소유권이 어떻게 넘어왔는지, 가압류나 압류가 있는지 봅니다. 을구에서는 근저당권, 전세권, 임차권등기 같은 돈과 점유 문제를 봅니다.


초보가 특히 조심해야 할 건 말소된 권리보다 아직 살아 있는 권리입니다. 매도인이 잔금 받으면 다 갚는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 자체는 틀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잔금과 동시에 말소한다는 내용, 말소 서류 준비, 금융기관 상환 절차가 분명히 잡혀 있어야 합니다. 말로만 듣고 계약금부터 넣으면 그때부터 내 협상력은 약해집니다.


제가 봤던 사례 중 하나는 매매가 5억 2천만 원짜리 빌라였습니다. 등기부상 근저당은 3억 9천만 원, 임차인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전입세대 열람을 해보니 다른 세대가 전입돼 있었습니다. 매도자는 친척이라고 했지만, 실제 점유자가 누구인지 확인하지 않고 잔금을 치르면 나중에 문 하나 여는 데도 감정이 상합니다. 집은 종이로 사지만, 실제 인도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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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조사는 호가 말고 거래 흔적을 봐야 한다


요즘 집매매 상담을 하다 보면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며 이 단지 시세가 이 정도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화면에 보이는 건 보통 호가입니다. 호가는 팔고 싶은 가격이고, 실거래가는 실제로 돈이 오간 가격입니다. 둘 사이가 3천만 원, 5천만 원 벌어지는 동네도 흔합니다.


저는 최소 세 가지를 같이 봅니다. 최근 3개월 실거래가, 같은 동 같은 층대의 호가, 그리고 현장 중개업소의 체감 매수세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자료에서 흐름을 보고, 현장에서는 지금 그 가격에 실제로 살 사람이 있는지 묻습니다. 같은 7억 원이라도 거래가 이어지는 7억 원과 몇 달째 멈춘 7억 원은 완전히 다릅니다.


같은 단지라도 가격이 갈리는 이유


초보는 단지명과 평형만 맞으면 비슷한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는 다릅니다. 남향인지, 로열동인지, 엘리베이터 소음이 있는지, 앞동에 가려지는지, 누수가 있었는지에 따라 매수자가 보는 가격이 달라집니다. 특히 구축 아파트는 수리 상태가 가격을 꽤 흔듭니다. 샷시, 배관, 욕실, 주방까지 손대면 2천만 원은 금방 넘어갑니다.


빌라나 다세대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아파트보다 거래 사례가 적어서 시세 착시가 큽니다. 같은 골목이라도 주차, 경사, 불법 증축, 대지권 비율 때문에 가격이 다르게 움직입니다. 경매에서 빌라를 싸게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매도할 때 매수자가 대출을 못 받아 계약이 깨지는 장면도 많이 봤습니다.


대출 가능 금액보다 버틸 수 있는 금액이 중요하다


집매매에서 대출은 승인 여부만 볼 일이 아닙니다. 매달 얼마를 버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3억 원을 연 4%대로 빌리면 이자만 월 100만 원 안팎입니다. 원리금 상환까지 들어가면 체감은 더 커집니다. 여기에 관리비, 재산세, 보험료, 수리비가 붙습니다.


투자 목적이면 공실 기간도 계산해야 합니다. 저는 임대 세팅을 할 때 최소 2개월 공실을 비용에 넣습니다. 바로 세입자가 들어오면 좋은 일이고, 안 들어와도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집매매 후 한두 달 비는 건 흔합니다. 그런데 그 기간을 계산하지 않은 사람은 급하게 전세나 월세를 낮춰 내놓고, 처음 세운 수익률이 무너집니다.


세금도 대충 보면 안 됩니다. 취득세는 주택 수, 지역, 가격에 따라 체감이 달라질 수 있고, 양도세는 보유 기간과 거주 요건, 다주택 여부에 따라 계산이 복잡해집니다. 저는 계약 전 세무사에게 한 번 숫자를 맞춰보는 편입니다. 상담료 아끼려다 나중에 수백만 원이 어긋나면 그게 더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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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에 안 적힌 말은 나중에 힘이 약하다


집매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괜찮다는 말입니다. 잔금 때 처리하면 된다, 수리는 해준다, 세입자는 나간다, 대출은 문제없다. 그런데 부동산에서는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것과 안전한 계약은 별개입니다. 중요한 약속은 특약에 들어가야 합니다.


특약에는 감정적인 문장보다 실행 가능한 문장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잔금일 전까지 등기부상 제한물권을 말소한다, 미이행 시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기존 임차인의 퇴거 확인 후 잔금을 지급한다처럼 누가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여야 합니다. 애매한 표현은 분쟁이 생겼을 때 서로 다르게 읽습니다.


저는 계약 당일에 분위기가 좋아도 일부러 천천히 읽습니다. 중개사가 다 표준계약서라고 해도 내 돈이 들어가는 종이입니다. 특히 계약금이 큰 집매매는 서명 전 10분이 나중의 몇 달을 지켜줍니다. 부끄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일수록 계약서 앞에서 느립니다.


집은 마음으로 고르고 숫자로 사야 합니다. 마음이 먼저 가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햇빛 좋고, 동네 조용하고, 아이 학교가 가까우면 누구나 흔들립니다. 다만 그 마음을 지키려면 권리, 시세, 대출, 세금, 인도 조건을 차갑게 봐야 합니다. 저는 아직도 집매매 계약 전날에는 계산기를 여러 번 두드립니다. 확신보다 확인이 오래 가더군요.

집매매 몇 번 싸게 잡아봤더니, 진짜 돈은 계약 전에 새더군요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