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매매 현장 몇 번 따라가 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이는 것들

호텔매매 현장 몇 번 따라가 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이는 것들

얼마 전 지방 중소도시에서 호텔매매 물건을 하나 같이 봐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진으로는 멀쩡했습니다. 객실 42개, 주차 28대, 역에서 차로 7분. 매도자는 “월 매출 6천만 원은 찍는다”고 했고, 지인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눈이 반짝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엘리베이터 앞 카펫 냄새, 비상계단 습기, 보일러실 배관 상태가 먼저 보였습니다. 호텔은 건물이면서 동시에 운영업입니다. 그래서 아파트나 상가 보듯이 감정가, 평당가만 보고 들어가면 숫자에 속기 쉽습니다.

호텔매매는 건물값만 사는 거래가 아니다

초보분들이 호텔매매를 볼 때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땅값 얼마, 건물값 얼마, 객실 수 몇 개니까 싸다”는 식입니다. 물론 토지와 건물 가격은 기본입니다. 그런데 호텔은 그 위에 영업권, 시설 노후도, 인허가, 직원 구조, 예약 채널, 주변 수요까지 붙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40객실 호텔이라도 하나는 출장객이 꾸준히 들어오는 산업단지 근처이고, 다른 하나는 예전 유흥상권이 꺼진 골목 안쪽일 수 있습니다. 객실 수는 같아도 매출의 질이 다릅니다. 전자는 평일 점유율이 버텨주고, 후자는 금요일 밤과 토요일에만 반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차이가 대출 상환 능력을 갈라놓습니다.

제가 보는 순서는 대략 이렇습니다.

  • 토지와 건물의 실제 가치
  • 최근 12개월 매출과 카드 매출 비중
  • 객실별 수리 상태와 교체 비용
  • 숙박업 인허가와 위반건축물 여부
  • 주차장, 소방, 승강기, 전기 설비 상태
  • 주변 경쟁 숙박시설의 객실 단가

여기서 하나라도 크게 틀어지면 매매가가 싸 보여도 비싼 물건이 됩니다. 특히 경매로 나온 호텔은 이미 운영이 흔들렸거나 채무 구조가 복잡한 경우가 많습니다. “낙찰만 받으면 돈 된다”는 말은 현장에서 오래 못 갑니다.

매출표보다 현장이 더 솔직할 때가 많다

호텔매매 상담을 하다 보면 매도자가 엑셀 자료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월 매출, 객실 점유율, 평균 객단가가 예쁘게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자료를 바로 믿지 않습니다. 먼저 평일 오후 3시, 밤 10시, 주말 오전에 따로 가봅니다. 주차장 회전, 프런트 응대, 청소 카트 움직임을 보면 대충 감이 옵니다.

예전에 한 물건은 매도자가 월 매출 8천만 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평일 밤 9시에 주차장이 절반도 안 찼고, 온라인 예약 화면에서 당일 객실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카드 매출 자료를 요청하니 “현금 손님이 많다”고 말을 흐렸습니다. 그 순간 저는 계산을 멈췄습니다. 현금 매출이 있다는 말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검증 안 되는 매출을 기준으로 매매가를 맞추면 매수자가 위험을 떠안게 됩니다.

숫자를 볼 때는 비용을 같이 봐야 한다

숙박업은 매출만 보면 꽤 좋아 보입니다. 객실 40개짜리 호텔이 평균 5만 원에 하루 25실만 나가도 하루 125만 원, 한 달이면 3,750만 원입니다. 성수기나 주말까지 넣으면 더 커 보입니다. 그런데 빠지는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 직원 급여와 4대 보험
  • 세탁비, 비품비, 청소 소모품
  • 전기, 수도, 가스, 인터넷, 방송 비용
  • 예약 플랫폼 수수료
  • 시설 수선비와 객실 리뉴얼 비용
  •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해당 여부, 부가세 처리
  • 대출 이자와 원금 상환

특히 리뉴얼 비용을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침대, 벽지, 욕실 실리콘, 에어컨, 보일러, 간판, 복도 조명까지 손대기 시작하면 1억 원은 금방 지나갑니다. 객실 30개만 부분 수리해도 방당 300만 원이면 9천만 원입니다. 호텔매매가 20억 원이라도 실제 투입금은 취득세, 중개보수, 수리비, 운영 예비비까지 더해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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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호텔은 권리분석이 더 날카로워야 한다

경매로 호텔이 나오면 관심이 확 몰립니다. 감정가 대비 2회 유찰, 3회 유찰이면 숫자가 꽤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호텔 경매는 일반 주거용 물건보다 확인할 게 많습니다. 임차인, 전입, 사업자등록, 유치권 주장, 관리비 체납, 공과금, 집기 소유권이 얽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특히 조심하는 건 유치권입니다. 호텔은 공사비 규모가 크다 보니 인테리어 업체나 설비 업체가 점유를 주장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물론 유치권이라고 써 붙였다고 전부 인정되는 건 아닙니다. 공사 내용, 채권 발생 시점, 점유 계속성, 경매개시 전후 사정까지 따져야 합니다. 문제는 초보가 이걸 법리로만 보고 들어가면 현장에서 시간을 많이 잃는다는 점입니다.

명도도 만만치 않습니다. 객실마다 가구와 비품이 있고, 장기 투숙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운영자가 버티면 전기, 수도, 예약 채널, 직원 문제까지 같이 흔들립니다. 낙찰받고도 바로 영업을 못 하면 이자만 나갑니다. 호텔은 하루 문을 닫는 비용이 생각보다 큽니다.

입지보다 수요의 반복성이 중요하다

호텔매매에서 입지는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좋은 위치”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봅니다. 눈에 띄는 대로변이냐보다, 손님이 반복해서 생기느냐를 봅니다. 출장, 병원 보호자, 공사 현장, 관광, 터미널, 대학가, 산업단지 같은 수요가 실제로 움직이는지가 중요합니다.

관광지 호텔은 성수기 숫자가 화려합니다. 하지만 비수기 공실이 길면 연간 수익률이 무너집니다. 반대로 외관은 평범해도 산업단지 근처에서 평일 장기 투숙이 꾸준한 곳은 운영이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매매가가 조금 비싸도 대출 상환이 예측되는 물건이 있고, 싸게 보여도 매달 버티기 싸움을 해야 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주변 경쟁도 직접 봐야 합니다. 지도에서 반경 1km 안 숙박시설 개수를 세고, 평일과 주말 요금을 비교합니다. 리뷰도 읽습니다. 리뷰가 낮은 호텔은 단순히 불친절 문제가 아니라 시설 노후, 냄새, 방음, 청결 문제가 누적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리뉴얼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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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가 호텔매매에서 피해야 할 신호

제가 초보라면 이런 물건은 일단 뒤로 미룹니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갈 단계가 아닙니다.

  • 매도자가 카드 매출과 세무 자료 공개를 계속 미루는 물건
  • 위반건축물 표시가 있거나 용도 변경 이력이 복잡한 물건
  • 소방, 승강기, 전기 안전 점검에서 큰 보수가 예상되는 물건
  • 유치권, 점유자, 임차인 관계가 불분명한 경매 물건
  • 주변 상권이 이미 꺼졌는데 과거 매출만 강조하는 물건
  • 리뉴얼 없이는 영업이 어려운데 공사비 산정이 빠진 물건

반대로 괜찮은 호텔매매 물건은 설명이 단순합니다. 매출 자료가 맞고, 비용 구조가 보이고, 권리관계가 깨끗하고, 수리비가 계산 안에 들어옵니다. 대단히 화려한 물건보다 이런 물건이 오래 버팁니다.

호텔은 잘 사면 현금흐름이 있는 자산이지만, 잘못 사면 건물 하나를 떠안은 자영업이 됩니다. 저는 호텔매매를 볼 때 기대수익률보다 먼저 최악의 달을 계산합니다. 비수기 매출이 30퍼센트 빠지고, 수리비가 예상보다 5천만 원 더 들고, 명도가 두 달 늦어져도 버틸 수 있는지 보는 겁니다. 그 계산을 통과한 물건만 입찰장이나 계약서 앞까지 데려갑니다. 현장은 늘 숫자보다 조금 더 냉정했고, 그 냉정함을 인정하는 사람이 오래 살아남았습니다.

호텔매매 현장 몇 번 따라가 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이는 것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