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작은 음식점 점포를 넘겨받겠다며 저한테 계약서 한번만 봐달라고 들고 왔습니다. 매매금액은 8,000만 원,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230만 원, 권리금 5,000만 원짜리였습니다. 겉으로 보면 장사 잘되는 골목 1층이라 괜찮아 보였죠. 그런데 제가 현장 가서 30분 정도 보고 나니, 이건 가격 흥정 문제가 아니라 들어가면 고생할 물건이라는 느낌이 딱 왔습니다.
점포매매는 아파트 사고파는 것처럼 등기만 보고 끝나는 거래가 아닙니다. 권리금, 임대차계약, 시설물 상태, 영업허가, 기존 직원, 미수 관리비, 원상복구 의무까지 한꺼번에 따라옵니다. 초보 분들이 제일 많이 착각하는 게 “손님이 많으니 괜찮겠지”입니다. 손님이 많은 것과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인지는 완전히 다른 얘기입니다.
권리금 5,000만 원보다 월세 230만 원이 더 무서웠습니다
그 점포는 점심시간에 테이블 회전이 빨랐습니다. 매도인은 하루 매출 80만 원에서 100만 원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숫자만 들으면 혹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는 순서는 다릅니다. 먼저 월세, 인건비, 재료비, 카드수수료, 배달수수료, 전기·가스요금, 부가세 부담을 대충이라도 빼봅니다.
월 매출이 2,400만 원이라고 쳐도 음식점은 남는 돈이 생각보다 얇습니다. 재료비 35%, 인건비 25%, 월세와 관리비 300만 원, 배달 관련 비용까지 넣으면 사장이 하루 종일 서 있어도 순수익 300만 원 남기기 빠듯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권리금 5,000만 원을 주고 들어간다면, 투자금 회수에 1년 반에서 2년은 걸립니다. 장사가 조금만 꺾여도 회수 기간은 바로 늘어납니다.
제가 경매 물건 볼 때도 비슷합니다. 낙찰가가 싸 보인다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보유 중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 먼저 봅니다. 점포매매도 같습니다. 싸게 산 것처럼 보여도 월 고정비가 높으면 매일매일 피가 빠집니다.
점포매매 계약 전에 임대인을 먼저 만나야 합니다
초보가 놓치는 큰 구멍이 있습니다. 점포를 넘기는 사람은 기존 임차인인데, 실제 건물주는 따로 있다는 점입니다. 매도인과 권리금 계약을 해도 임대인이 새 임차인을 받아주지 않으면 일이 꼬입니다. 특히 보증금 증액, 월세 인상, 계약기간 단축 이야기가 나중에 나오면 이미 지급한 계약금 때문에 발목이 잡힙니다.
제가 보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 기존 임대차계약서 원본 확인
- 보증금, 월세, 관리비, 부가세 별도 여부 확인
- 계약 만료일과 갱신 가능성 확인
- 임대인이 업종 변경을 허락하는지 확인
- 원상복구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
- 권리금 계약과 새 임대차계약 체결 시점을 맞추기
특히 원상복구는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전 임차인이 설치한 주방 배기, 간판, 칸막이, 바닥 배관을 새 임차인이 그대로 인수하는 순간 나중에 철거비까지 떠안을 수 있습니다. 1층 20평짜리 가게도 철거비가 500만 원에서 1,500만 원까지 벌어지는 걸 봤습니다. 시설이 좋아 보인다고 다 자산은 아닙니다. 어떤 시설은 미래 비용입니다.
매출자료는 말보다 카드 입금 내역이 낫습니다
점포매매 현장에서 “단골 많아요”, “코로나 때도 버텼어요”, “배달 빼고도 이 정도예요” 같은 말은 자주 나옵니다.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돈이 오가는 거래에서는 말보다 자료가 먼저입니다.
저라면 최소 6개월, 가능하면 12개월치를 봅니다. 카드 매출, 현금영수증, 배달앱 정산, 통장 입금 내역, 재료 매입자료를 같이 맞춰봅니다. 매출은 높은데 재료 매입이 너무 적으면 숫자가 부풀었을 수 있고, 카드 매출은 좋은데 배달앱 수수료가 과하게 높으면 실제 남는 돈은 약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계절성입니다. 카페, 냉면집, 학원가 분식점, 관광지 음식점은 월별 차이가 큽니다. 7월 매출만 보고 1년 내내 그 정도 된다고 계산하면 바로 삐끗합니다. 경매에서도 겨울철 누수, 장마철 침수 흔적, 평일 유동인구를 따로 보듯이 점포도 시간대를 쪼개서 봐야 합니다.
좋은 자리와 좋은 점포는 다릅니다
상권이 좋다는 말도 조심해야 합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것과 내 업종 손님이 많은 것은 다릅니다. 버스정류장 앞이라고 다 좋은 자리도 아니고, 대형마트 옆이라고 무조건 장사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들이 지나가기만 하고 멈추지 않는 자리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제가 현장 볼 때는 최소 세 번 갑니다. 평일 점심, 평일 저녁, 주말 낮. 가능하면 비 오는 날도 봅니다. 배달 기사 대기 동선, 주차 가능 여부, 간판 시야, 옆 가게 업종, 쓰레기 배출 위치까지 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손님이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은 매출에 바로 닿습니다.
그리고 건물 상태를 봅니다. 누수 흔적, 전기 용량, 배수 냄새, 화장실 상태, 소방시설, 불법 증축 여부는 꼭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음식점은 전기와 배기, 가스 문제가 터지면 오픈이 늦어지고 돈이 계속 나갑니다. 권리금 깎아서 좋아했는데 공사비로 더 나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좋은 말보다 빠져나갈 문장이 중요합니다
점포매매 계약서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잘 넘긴다”는 말이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이미 낸 돈은 어떻게 되는지, 시설물 하자는 누가 책임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초보 분들은 분위기 깨질까 봐 이런 말을 못 꺼냅니다. 그런데 돈 잃고 나면 그때는 분위기고 뭐고 없습니다.
제가 넣는 문장은 대체로 단순합니다. 임대인의 새 임대차계약 승낙이 안 되면 권리금 계약은 무효로 한다. 인허가 승계가 불가능하면 계약금을 반환한다. 기존 미납 관리비와 공과금은 양도인이 부담한다. 시설 목록을 별지로 붙이고, 고장 난 장비는 인수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런 문장들이 나중에 싸움을 줄입니다.
사업자등록, 영업신고, 위생교육, 소방 관련 사항은 업종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계약 전에 관할 구청이나 세무서, 필요한 경우 소방 관련 창구에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부동산에서 “원래 다 됩니다”라는 말을 제일 믿지 않습니다. 원래 된다는 말은 사고가 안 났을 때만 편한 말입니다.
점포매매는 잘 잡으면 권리금 회수도 되고, 월수익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잘못 들어가면 매달 월세 내면서 몸으로 손실을 막는 장사가 됩니다. 초보라면 남들이 탐내는 점포보다 내가 숫자를 설명할 수 있는 점포를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현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일수록 화려한 말보다 계약서 한 줄, 통장 입금 한 줄, 배수구 냄새 하나를 더 오래 봅니다. 저도 아직 그렇게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