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토스트만들기를 하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같은 데서 실패합니다. 빵은 탔는데 속은 차갑고, 치즈는 안 녹았는데 양배추에서는 물이 나오고, 설탕을 넣었더니 팬 바닥이 까맣게 눌어붙는 식입니다. 토스트는 간단해 보여도 불 세기와 재료 순서가 맛을 거의 다 결정합니다.
제가 주방에서 오래 만들며 느낀 건, 토스트는 재료를 많이 넣는 음식이 아니라 물기를 잘 빼고 적당히 눌러 주는 음식이라는 점입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지만, 빵과 속재료 사이에 기름과 수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만들면 실패가 훨씬 줄어듭니다.
재료는 넉넉하게보다 얇고 고르게
기본 1인분 기준으로 식빵 2장, 달걀 1개, 양배추 70g, 당근 15g, 햄 1장, 슬라이스 치즈 1장, 버터 10g, 식용유 1작은술, 소금 2꼬집, 설탕 1작은술, 케첩 1큰술, 마요네즈 1작은술이면 충분합니다. 양배추는 손으로 한 줌 반 정도인데, 썰어 놓고 보면 많아 보여도 익으면 숨이 죽습니다.
양배추가 없으면 양파 40g과 대파 흰 부분 10g을 얇게 써도 됩니다. 다만 양파는 물이 더 많이 나오니 팬에 먼저 40초 정도 볶아 수분을 날린 뒤 달걀에 섞는 편이 낫습니다. 햄이 없으면 베이컨 반 줄, 참치 2큰술, 남은 불고기 40g도 괜찮습니다. 참치를 쓸 때는 기름을 꾹 짜야 빵이 눅눅해지지 않습니다.
소스는 너무 많이 바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케첩과 마요네즈를 합쳐 1큰술 반을 넘기면 빵 안쪽이 금방 축축해집니다. 단맛을 좋아하면 설탕을 1작은술 반까지 늘려도 되지만, 설탕은 팬에 직접 닿으면 잘 타니까 빵 위나 달걀부침 위에 뿌리는 순서가 좋습니다.
양배추와 달걀은 먼저 간하고 5분만 둡니다
양배추는 0.3cm 정도로 얇게 썹니다. 굵게 썰면 씹는 맛은 좋지만 달걀과 따로 놀고, 토스트를 베어 물 때 속이 밀려 나옵니다. 썬 양배추에 소금 1꼬집을 먼저 넣고 5분만 둔 뒤 손으로 가볍게 짭니다. 이 작은 과정이 토스트의 눅눅함을 꽤 많이 막아 줍니다.
달걀 1개는 볼에 풀고 소금 1꼬집, 후추 약간을 넣습니다. 여기에 물이나 우유를 넣고 싶다면 1작은술만 넣습니다. 부드럽게 하겠다고 1큰술 이상 넣으면 팬에서 모양 잡기가 어렵고 빵 사이에서 물기가 돕니다. 요리교실에서도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이 무너집니다.
달걀물에 짠 양배추와 당근을 넣고 젓가락으로 섞습니다. 이때 젓는 횟수는 15번 정도면 충분합니다. 너무 오래 저으면 양배추가 더 물러지고 달걀 거품이 생겨 팬에서 가장자리가 지저분해질 수 있습니다. 토스트 속은 폭신한 오믈렛이 아니라 얇게 붙는 채소부침에 가깝게 잡는 게 좋습니다.
팬 온도는 중약불, 빵은 먼저 말리듯 굽습니다
팬은 중약불로 1분 예열합니다. 손을 팬 위 10cm쯤 올렸을 때 따뜻한 열이 올라오면 시작해도 됩니다. 버터 5g을 넣고 식빵 2장을 올려 한 면당 1분 20초씩 굽습니다. 여기서 색을 진하게 내려고 센 불을 쓰면 겉은 빨리 갈색이 되지만 속 수분은 그대로라서 식으면서 질겨집니다.
처음에는 빵을 바삭하게 굽는다기보다 표면을 말린다는 느낌이 좋습니다. 한 번 구운 빵은 접시에 세워 두면 김이 빠져 바삭함이 오래갑니다. 접시에 눕혀 겹쳐 두면 아래쪽 빵에 김이 맺혀 금방 눅눅해집니다. 작은 차이인데 도시락용 토스트에서는 특히 크게 느껴집니다.
같은 팬에 식용유 1작은술을 두르고 달걀 채소물을 붓습니다. 빵 크기보다 살짝 크게 네모 모양을 잡고 중약불에서 1분 30초 굽습니다. 가장자리가 익고 가운데가 반쯤 흔들릴 때 뒤집어 50초 더 익히면 됩니다. 센 불에서 빨리 익히면 양배추가 익기 전에 달걀만 갈색이 나고, 속에서 생채소 냄새가 남습니다.
쌓는 순서가 맛을 지킵니다
토스트를 조립할 때는 빵, 마요네즈, 햄, 달걀부침, 치즈, 설탕, 케첩, 빵 순서가 안정적입니다. 마요네즈는 빵 안쪽에 얇은 막을 만들어 소스가 스며드는 속도를 늦춥니다. 햄은 달걀부침의 남은 수분을 한 번 막아 주고, 치즈는 따뜻한 달걀 위에 올라가야 자연스럽게 녹습니다.
설탕은 치즈 위에 고르게 뿌립니다. 예전에는 저도 빵 안쪽에 설탕을 먼저 뿌렸는데, 팬에 다시 눌러 구울 때 가장자리로 흘러나와 잘 탔습니다. 설탕이 치즈와 소스 사이에 있으면 단맛이 튀지 않고 부드럽게 섞입니다. 케첩은 가운데에만 두껍게 짜지 말고 숟가락 뒷면으로 얇게 펴는 게 좋습니다.
조립한 뒤 팬에 버터 5g을 녹이고 토스트를 올립니다. 약불로 낮춘 다음 뒤집개로 10초 정도 가볍게 눌러 줍니다. 한 면당 1분씩만 데우면 치즈가 녹고 빵 겉이 다시 살아납니다. 너무 오래 누르면 속재료가 옆으로 밀리고 빵이 납작해져 씹는 맛이 줄어듭니다.
실패했을 때 바로 잡는 방법
빵이 눅눅해졌다면 이미 조립한 토스트를 반으로 자르지 말고 그대로 팬에 다시 올립니다. 뚜껑은 덮지 말고 약불에서 한 면당 1분 30초씩 굽습니다. 뚜껑을 덮으면 치즈는 빨리 녹지만 수증기가 갇혀 빵이 더 축축해집니다.
속이 싱거우면 소금을 더 뿌리는 것보다 케첩 1작은술에 간장 2방울을 섞어 얇게 발라 봅니다. 짠맛만 올라오는 게 아니라 구운 햄이나 달걀 맛이 또렷해집니다. 반대로 너무 짜다면 양배추나 양파를 추가로 볶아 끼우는 것보다, 식빵 한 장을 더 구워 얇게 한 겹 넣는 편이 균형이 빠르게 맞습니다.
달걀부침이 찢어졌을 때는 당황하지 않아도 됩니다. 찢어진 면을 안쪽으로 접고 치즈를 접착제처럼 올리면 먹을 때 거의 티가 나지 않습니다. 토스트는 단면이 예쁘면 성공처럼 보이지만, 사실 먹기 편하고 마지막 한 입까지 빵이 무너지지 않는 쪽이 더 중요합니다.
집에서 하는 토스트만들기는 대단한 재료보다 손의 순서가 맛을 만듭니다. 양배추 물기 한 번 짜고, 빵을 먼저 말리듯 굽고, 소스를 얇게 바르는 것만 지켜도 분식집 느낌이 꽤 가까워집니다. 저는 토스트를 만들 때마다 냉장고 사정에 맞춰 조금씩 바꾸는데, 그 느슨함이 오히려 집밥다운 맛을 만들어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