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오래된 라벨 프린터를 노트북에 연결했는데,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COM 포트를 고르라고 했다. USB만 꽂으면 끝날 줄 알았는데 화면에는 COM1, COM3 같은 이름이 떠 있고, 내가 꽂은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이쯤 되면 기계보다 내가 더 오래된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COM은 예전식 직렬 통신 포트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요즘 노트북에는 동그란 단자도 없고 대부분 USB를 쓰지만, 바코드 스캐너, 라벨 프린터, 카드 리더기, 계측기 같은 장비는 여전히 내부적으로 COM 방식처럼 잡히는 경우가 있다. 겉으로는 USB인데 프로그램에서는 COM 번호를 골라야 움직이는 식이다.
처음 헷갈렸던 건 COM 번호였다
내가 연결한 장비는 USB 케이블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전용 프로그램에서는 연결 방식이 USB가 아니라 COM으로 표시됐다. 그래서 처음에는 선을 잘못 샀나 싶었다. 근데 장치 관리자에 들어가 보니 ‘포트’ 항목 아래에 USB Serial Port 같은 이름이 보였고, 괄호 안에 COM4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숫자 자체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기보다, 컴퓨터가 장비마다 임시로 붙여주는 자리표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제는 COM3이었는데 오늘은 다른 USB 구멍에 꽂아서 COM5가 될 수 있다. 프로그램은 그 번호를 보고 장비를 찾으니, 번호가 바뀌면 멀쩡한 장비도 연결 실패처럼 보인다.
내가 실제로 확인한 순서
급하게 만질 때는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더 꼬이기 쉽다. 나는 결국 아래 순서로 보니까 꽤 빨리 원인을 좁힐 수 있었다.
- 장비를 뽑은 상태에서 장치 관리자 화면을 먼저 열었다.
- 그다음 USB를 꽂고 새로 생기는 항목이 있는지 봤다.
- ‘포트’ 항목 아래에 COM 번호가 생기면 그 번호를 프로그램에서 선택했다.
- 새 항목이 전혀 안 생기면 케이블, USB 구멍, 드라이버를 의심했다.
- 알 수 없는 장치로 뜨면 제조사 드라이버 설치가 필요한 쪽에 가까웠다.
내 경우에는 드라이버가 반쯤 잡힌 상태였다. 장치 이름은 보이는데 프로그램이 통신을 못 했다. 제조사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하고 재부팅하니 COM4가 안정적으로 잡혔다. 여기서 재부팅이 은근히 중요했다. 드라이버를 설치한 직후에는 목록에 보이는데 실제 통신은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
케이블 문제도 생각보다 많았다
조금 민망하지만, 두 번째로 막힌 원인은 케이블이었다. 충전만 되는 USB 케이블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겉모양은 똑같은데 데이터 전송선이 없는 케이블이면 컴퓨터가 장비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 중에도 이런 게 꽤 있다.
확인 방법은 단순했다. 같은 케이블로 휴대폰을 컴퓨터에 연결했을 때 파일 전송 모드가 뜨는지 봤다. 파일 전송이 안 되고 충전만 된다면, COM 장비 연결용으로는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집에 있던 다른 케이블로 바꾸자마자 장치 관리자에 바로 항목이 생겼다. 문제 해결 시간이 30분에서 3초로 줄어드는 순간이었다.
COM 포트 번호가 너무 높을 때
오래 여러 장비를 꽂아 쓴 컴퓨터는 COM 번호가 COM17, COM28처럼 높게 잡히기도 한다. 대부분의 최신 프로그램은 괜찮지만, 오래된 프로그램은 낮은 번호만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써본 구형 라벨 프로그램도 COM1부터 COM8까지만 선택할 수 있었다.
이럴 때는 장치 관리자에서 해당 포트의 고급 설정으로 들어가 번호를 바꿀 수 있다. 이미 사용 중이라고 표시되는 번호도 실제로는 예전에 연결했던 장비 기록일 수 있다. 다만 회사 장비나 결제 단말기처럼 업무에 쓰는 장비라면 번호를 함부로 바꾸기 전에 기존 설정을 메모해두는 게 좋다. 괜히 잘 되던 장비까지 길을 잃을 수 있다.
내가 덜 헤매려고 만든 작은 기준
- 처음 연결하는 장비라면 장치 관리자에서 새로 생기는 항목부터 본다.
- COM 번호는 프로그램에 입력해야 하는 주소처럼 생각한다.
- 장비가 안 보이면 드라이버보다 케이블을 먼저 의심한다.
- USB 구멍을 바꾸면 COM 번호도 바뀔 수 있다고 기억한다.
- 구형 프로그램이면 COM 번호가 너무 높은지 확인한다.
사실 COM이라는 말 자체가 요즘 생활에서는 낯설다. 그런데 막상 바코드 스캐너나 라벨 프린터처럼 작은 장비를 만지다 보면 아직도 조용히 등장한다. 처음에는 괜히 어려운 단어처럼 느껴졌지만, 직접 겪어보니 결국 ‘컴퓨터가 장비를 부르는 번호’에 가까웠다. 다음에 또 COM 선택창이 뜨면 적어도 예전처럼 선부터 의심하며 한숨 쉬지는 않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