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장을 보다가 같은 우유인데 한쪽은 할인 스티커가 붙어 있고, 한쪽은 새 포장이라는 이유로 더 비싼 걸 봤다. 그때 문득 주식에서 말하는 가치주도 이런 느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덜 화려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괜찮은 물건이 있는 경우 말이다.
가치주가 끌리는 순간은 보통 이럴 때였다
가치주는 쉽게 말해 회사가 가진 이익, 자산, 현금 흐름에 비해 시장 가격이 낮게 평가된 주식을 말한다. 물론 ‘싸다’는 말만 듣고 덥석 사면 곤란하다. 마트에서도 유통기한이 하루 남은 식품과 단순 행사 상품은 다르듯이, 주식도 이유 있는 저평가와 진짜 문제가 있는 저평가는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매년 1,000억 원 안팎의 이익을 내는데 시가총액이 7,000억 원이라면, 단순 계산으로 주가수익비율은 약 7배다. 같은 업종 평균이 12배라면 일단 ‘왜 낮지?’라는 질문이 생긴다. 여기서부터 가치주 탐구가 시작된다.
숫자는 생각보다 생활 감각에 가깝다
처음에는 PER, PBR 같은 단어가 딱딱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생활비 계산처럼 바꿔 보니 조금 편해졌다. PER은 내가 낸 돈을 회사 이익으로 몇 년 만에 회수할 수 있을지 보는 감각에 가깝고, PBR은 회사 장부상 자산 대비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보는 숫자다.
- PER이 낮다: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을 가능성이 있다.
- PBR이 낮다: 회사가 가진 순자산에 비해 시장 평가가 낮을 수 있다.
- 배당수익률이 높다: 주가 대비 현금으로 돌려주는 몫이 큰 편일 수 있다.
- 부채비율이 낮다: 위기 때 버틸 체력이 상대적으로 나을 수 있다.
다만 숫자 하나만 보고 판단하면 자주 헷갈린다. PER이 낮은 이유가 성장 둔화 때문일 수도 있고, PBR이 낮은 이유가 보유 자산의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숫자는 문 앞에 붙은 가격표 정도로 보고, 문을 열고 안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직접 고를 때 제일 먼저 본 것들
내가 가치주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한 건 3년 이상 꾸준히 돈을 벌었는지였다. 한 해 반짝 이익을 낸 회사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울퉁불퉁해도 전체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회사가 마음이 편했다. 특히 경기 영향을 받는 업종은 좋은 해와 나쁜 해의 차이가 커서 1년치 실적만 보면 착시가 생겼다.
두 번째는 배당이었다. 가치주라고 해서 꼭 배당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오래된 산업에 속한 회사라면 현금을 어떻게 쓰는지가 꽤 중요했다. 이익은 나는데 배당도 적고 투자도 애매하다면 주주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다. 반대로 배당을 무리해서 많이 주는 회사도 조심스럽다. 돈을 버는 양보다 나눠주는 돈이 크면 오래 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사람들이 왜 관심을 안 가지는지였다. 단순히 유행에서 멀어진 건 괜찮을 수 있다. 그런데 산업 자체가 줄어들고 있거나, 원가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거나, 경영진 신뢰가 약하다면 싸 보이는 가격이 계속 싸게 남을 수도 있다.
가치주가 늘 느린 건 아니었다
가치주는 흔히 재미없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어느 정도 맞다. 화제성이 큰 성장주처럼 매일 뉴스가 쏟아지는 경우는 적다. 그런데 실제로는 시장이 갑자기 관심을 돌릴 때 움직임이 빠른 경우도 있었다. 금리가 바뀌거나,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거나, 업종 실적이 회복되는 시점에 눌려 있던 평가가 풀리는 식이다.
다만 기다림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내가 봤던 어떤 종목은 지표상으로는 저렴해 보였지만 1년 넘게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 사이 실적은 조금씩 좋아졌고 배당도 유지됐다. 주가가 늦게 반응한 셈인데, 그 기간을 버티려면 ‘왜 들고 있는지’를 종이에 적어둘 정도의 근거가 필요했다.
싸게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가치주에서 제일 어려웠던 건 매수보다 매도였다. 싸다고 생각해서 샀는데 더 싸지는 일도 있고, 조금 오르면 ‘이제 제값인가?’ 싶어 고민이 커진다. 그래서 나는 처음 볼 때부터 대략적인 기준을 세우는 쪽이 편했다. 예를 들면 업종 평균 PER에 가까워지면 일부 줄인다든지, 이익이 꺾이면 다시 본다든지, 배당 정책이 바뀌면 이유를 확인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가치주는 대박을 노리는 도구라기보다, 가격표를 꼼꼼히 보는 습관에 더 가까웠다. 인기 있는 물건만 사는 게 아니라 조용히 제값보다 덜 주목받는 물건을 찾는 느낌이다. 물론 주식은 장보기보다 훨씬 변수가 많고 원금 손실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생활비처럼 꼭 필요한 돈이 아니라,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돈으로 천천히 보는 게 마음이 덜 흔들렸다.
가치주를 알아가면서 좋았던 점은 주가보다 회사를 먼저 보게 됐다는 것이다. 숫자를 보고, 왜 싼지 묻고, 그 이유가 시간이 지나며 바뀔 수 있는지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꽤 현실적인 공부가 됐다. 화려하진 않아도 이런 방식이 나한테는 오래 들고 갈 수 있는 투자 습관에 가까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