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2026년 04월 04일 한화 이글스 두산 베어스 경기 기록을 다시 넘겨봤는데, 스코어 9-3만 보면 그냥 한화가 크게 이긴 경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경기는 숫자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꽤 선명합니다. 한화가 잘 친 것도 맞지만, 두산이 버텨야 할 구간에서 수비와 제구가 같이 흔들렸고, 그 틈을 한화가 거의 놓치지 않았습니다.
1회부터 나온 경기의 방향
잠실에서 오후 2시에 열린 이 경기는 초반 공기가 꽤 빨리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한화는 1회초 오재원의 안타와 페라자의 2루타로 무사 2, 3루를 만들었고, 문현빈의 2타점 2루타로 먼저 치고 나갔습니다. 이어 강백호의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1회에만 3점을 냈습니다.
야구에서 1회 3득점은 단순히 점수 3개가 아닙니다. 선발투수에게는 투구 설계의 폭을 넓혀주고, 상대 선발에게는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압박을 줍니다. 특히 두산 선발 곽빈처럼 구위로 승부하는 투수에게 초반 실점은 꽤 까다롭습니다. 공격적으로 던져도 맞을 수 있고, 조심하면 볼넷이 쌓이는 흐름으로 이어지기 쉽거든요.
왕옌청의 6⅓이닝, 기록보다 안정감이 컸다
한화 선발 왕옌청의 기록은 6⅓이닝 5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3실점, 그리고 자책점은 0이었습니다. 이 숫자가 말해주는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두산 타선이 완전히 침묵한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안타는 8개가 나왔고, 5회와 7회에 득점권 상황도 만들었습니다. 둘째, 그런데도 왕옌청은 큰 이닝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선발이 6회 이후까지 버텨주면 불펜 운영은 훨씬 편해집니다. 더구나 한화는 전날 11-6으로 이긴 뒤 다시 낮경기를 치르는 일정이었습니다. 이런 경기에서 선발이 6이닝 이상을 먹어주는 건 승리 하나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팀 전체 리듬을 아끼는 투구가 꽤 중요합니다. 왕옌청의 시즌 2승은 그래서 꽤 값이 컸습니다.
숫자로 보면 한화 타선은 집요했다
KBO 공식 스코어 기준으로 한화는 13안타, 두산은 8안타였습니다. 안타 차이는 5개인데 득점 차이는 6점입니다. 여기서 경기의 질감이 보입니다. 한화는 출루한 주자를 꽤 높은 확률로 득점권에 보냈고, 득점권에서 필요한 타구를 만들었습니다.
- 페라자: 6타수 3안타, 3득점
- 하주석: 4타수 2안타, 3타점
- 강백호: 4타수 2안타, 2타점
- 문현빈: 초반 흐름을 연 2타점 장타
특히 페라자는 타점보다 득점 쪽에서 더 눈에 띄었습니다. 3안타로 계속 테이블을 흔들었고, 중심 타선 앞에서 루상 압박을 만들었습니다. 하주석은 경기 중반에 점수를 벌리는 타점을 책임졌습니다. 이런 구성은 꽤 좋습니다. 누가 한 방으로 끝냈다기보다, 앞에서 열고 중간에서 밀고 아래에서 연결하는 식으로 점수가 쌓였습니다.
두산이 아쉬웠던 건 실점 방식이었다
두산 입장에서 더 뼈아픈 건 9실점 자체보다 실점의 모양입니다. 곽빈은 4⅓이닝 7피안타 5사사구 6실점, 3자책으로 시즌 첫 패를 안았습니다. 자책점과 실점의 차이가 크다는 건 수비가 투수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5회초가 대표적이었습니다. 페라자 안타, 문현빈 볼넷, 강백호 타구 이후 흐름이 꼬였고, 채은성 희생플라이와 하주석 적시타, 이도윤의 몸에 맞는 공까지 이어지며 6-0이 됐습니다. 여기서 두산은 5회말 2점을 따라갔지만, 한화가 6회초 곧바로 3점을 더 냈습니다. 야구에서 추격 직후 실점은 체감상 두 배로 무겁습니다. 벤치가 움직일 타이밍도 애매해지고, 타선은 다시 큰 점수를 바라봐야 합니다.
9-3 뒤에 남은 시즌 초반의 신호
이 승리로 한화는 4승 3패가 됐고, 두산은 1승 1무 5패에 4연패로 몰렸습니다. 4월 초반 성적이라 순위표 하나로 시즌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런 경기는 팀 분위기에 흔적을 남깁니다. 한화는 3연패 뒤 두산전 첫 두 경기를 잡으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고, 두산은 홈에서 수비와 선발 운영 부담을 동시에 떠안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경기는 한화의 화력전이라기보다, 한화가 상대의 흔들림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경기로 보입니다. 강팀처럼 보이는 날은 꼭 홈런이 많이 터지는 날만은 아닙니다. 상대가 한 번 균형을 잃었을 때 볼넷, 안타, 희생플라이, 2루타로 점수를 겹겹이 쌓는 경기. 2026년 4월 4일 잠실의 한화는 딱 그런 방식으로 두산을 눌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