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마루 기차 직접 타봤더니, 군산 골목이 더 조용하게 보였다

온돌마루 기차 직접 타봤더니, 군산 골목이 더 조용하게 보였다

얼마 전 용산역에서 이른 아침 서해금빛열차를 탔는데, 플랫폼의 공기부터 조금 달랐습니다. 출근길처럼 바쁘게 밀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금빛으로 칠해진 기차 한 대가 느긋하게 서 있었고, 저는 그 안의 온돌마루실에 신발을 벗고 들어갔습니다. 기차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일이 생각보다 마음을 많이 풀어주더군요.

온돌마루 기차라고 부르는 이 열차는 보통 서해금빛열차의 온돌마루실을 말합니다. 용산에서 출발해 영등포, 수원, 아산, 온양온천, 예산, 홍성, 광천, 대천, 장항, 군산, 익산 쪽으로 이어지는 노선이라 서해의 작은 도시들을 천천히 훑기에 좋습니다. 유명 관광지를 찍고 돌아오는 여행보다, 역 근처 시장이나 오래된 골목을 걷는 쪽이 더 잘 어울리는 기차였습니다.

신발을 벗는 순간 여행 속도가 느려졌다

온돌마루실은 일반 좌석처럼 앞사람 뒷모습을 보고 가는 구조가 아닙니다. 작은 방처럼 꾸며진 공간에 일행끼리 둘러앉고, 창밖 풍경을 옆으로 길게 두고 갑니다. 5호차에 온돌마루실이 있고, 객실 수가 많지 않아 보통 3명 이상 6명까지 한 실을 같이 씁니다. 실당 추가 요금이 붙는 방식이라 4명이나 5명이 함께 가면 부담이 조금 덜합니다.

제가 탔던 날은 평일 오전이라 복도는 꽤 조용했습니다. 방 안에 앉아 있으니 기차 특유의 덜컹거림이 바닥으로 낮게 올라왔고, 창밖으로는 아파트 단지와 논, 작은 역 간판이 번갈아 지나갔습니다. 사실 풍경이 엄청 화려한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 평범함이 좋았습니다. 여행이 꼭 멋진 풍경 앞에서만 시작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약은 조금 부지런해야 한다

온돌마루 기차의 가장 현실적인 장벽은 예약입니다. 온돌마루실은 수가 적어서 주말이나 방학 시즌에는 금방 찹니다. 코레일톡이나 코레일 예매 화면에서 관광열차를 고르고 서해금빛열차를 찾은 뒤, 온돌마루실 조건을 선택해야 합니다. 일반 좌석만 보고 있으면 원하는 방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 온돌마루실은 보통 3명 이상 예약 조건이 붙습니다.
  • 객실 하나에 최대 6명 정도가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 기본 운임과 별도로 실당 추가 요금이 붙습니다.
  • 운행일과 요금은 시기별로 달라질 수 있어 결제 전 화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저는 사람이 적은 여행을 좋아해서 주말보다 평일을 먼저 봅니다. 같은 기차라도 금요일 오후와 평일 오전은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특히 대천이나 군산처럼 이름난 목적지는 도착 시간대에 따라 역 앞의 붐빔이 달라집니다. 조용한 골목을 걷고 싶다면 점심 직전보다 조금 이른 시간, 혹은 사람들이 식당에 들어간 뒤의 느슨한 시간대가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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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린 곳은 군산, 목적지는 골목이었다

군산역에 내렸을 때 바로 유명한 거리로 가지 않았습니다. 택시를 타고 번화한 쪽으로 곧장 들어가면 편하긴 하지만, 그날은 일부러 버스를 타고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창밖으로 공장 담장, 낮은 주택, 오래된 간판이 지나가는데 그 사이에 군산의 생활감이 먼저 보였습니다.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곳은 잠깐만 걷고, 저는 한 블록 뒤로 빠졌습니다. 큰길에서 5분만 벗어나도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문 닫은 철물점, 오래된 미용실, 낮은 담장 위에 놓인 화분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장소는 대단한 인증샷을 남기지는 않지만, 돌아와서 더 오래 생각납니다.

점심은 줄이 긴 집 대신 동네 분들이 드나드는 작은 식당으로 갔습니다. 메뉴는 특별하지 않았고 가격도 여행지답지 않게 얌전했습니다. 8천 원짜리 백반 한 상에 김치, 생선, 국이 나왔는데, 저는 그런 밥이 여행 중에는 더 반갑습니다. 소문난 맛집보다 그 동네의 평일을 잠깐 빌린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온돌마루실에서 챙기면 좋은 것들

온돌마루실은 편하지만 완전히 누워 자는 숙소 같은 공간은 아닙니다. 칸막이가 있어도 오가는 사람이 보일 수 있고, 기차가 흔들릴 때 작은 물건은 쉽게 굴러갑니다. 긴 치마나 불편한 바지보다는 앉았다 일어나기 쉬운 옷이 낫고, 양말도 신경 쓰이면 더 편합니다. 신발을 벗는 공간이라 은근히 이런 사소한 준비가 여행 기분을 좌우합니다.

  • 작은 간식은 냄새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가져가는 편이 좋습니다.
  • 보조배터리와 물티슈는 생각보다 자주 쓰입니다.
  • 짐은 큰 캐리어보다 무릎 옆에 둘 수 있는 가방이 편합니다.
  • 일행이 3명이라면 누울 공간보다 앉아 가는 공간으로 기대하는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근데 가장 좋았던 준비물은 따로 있었습니다. 이어폰을 빼고 갈 마음이었습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 옆방에서 낮게 들리는 웃음, 역에 설 때마다 바뀌는 안내 방송이 묘하게 여행의 배경음처럼 느껴졌습니다. 조용한 여행은 아무 소리도 없는 여행이 아니라, 소리가 너무 앞서지 않는 여행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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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적은 여행을 좋아한다면 종점보다 중간역도 괜찮다

온돌마루 기차를 타면 자꾸 종점까지 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저는 중간역 여행도 꽤 좋다고 느꼈습니다. 예산, 홍성, 장항 같은 역은 목적지를 잘 고르면 하루가 과하지 않습니다. 역에서 가까운 시장, 오래된 다리, 강변 산책로, 동네 카페 하나만 묶어도 충분합니다.

특히 장항 쪽은 군산보다 한 박자 낮은 느낌이 있습니다. 큰 관광 동선에서 살짝 비켜나 있어 걷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대천은 계절에 따라 사람이 많아질 수 있지만, 바다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으로 들어가면 의외로 조용한 얼굴이 있습니다. 같은 서해라도 역마다 표정이 달라서, 온돌마루실에 앉아 어디서 내릴지 고르는 시간도 꽤 즐겁습니다.

저는 이 기차가 화려해서 좋았다기보다, 여행자의 자세를 낮춰줘서 좋았습니다. 의자에 꼿꼿하게 앉아 도착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바닥에 앉아 창밖을 보고, 말수를 줄이고, 도착한 도시의 골목을 천천히 받아들이게 합니다. 유명한 곳을 조금 덜 보고, 대신 그 동네의 평일을 오래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온돌마루 기차는 꽤 다정한 선택입니다.

온돌마루 기차 직접 타봤더니, 군산 골목이 더 조용하게 보였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