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오사카 난바 한복판에 서 있다가, 문득 이 도시를 너무 시끄러운 쪽으로만 알고 있었구나 싶었다. 도톤보리의 간판은 여전히 화려했고 신사이바시 쪽은 발걸음을 맞추기 어려울 만큼 붐볐지만, 지하철로 두세 정거장만 벗어나면 오사카는 꽤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오사카자유여행은 그런 쪽에 가깝다. 줄 서서 인증하는 여행보다, 동네 사람이 장을 보고 학생들이 자전거를 세워두는 길을 오래 보는 여행.
우메다 옆 나카자키초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나카자키초는 우메다에서 걸어도 닿는 동네다. 오사카메트로 다니마치선 나카자키초역에서 내리면 바로 골목이 시작되고, 우메다에서 천천히 걸어도 10분 남짓이면 분위기가 바뀐다. 높은 빌딩 사이를 빠져나왔는데 갑자기 낮은 목조집, 작은 카페, 빈티지 숍이 이어지는 느낌이 좋았다.
사실 여기도 이제 완전히 숨은 장소라고 말하긴 어렵다. 주말 오후에는 인기 있는 카페 앞에 두세 팀이 기다리기도 한다. 그래도 도톤보리처럼 사람의 물결에 떠밀리는 곳은 아니다. 골목 폭이 좁아서 말소리도 작아지고, 가게도 대체로 4명보다는 1명이나 2명이 들어가기 편한 크기다. 커피 한 잔은 보통 500엔에서 700엔 사이, 간단한 점심은 1,200엔 안팎부터 잡으면 마음이 편했다.
좋았던 걷는 법
- 오전 10시 전후에 도착하면 사진보다 생활감이 먼저 보인다.
- 가게 문 여는 시간이 제각각이라 한 곳을 목표로 잡기보다 골목 자체를 보는 편이 낫다.
- 작은 가게는 현금만 받는 경우가 있어 1,000엔권을 조금 챙겨두면 편하다.
가라호리 상점가에서 오래된 생활감이 보였다
가라호리는 내가 오사카에서 꽤 오래 기억한 동네다. 다니마치6초메역 3번 출구에서 거의 바로 이어지고, 마쓰야마치역에서도 가까워 동선이 쉽다. 상점가는 동서로 약 800m 정도 이어지는데, 숫자로 보면 짧아 보여도 막상 걸으면 중간중간 샛길과 완만한 언덕 때문에 생각보다 오래 머문다.
이곳의 매력은 예쁘게 꾸민 복고풍이 아니라, 실제로 오래 버틴 골목의 표정에 있다. 생선가게, 다시마 가게, 과자집, 작은 밥집 사이로 리노베이션한 나가야 건물이 섞여 있다. 비 오는 날에도 아케이드가 있어서 걷기 괜찮았고, 관광객보다 장 보러 나온 동네 사람이 많아 속도가 느렸다. 신사이바시가 쇼핑을 위해 걷는 거리라면, 가라호리는 괜히 두부 한 모 가격까지 보게 되는 거리였다.
점심은 너무 유명한 곳을 찾기보다, 손님이 천천히 빠지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는 쪽이 실패가 적었다. 1,000엔 전후의 정식, 300엔대 고로케, 500엔 안팎의 커피 같은 선택지가 있어 예산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솔직히 화려한 맛집 여행을 기대하면 밋밋할 수 있다. 대신 오사카의 평일 얼굴을 보고 싶다면 꽤 오래 남는다.
한카이 전차를 타고 스미요시로 내려가기
오사카자유여행에서 하루쯤은 전차 속도를 늦춰도 좋다. 덴노지 쪽에서 한카이 전차를 타고 스미요시토리이마에 정류장에 내리면, 도시가 갑자기 낮아진다. 난바에서 간다면 난카이 전철로 스미요시타이샤역까지 가는 길도 빠르다. 역에서 신사까지는 걸어서 3분 정도라 길 찾기도 어렵지 않았다.
스미요시타이샤는 일본 전국 스미요시 신사의 중심 격이라 규모가 작지 않다. 그런데 아침 시간에는 이상하게 차분하다. 4월부터 9월까지는 오전 6시, 10월부터 3월까지는 오전 6시 30분에 문을 열고, 경내는 보통 오후 5시까지 둘러볼 수 있다. 다만 바깥문은 오후 4시 무렵 닫히는 구역이 있어 늦은 오후보다는 오전 산책이 낫다.
붉은 소리하시 다리 앞에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조금 모이지만, 본전 뒤편으로 발을 옮기면 바람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바로 옆 스미요시공원은 1873년에 조성된 오사카의 오래된 도시공원이라, 신사만 보고 돌아가기엔 조금 아깝다. 정초 참배 기간이나 여름 축제 때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니 한적함을 원한다면 그 시기는 피하는 편이 좋다.
다이쇼 히라오에서 만난 오사카 안의 오키나와
다이쇼는 물가의 동네다. JR 오사카 순환선이나 오사카메트로 나가호리쓰루미료쿠치선 다이쇼역에서 내리면 역 주변은 야구 경기나 공연이 있는 날 제법 붐빈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히라오 쪽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오사카 안에서 오키나와 음식과 노래, 가게 간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곳이다.
이 지역은 오키나와와의 인연이 깊어, 다이쇼구 주민 가운데 오키나와계가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히라오혼도리 상점가 주변에서는 오키나와 소바, 고야참푸루, 사타안다기 같은 음식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관광지처럼 반짝거리는 거리는 아니고, 셔터가 내려간 가게도 가끔 보인다. 근데 그 빈틈까지 포함해서 좋았다. 여행자가 잠깐 빌려 걷는 동네라는 감각이 분명해서, 소란스럽게 소비하고 싶지 않아졌다.
시간이 넉넉하면 다이쇼역 가까운 강가에서 한 번 쉬고, 버스로 히라오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역 쪽으로 돌아오는 동선이 괜찮다. 버스는 71번, 76번, 91번 계통을 확인하면 되고, 배차 간격은 시간대마다 달라 여유를 두는 게 마음 편하다. 오사카에서 이런 하루를 보내면 유명한 간판을 덜 봐도 여행을 덜 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낯선 도시의 평범한 오후를 조금 빌린 것 같아서, 돌아오는 길의 피로가 꽤 부드럽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