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공연장에서 실제 커튼콜을 보다가, 이상하게 유우리의 카ーテンコール이 떠올랐습니다. 객석 불이 완전히 켜지기 전, 배우가 아직 배역의 온도를 몸에 남긴 채 인사하는 그 짧은 순간이 있거든요. 이 곡도 딱 그런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끝난 뒤의 박수 같지만, 실은 아직 끝내지 못한 싸움을 향해 다시 뛰어나가는 노래입니다.
유우리 커튼콜을 먼저 이렇게 잡으면 좋습니다
유우리의 커튼콜은 2024년 7월 19일 디지털 싱글로 공개됐고, TV 애니메이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7기 2쿨 오프닝 테마로 쓰였습니다. 소니뮤직과 히로아카 공식 음악 안내 기준으로 CD는 2024년 9월 4일 발매, 수록은 커튼콜, +1, 커튼콜 인스트루멘털, +1 인스트루멘털까지 4트랙 구성입니다. 러닝타임은 약 4분 3초. 짧은 곡인데 감정의 밀도는 꽤 높습니다.
처음 들을 때는 애니메이션 타이업곡으로만 두면 조금 아깝습니다. 물론 히어로와 빌런의 대립, 서로 다른 정의, 다른 선택이라는 맥락이 곡을 강하게 밀어줍니다. 그런데 공연 쪽 감각으로 들으면 더 재미있습니다. 이 곡은 막이 내리는 노래가 아니라, 막이 다시 올라가는 순간의 노래에 가깝습니다.
왜 제목이 커튼콜인가
공연에서 커튼콜은 단순한 인사가 아닙니다. 관객이 방금 본 장면을 자기 감정 안에서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고, 배우는 배역에서 빠져나오면서도 아직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얼굴을 보여줍니다. 좋은 커튼콜은 작품의 여운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냥 남겨둡니다. 유우리 커튼콜도 그 방식에 가깝습니다.
이 곡은 승리의 선언처럼 들리다가도, 곧바로 상처의 대가와 선택의 무게를 들이밉니다. 그래서 시원한 록 넘버인데도 마냥 밝지만은 않습니다. 유우리 특유의 보컬은 여기서 꽤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말하듯 시작했다가, 후렴에서 감정을 밀어 올릴 때 목소리가 깨끗하게만 뻗지 않고 살짝 긁힙니다. 저는 그 거친 결이 이 노래의 무대성이라고 봅니다. 잘 닦인 조명보다, 땀 묻은 팔과 숨이 먼저 보이는 타입입니다.
처음 듣는다면 이 순서가 좋습니다
유우리 커튼콜은 듣는 순서에 따라 인상이 달라집니다. 공연도 1층 중앙에서 볼 때와 2층 후방에서 볼 때가 다르듯, 이 곡도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른 표정이 나옵니다.
- 1회차는 풀 버전 음원으로 듣는 편이 좋습니다. 4분대 안에서 verse, pre-chorus, chorus가 어떻게 계단처럼 올라가는지 먼저 잡힙니다.
- 2회차는 TV 오프닝 버전으로 들어보면 압축의 힘이 보입니다. 장면 전환과 드럼의 추진력이 붙으면서 곡이 훨씬 전투적으로 느껴집니다.
- 3회차는 인스트루멘털을 권합니다. 보컬을 걷어내면 기타와 드럼이 얼마나 촘촘하게 감정선을 밀고 있는지 들립니다.
특히 후렴은 볼륨을 조금 올렸을 때 좋습니다. 다만 이어폰으로 너무 세게 들으면 보컬보다 상단 악기가 먼저 치고 올라올 수 있습니다. 스피커라면 저역이 약한 작은 블루투스보다, 드럼 킥이 조금이라도 살아 있는 장비가 유리합니다. 공연장으로 치면 음향이 뭉개지는 맨 뒤 구석보다, 밴드 밸런스가 잡히는 중앙 블록 쪽이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취향이 갈릴 지점도 분명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유우리 커튼콜은 조용히 오래 스며드는 발라드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조금 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드라이플라워의 유우리를 떠올리고 들어오면 감정의 방향이 다릅니다. 이 곡은 이별의 잔향보다 충돌의 열이 먼저 옵니다. 가사가 품고 있는 희망도 부드러운 위로라기보다, 싸우면서라도 붙잡겠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애니메이션 오프닝곡의 문법이 분명합니다. 빠르게 달리고, 큰 감정을 전면에 세우고, 후렴에서 이미지를 한 번에 터뜨립니다. 이런 구조를 좋아하면 굉장히 잘 맞습니다. 반대로 여백 많은 곡을 선호한다면 첫인상은 촘촘하고 뜨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근데 이 촘촘함이야말로 이 곡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7기 2쿨이라는 위치,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압력, 캐릭터들이 가진 각자의 답이 부딪히는 정서와 잘 맞습니다.
라이브로 들을 때 기대할 포인트
만약 공연장에서 유우리 커튼콜을 듣는다면 저는 후렴보다 도입부를 먼저 보겠습니다. 라이브에서 좋은 록 넘버는 크게 터지는 순간보다 터지기 직전이 더 많은 걸 말합니다. 보컬이 호흡을 얼마나 아끼는지, 밴드가 박자를 얼마나 앞으로 밀어붙이는지, 조명이 언제 객석을 스치고 지나가는지에 따라 곡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좌석을 고를 수 있다면 너무 앞줄만 고집하지 않아도 됩니다. 밴드 사운드가 있는 곡은 앞쪽에서 보컬의 표정과 숨을 가까이 보는 맛이 있고, 중간 이후 좌석에서는 전체 리듬과 조명 변화가 더 잘 들어옵니다. 제 취향으로는 1층 중블 중후방이 가장 안정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팬이라면 앞쪽에서 목소리의 마찰음을 직접 받는 쾌감도 꽤 큽니다. 같은 곡인데 자리 하나로 감상이 달라지는 지점, 저는 그런 차이를 좋아합니다.
유우리 커튼콜은 제목만 보면 끝의 노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직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은 사람의 노래입니다. 박수를 받으러 나온 게 아니라, 박수 소리를 등에 업고 다시 싸우러 나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저는 커튼콜의 가장 좋은 순간을 생각합니다. 객석과 무대가 잠깐 같은 호흡을 갖게 되는 시간. 유우리의 목소리는 그 짧은 시간을 꽤 뜨겁게 붙잡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