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해변 대신 주문진 뒷골목을 걸어본 여름여행지 후기

유명 해변 대신 주문진 뒷골목을 걸어본 여름여행지 후기

얼마 전 강릉에 갔는데, 사람 많은 해변보다 주문진 시장 뒤편 골목에서 더 오래 서 있었다. 여름여행지라고 하면 바다, 카페, 사진 명소가 먼저 떠오르지만, 솔직히 한낮의 유명 해변은 발 디딜 틈이 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버스 한 정거장쯤 덜 유명한 곳에서 내리고, 큰길보다 옆길을 고른다.

이번에 걸은 곳은 주문진항에서 아주 멀지 않은 생활 골목과 작은 방파제 쪽이다. 관광지 느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중심에서 10분만 벗어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횟집 호객 소리도 조금 작아지고, 생선 말리는 냄새와 낡은 대문, 낮은 지붕들이 먼저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여름여행지는 대개 이런 표정을 하고 있다.

주문진에서 일부러 천천히 빠져나갔다

강릉역에서 주문진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대략 40분 안팎이 걸린다. 주말 오후에는 차가 밀릴 수 있지만, 평일 오전에는 생각보다 수월했다. 나는 주문진항 근처에서 내려 시장을 한 바퀴만 보고, 바로 바닷가 큰길에서 뒤쪽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길은 복잡하지 않다. 바다를 등지고 주택가 쪽으로 두세 블록 들어가면 여행 안내판보다 빨랫줄과 작은 슈퍼가 더 자주 보인다.

사실 이 동네는 특별한 볼거리를 체크하듯 다니면 금방 심심해질 수 있다. 대신 걸음 속도를 낮추면 보이는 게 많다. 문 앞에 놓인 고무대야, 그늘 아래 앉아 있는 동네 어르신, 낮게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 그리고 골목 끝에서 갑자기 열리는 파란 바다. 유명 관광지에서는 배경이 먼저 보이는데, 이런 곳에서는 생활이 먼저 보이고 풍경이 나중에 따라온다.

사람 적은 시간은 오전 9시 전후가 좋았다

내가 갔던 날은 7월 말 평일이었다. 오전 8시 40분쯤 도착했을 때 시장 쪽은 이미 조금 분주했지만, 골목 안쪽은 조용했다. 10시가 넘으니 항구 주변 식당 앞에 차가 늘기 시작했고, 낮 12시가 가까워지자 바닷가 쪽은 꽤 붐볐다. 여름여행지를 한적하게 느끼고 싶다면 같은 장소라도 시간이 많이 좌우한다.

  •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 골목과 작은 항구를 걷기 좋음
  • 오전 11시 이후: 식당가와 주차장 주변이 점점 복잡해짐
  • 오후 4시 이후: 햇볕은 누그러지지만 산책객이 다시 늘어남

나는 중간에 작은 분식집에서 김밥 한 줄과 캔커피를 샀다. 가격은 관광지 중심가보다 조금 편했고, 무엇보다 앉아 있는 동안 동네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좋았다. 여행 중에 이런 시간이 남으면 괜히 덜 소비한 것 같지만, 지나고 나면 이런 장면이 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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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보다 골목 그늘이 먼저 반가운 계절

여름의 동해는 예쁘지만, 한낮에는 꽤 세다. 모래사장은 발바닥이 뜨겁고, 방파제 위는 그늘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바다를 오래 보는 대신 골목 그늘을 자주 이용했다. 낡은 담벼락이 만드는 얇은 그늘, 작은 가게 차양 아래 잠깐 멈추는 시간, 이런 것들이 여름 여행의 체력을 아껴준다.

주문진 뒷골목의 좋은 점은 바다와 생활권 사이 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5분만 걸어도 파도 소리가 들리고, 다시 5분만 안쪽으로 들어오면 동네의 낮은 소음이 돌아온다. 유명 해변처럼 모든 방향이 사진을 향해 열려 있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편했다. 카메라를 꺼내지 않아도 되는 풍경이랄까. 그냥 보고 지나가도 괜찮은 장면들이 많았다.

작은 방파제에서 본 여름의 속도

골목을 지나 작은 방파제 쪽으로 나가니 낚시하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많아야 다섯 명 정도였다. 누군가는 말없이 찌를 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아이스박스 위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파도는 크지 않았고, 배가 들어올 때마다 물결이 낮게 흔들렸다. 유명한 전망대처럼 탁 트인 감탄은 없지만, 오래 앉아 있기에는 이런 곳이 낫다.

근데 이런 장소는 편의시설이 풍부하지 않다. 화장실을 미리 확인하는 게 좋고, 물은 꼭 챙기는 편이 낫다. 벤치가 적어서 오래 머물 생각이라면 작은 손수건이나 접이식 방석이 있으면 편하다. 쓰레기통도 많지 않으니 먹은 건 그대로 들고 나오는 게 마음 편하다.

이곳이 맞는 사람, 조금 안 맞는 사람

주문진의 조용한 골목 여행은 화려한 여름여행지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밋밋할 수 있다. 예쁜 포토존이 이어지는 코스도 아니고, 유명 카페만 따라 걷는 동선도 아니다. 대신 사람 사이를 비집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동네가 가진 속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머물 수 있다.

  • 잘 맞는 사람: 걷는 여행을 좋아하고, 작은 가게와 골목 풍경을 오래 보는 사람
  • 조금 아쉬울 수 있는 사람: 짧은 시간 안에 인증 사진과 대표 명소를 많이 남기고 싶은 사람
  • 추천 동선: 주문진항 주변에서 시작해 시장 뒤편 골목, 작은 방파제, 다시 주택가 골목 순서

나는 보통 이런 여행지를 다녀오면 사진보다 냄새와 소리를 먼저 기억한다. 젖은 그물 냄새, 멀리서 들리던 트럭 후진음,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낮게 번지던 바닷바람 같은 것들. 여름은 어딜 가도 조금 지치지만, 사람 적은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면 그 지침까지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다음에 주문진에 다시 간다면 더 유명한 곳을 찾기보다, 이번에 그냥 지나쳤던 세탁소 옆 골목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 여행은 꼭 멀리 있거나 커야 하는 건 아니어서, 어떤 날은 동네의 평범한 오후가 가장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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