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다이어트식으로 닭가슴살 덮밥을 같이 만들었는데, 같은 재료를 써도 어떤 분은 촉촉하고 어떤 분은 퍽퍽하게 나오더라고요. 이유는 닭가슴살 자체보다 불 세기와 물 양, 그리고 넣는 순서에 있었습니다. 다이어트식은 맛이 밋밋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간을 세게 하지 않아도 수분과 향만 잘 잡으면 꽤 든든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첫 메뉴는 닭가슴살 버섯덮밥입니다. 밥을 아예 빼는 식단보다 오래 가고, 채소만 먹는 식단보다 배가 덜 꺼집니다. 현미밥 120g에 닭가슴살 120g, 버섯과 양파를 넉넉히 넣으면 한 그릇으로 점심 한 끼가 됩니다. 조리 시간도 15분 안쪽이라 바쁜 날에도 부담이 적습니다.
재료는 딱 필요한 만큼만 준비합니다
1인분 기준입니다. 닭가슴살 120g, 현미밥이나 잡곡밥 120g, 양파 50g, 버섯 100g, 대파 20g, 물 80ml, 간장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후추 약간, 참기름 1작은술을 준비합니다. 소금은 처음부터 넣지 않습니다. 닭가슴살은 간장을 조금만 써도 짠맛이 금방 올라오기 때문에 마지막에 맛을 보고 부족할 때만 아주 조금 넣는 편이 안전합니다.
- 닭가슴살이 없으면 닭안심 130g으로 바꿔도 됩니다.
- 버섯은 느타리, 새송이, 표고 중 있는 것으로 쓰면 됩니다.
- 현미밥이 부담스러우면 흰쌀밥 100g에 양배추 80g을 더해도 괜찮습니다.
- 간장이 없다면 된장 1작은술의 절반 정도만 물에 풀어 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밥 양을 너무 확 줄이지 않는 겁니다. 처음부터 밥을 50g만 먹으면 오후에 과자나 빵이 당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수업에서도 밥을 줄일 때는 150g에서 120g, 그다음 100g처럼 천천히 줄이라고 말합니다. 몸이 놀라면 식단은 오래 못 갑니다.
닭가슴살은 센 불에 오래 익히면 실패합니다
닭가슴살은 결 반대 방향으로 0.7cm 두께로 썹니다. 너무 얇게 찢듯이 썰면 금방 마르고, 너무 두꺼우면 속이 익기 전에 겉이 질겨집니다. 썬 닭가슴살에 다진 마늘 1작은술, 간장 1작은술, 후추를 넣고 5분만 둡니다. 오래 재우지 않아도 됩니다. 다이어트식은 양념이 많지 않아서 재우는 시간보다 팬에서 수분을 지키는 쪽이 더 중요합니다.
팬은 중불로 1분 예열합니다. 손을 가까이 댔을 때 따뜻한 기운이 올라오면 닭가슴살을 넣습니다. 기름은 꼭 많이 두를 필요 없습니다. 코팅 팬이면 물 1큰술을 먼저 넣고 닭을 펼쳐도 됩니다. 닭을 넣은 뒤 바로 뒤적이지 말고 40초 정도 둡니다. 겉면이 하얗게 변하면 뒤집고 다시 40초 익힙니다. 이때 완전히 익히려고 하면 나중에 버섯과 함께 끓일 때 과하게 익습니다.
제가 예전에 주방에서 가장 많이 본 실수도 이 부분입니다. 닭가슴살을 먼저 바싹 볶아 놓고 채소를 넣으면, 채소에서 물이 나오는 동안 닭이 계속 익습니다. 그러면 마지막에 아무리 소스를 잘 맞춰도 식감이 퍽퍽합니다. 닭은 70퍼센트만 익혀 두고 잠깐 접시에 빼두는 게 좋습니다.
물 80ml가 덮밥 맛을 잡아줍니다
같은 팬에 양파를 먼저 넣고 중불에서 1분 볶습니다. 양파가 투명해지기 시작하면 버섯을 넣습니다. 버섯은 처음엔 팬을 꽉 채우지만 2분 정도 지나면 숨이 죽습니다. 여기서 불을 세게 올리면 버섯 겉만 마르고 향이 덜 납니다. 중불을 유지하면서 버섯에서 나온 수분을 받아내듯 볶습니다.
버섯이 반쯤 숨이 죽었을 때 물 80ml를 붓습니다. 물이 너무 적으면 간장 맛만 튀고, 너무 많으면 밥 위에 올렸을 때 국처럼 흘러갑니다. 80ml는 밥 120g에 비벼 먹기 좋은 양입니다. 국물이 자작하게 끓으면 빼두었던 닭가슴살을 다시 넣고 2분만 더 익힙니다. 뚜껑이 있으면 1분 덮고, 1분은 열어서 농도를 맞춥니다.
마지막에 대파를 넣고 불을 끕니다. 참기름 1작은술은 불을 끈 뒤 넣어야 향이 살아납니다. 다이어트식이라고 참기름을 무조건 빼면 만족감이 떨어져서 오히려 다른 간식을 찾게 될 때가 있습니다. 양만 지키면 향을 쓰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싱거울 때와 퍽퍽할 때 수습하는 법
싱겁다면 소금을 바로 치지 말고 국물부터 졸입니다. 중불에서 30초에서 1분만 더 끓이면 맛이 훨씬 또렷해집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간장 0.5작은술을 더합니다. 처음부터 간장을 많이 넣으면 나중에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특히 버섯이 들어간 덮밥은 식으면서 짠맛이 더 분명해집니다.
닭가슴살이 이미 퍽퍽해졌다면 물 2큰술을 추가하고 약불에서 1분만 데우듯 익힙니다. 오래 끓이면 더 단단해집니다. 이때 양파나 양배추를 조금 더 넣으면 단맛과 수분이 보태져서 먹기 편해집니다. 냉동 닭가슴살을 썼다면 해동 후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고 조리해야 잡내가 덜합니다.
- 국물이 많아졌다면 밥을 바로 넣지 말고 팬에서 1분 더 졸입니다.
- 버섯 향이 약하면 표고를 1개만 섞어도 맛이 깊어집니다.
- 매콤하게 먹고 싶으면 고춧가루 0.5작은술을 양파 볶을 때 넣습니다.
- 저녁용으로 가볍게 먹을 땐 밥 100g, 버섯 130g으로 맞춥니다.
질리지 않게 바꾸는 작은 요령
다이어트식이 오래 가지 않는 이유는 대단한 메뉴를 몰라서가 아니라 매번 같은 맛으로 먹기 때문입니다. 같은 닭가슴살 덮밥이라도 간장 맛, 된장 맛, 고춧가루 맛으로 나누면 일주일에 두세 번 먹어도 덜 지칩니다. 간장 대신 된장 0.5작은술을 쓰면 구수하고, 고춧가루를 넣으면 기름 없이도 볶음 느낌이 납니다.
채소도 냉장고 사정에 맞추면 됩니다. 양배추는 100g까지 넣어도 좋고, 애호박은 70g 정도가 적당합니다. 브로콜리는 미리 데친 것을 60g 넣으면 식감이 살아납니다. 다만 물이 많은 숙주는 마지막 30초에 넣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넣으면 물이 많이 나와서 덮밥이 싱거워집니다.
저는 식단을 너무 깨끗하게만 만들려고 애쓰는 것보다, 내 입에 맞게 오래 먹을 수 있는 선을 찾는 게 낫다고 봅니다. 밥을 조금 먹더라도 따뜻하게 먹고, 닭가슴살을 먹더라도 촉촉하게 익히면 식사다운 느낌이 납니다. 그런 한 그릇이 쌓이면 다이어트식도 벌 받는 밥이 아니라 내 몸을 챙기는 밥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