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후배가 빌라 전세 계약서를 들고 와서 물었습니다. 중개사가 전세사기예방어플에서 괜찮게 나온 집이라고 했는데, 그냥 계약해도 되냐는 겁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휴대폰부터 내려놓게 했습니다. 앱은 분명 편합니다. 그런데 앱 화면이 초록색이라고 내 보증금 2억, 3억이 자동으로 지켜지는 건 아닙니다.
경매를 오래 하다 보면 이런 물건을 자주 봅니다. 임차인은 계약 당시 아무 문제 없다고 들었고, 등기부도 깨끗해 보였고, 시세도 그럴듯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매로 넘어오면 선순위 보증금, 근저당, 체납, 신탁, 대항력 날짜 하나 때문에 배당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전세사기예방어플은 그 복잡한 위험을 미리 걸러보는 도구이지, 계약을 대신 판단해주는 판사가 아닙니다.
앱에서 먼저 볼 건 시세가 아니라 전세가율입니다
많은 분들이 앱을 켜면 제일 먼저 매매시세를 봅니다. 맞습니다. HUG 안심전세 앱은 연립, 다세대, 아파트, 오피스텔 등의 시세와 전세가율, 경매낙찰가율, 보증사고 정보까지 같이 보여주는 쪽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더 중요한 건 숫자의 조합입니다.
예를 들어 빌라 시세가 3억 원으로 나오고 전세보증금이 2억 4천만 원이면 얼핏 80%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애매하죠. 그런데 등기부 을구에 근저당 채권최고액 6천만 원이 남아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단순 계산으로 근저당 6천만 원에 내 보증금 2억 4천만 원을 더하면 3억 원입니다. 시세와 딱 붙어버립니다. 경매로 넘어가면 감정가 그대로 팔리지 않는 경우도 많고, 낙찰가율이 80%대로 떨어지면 내 돈은 뒤로 밀립니다.
저는 초보에게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앱에서 적정 전세금이라고 보여도, 선순위 권리와 내 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보수적으로 잡은 시세의 70%를 넘으면 일단 멈추라고요. 특히 신축 빌라는 거래 사례가 얇아서 시세가 단단하지 않습니다. 새집 냄새보다 숫자가 먼저입니다.
집주인 조회는 불편해도 꼭 해야 합니다
전세사기예방어플을 쓰는 이유 중 하나가 임대인 정보 확인입니다. HUG 안심전세 앱에서는 임대인 보증사고 이력, 보증 가입 제한 여부, 체납 관련 정보 등을 확인하는 흐름이 강화돼 왔습니다. 2026년 9월 기준으로도 보증기관 미반환 임대인 정보 조회와 관련한 제도 개선이 이어지고 있어서, 계약 직전에는 앱 화면의 최신 안내를 그대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현장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예전에 낙찰받은 다세대주택에 임차인이 4명 있었습니다. 다들 계약 당시 집주인이 친절했고, 중개사도 오래된 곳이라 믿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은 이미 다른 건에서 보증금을 못 돌려준 이력이 있었고, 세금 체납도 꼬여 있었습니다. 임차인들은 그걸 계약 후에 알았습니다. 이미 보증금은 넘어갔고, 싸움은 길어졌습니다.
임대인이 정보 제공을 싫어하거나 자꾸 말을 돌리면 그 자체가 신호입니다. 정상적인 임대인이라면 보증금 수억 원을 받으면서 기본 확인 절차를 불쾌해할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물론 개인정보라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대충 넘어가면 손해는 임차인 몫입니다.
등기부와 건축물대장은 앱 밖에서 다시 봐야 합니다
전세사기예방어플 하나만 믿으면 빠지는 구멍이 있습니다.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입니다. 등기부는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건축물대장은 정부24에서 확인하는 식으로 따로 챙기는 게 안전합니다. 앱에서 요약된 정보를 보더라도 원본 서류를 직접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등기부에서 제가 보는 순서
- 표제부에서 주소, 동, 호수, 면적이 계약서와 맞는지 확인합니다.
- 갑구에서 소유자가 누구인지, 압류나 가압류, 신탁등기가 있는지 봅니다.
- 을구에서 근저당권 채권최고액과 설정일을 확인합니다.
- 계약 당일과 잔금 직전에도 다시 발급해 변동 여부를 봅니다.
신탁등기가 있으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등기부 갑구에 신탁이 들어가 있으면 실질적인 처분 권한이 신탁사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집주인 말만 믿고 계약하면 나중에 임대차 자체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신탁원부와 신탁사 동의 여부까지 확인해야 하는데, 초보에게는 난도가 높습니다. 이런 물건은 싸 보여도 피하는 쪽이 낫습니다.
건축물대장에서는 위반건축물 여부를 봅니다.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처럼 꾸며놓은 집, 불법 쪼개기 원룸, 대장상 용도와 실제 사용이 다른 집은 대출과 보증보험에서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개사가 살기는 괜찮다고 말해도, 보증금 회수와 보증 가입은 다른 문제입니다.
보증보험 가능 문구만 보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마지막 안전장치입니다. 그런데 앱에서 보증 가입 가능성이 보인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실제 심사에서는 주택가격, 선순위 채권, 임대인 상태, 주택 유형, 전입과 확정일자, 계약 내용이 같이 들어갑니다. HUG, HF, SGI의 기준도 세부적으로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보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앱에서 대략적인 보증 가능성을 봅니다. 그다음 등기부와 시세를 놓고 내 보증금이 너무 높지 않은지 계산합니다. 계약서에는 잔금일까지 근저당 말소, 말소 불이행 시 계약 해제와 계약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에 필요한 임대인 협조 같은 특약을 넣습니다. 잔금일에는 등기부를 새로 떼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바로 처리합니다.
특히 잔금 직전 등기부 확인은 귀찮아도 해야 합니다. 계약일에는 깨끗했는데 잔금 전후로 근저당이 들어가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경매 법정에서 보면 이런 하루 차이가 배당 순서를 갈라놓습니다. 전세는 계약서 쓰는 날보다 돈 보내는 날이 더 무섭습니다.
제가 초보라면 이렇게 씁니다
전세사기예방어플은 첫 번째 필터로 씁니다. HUG 안심전세 앱에서 시세, 전세가율, 보증사고 정보, 임대인 조회, 공인중개사 정보, 보증 가입 가능성을 먼저 확인합니다. 그리고 정부24에서 건축물대장과 전입 관련 민원을 챙기고,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 원본을 직접 봅니다. 중개사가 준 출력물만 믿지 않습니다.
그다음 숫자를 종이에 씁니다. 보수적으로 잡은 매매가, 선순위 근저당 채권최고액, 선순위 임차보증금, 내 보증금, 예상 낙찰가율을 적어보면 위험한 집은 대체로 드러납니다. 앱 화면보다 이 계산이 더 정직합니다.
- 전세가가 주변 매매가의 80% 안팎이면 보수적으로 다시 계산합니다.
- 집주인이 조회 동의나 서류 확인을 피하면 계약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 신축 빌라, 다가구, 신탁등기, 대리인 계약은 난도를 높게 봅니다.
- 보증보험은 가능성 확인이 아니라 실제 가입 완료까지 봅니다.
- 계약일, 잔금일, 전입일의 순서를 흐트러뜨리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앱을 잘 쓰는 사람보다 의심을 잘하는 사람이 보증금을 더 잘 지킵니다. 좋은 집을 놓칠까 봐 조급해지는 순간, 숫자는 눈에 안 들어오고 중개사의 말만 크게 들립니다. 전세사기예방어플은 손전등 같은 겁니다. 어두운 복도를 비춰주지만, 어디로 발을 디딜지는 결국 사람이 봐야 합니다. 전세 계약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월세가 아니라, 확인하지 않고 믿어버린 대가일 때가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