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전문가 따라 경매장 가봤더니, 진짜 실력은 입찰 전에 보였습니다

부동산전문가 따라 경매장 가봤더니, 진짜 실력은 입찰 전에 보였습니다

얼마 전 법원 입찰장 앞에서 초보 투자자 한 분을 만났습니다. 손에는 매각물건명세서 출력물이 있었고, 옆에는 부동산전문가라고 소개받은 사람이 서 있더군요. 그런데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이상했습니다. 권리분석 얘기보다 낙찰받으면 얼마 남는다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저는 그 순간 조금 불안했습니다.

경매 현장에서 10년 넘게 물건을 봐오면, 말 잘하는 사람과 실제로 돈을 지켜본 사람의 차이가 금방 보입니다. 진짜 전문가는 수익률을 먼저 크게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 되는 이유부터 꺼냅니다. 이 물건은 왜 싸게 나왔는지, 누가 살고 있는지, 대출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세금과 명도비까지 넣으면 숫자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먼저 따집니다.

입찰장에서는 말보다 계산이 먼저입니다

초보 때는 감정가 3억짜리가 2억 1천만 원까지 떨어지면 싸 보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감정가가 시세는 아닙니다. 감정평가 시점이 8개월 전이면 시장은 이미 달라져 있을 수 있고, 같은 단지라도 동, 층, 향, 수리 상태에 따라 2천만 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제가 예전에 본 아파트 물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감정가 4억 2천만 원, 최저가 3억 3천만 원이었습니다. 초보 눈에는 9천만 원 싸게 보였죠. 그런데 인근 실거래를 보니 최근 거래는 3억 6천만 원 전후였습니다. 여기에 취득세, 법무비, 이자, 체납관리비 일부, 명도비를 넣으니 실제 여유는 거의 없었습니다. 수리비까지 1천5백만 원 잡으면 오히려 손해였습니다.

부동산전문가라면 여기서 입찰가를 올리라고 부추기면 안 됩니다. 오히려 낙찰받지 않는 선택도 투자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매는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잃지 않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초보가 착각하는 부동산전문가의 모습

강의장에서는 자신감 있는 말투가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낙찰 사례 사진, 수익률 표, 단기간 차익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런 자료보다 질문 하나가 더 중요합니다. 이 사람이 위험한 물건을 걸러본 경험이 있는가. 명도에서 틀어진 적이 있는가. 대출이 막혀 잔금 날짜 앞에서 식은땀 흘린 적이 있는가.

제가 보는 좋은 전문가는 대체로 말이 조금 느립니다. 숫자를 확인하고, 서류를 다시 보고, 현장을 다녀온 뒤에도 단정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조심해야 할 사람은 답이 너무 빠릅니다. “이건 무조건 됩니다”, “초보도 문제 없습니다”, “명도는 금방 끝납니다” 같은 말을 쉽게 합니다. 경매장에서 무조건이라는 단어는 정말 비싼 단어입니다.

  • 수익률보다 손실 가능성을 먼저 말하는 사람인지 봅니다.
  • 등기부만 보고 끝내지 않고 점유자, 관리비, 수리 상태까지 확인하는지 봅니다.
  • 대출 가능 금액을 확정처럼 말하지 않고 금융기관 조건을 따로 확인하는지 봅니다.
  • 낙찰 후 절차를 날짜별로 설명할 수 있는지 봅니다.
  • 본인이 틀렸던 사례를 숨기지 않는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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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분석은 어려운 말보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권리분석을 복잡한 법률용어 싸움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공부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순서가 더 중요합니다. 등기부에서 말소기준권리를 찾고, 그 앞뒤 권리가 낙찰자에게 인수되는지 보고,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가 서로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물건은 초보가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보증금 8천만 원이 낙찰자에게 넘어오는 구조라면, 최저가가 낮아 보여도 실제 매입가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2억에 낙찰받았다고 끝이 아니라 인수금 8천만 원까지 부담하면 2억 8천만 원짜리 물건이 됩니다. 여기에 세금과 비용을 붙이면 처음 계산한 수익은 사라집니다.

근데 더 무서운 건 서류를 대충 보고도 “괜찮다”고 판단하는 습관입니다. 등기부 한 장만 보고 입찰하는 건 비 오는 날 브레이크 없는 차를 모는 것과 비슷합니다. 현장에 가서 우편함, 전입 흔적, 관리사무소 분위기, 주변 중개업소 반응까지 봐야 그림이 잡힙니다. 서류와 현장이 어긋나는 물건은 대부분 이유가 있습니다.

진짜 전문가는 낙찰 이후를 더 오래 봅니다

초보 투자자는 낙찰가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돈은 낙찰 다음부터 더 많이 새어 나갑니다. 잔금까지 이자 부담이 생기고, 대출 한도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 자기자금이 더 들어갑니다. 명도가 길어지면 월세 수입은 늦어지고, 공실 기간도 생깁니다. 오래된 빌라라면 누수, 전기, 창호, 욕실에서 예상 밖 비용이 튀어나옵니다.

제가 낙찰받았던 다세대 물건 중 하나는 숫자만 보면 괜찮았습니다. 낙찰가 1억 4천만 원, 예상 매도가는 1억 7천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곰팡이와 누수가 심했고, 세입자와 이사 일정도 두 번 밀렸습니다. 수리비 900만 원, 이자와 관리비, 중개보수까지 더하니 남는 돈은 처음 예상의 절반 아래로 줄었습니다. 그때 배운 게 있습니다. 엑셀에서 남는 돈과 통장에 남는 돈은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물건을 볼 때 최소 세 가지 숫자를 만듭니다. 희망 시나리오, 보통 시나리오, 나쁜 시나리오입니다. 나쁜 시나리오에서도 버틸 수 있으면 입찰을 고민합니다. 보통 시나리오에서만 수익이 나는 물건은 경쟁자가 몰리면 금방 위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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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전문가를 찾는다면 이런 사람을 곁에 두는 게 낫습니다

좋은 부동산전문가는 대신 돈 벌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 판단이 어디서 흔들리는지 잡아주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특히 초보일수록 낙찰 욕심이 올라오는 순간 옆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싸 보이는 물건, 유찰이 많이 된 물건, 사진상 깨끗해 보이는 물건일수록 더 차분해야 합니다.

저라면 이런 기준으로 봅니다. 첫째, 현장조사를 직접 하는 사람. 둘째, 입찰가 산정 근거를 숫자로 보여주는 사람. 셋째, 못 들어가는 물건을 분명히 말하는 사람. 넷째, 낙찰 후 명도와 잔금 계획까지 같이 보는 사람. 다섯째, 본인 수수료보다 투자자의 손실 가능성을 먼저 보는 사람입니다.

부동산 경매는 공부하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누구나 쉽게 돈 버는 시장은 아닙니다. 입찰장에서는 확신보다 의심이 돈을 지켜줍니다. 부동산전문가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이 화려한 사람보다, 숫자를 차갑게 보고 위험을 불편할 만큼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오래 갑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결국 투자자를 살린다고 봅니다.

부동산전문가 따라 경매장 가봤더니, 진짜 실력은 입찰 전에 보였습니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