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마일리지 적립률 2배라서 괜찮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카드 상품기획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문구를 볼 때 먼저 적립률보다 전월실적, 적립한도, 연회비가 보입니다. 마일리지는 이름만 보면 공짜 항공권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현금 할인보다 계산이 더 까다로운 혜택입니다.
특히 카드 혜택표에 적힌 “1,000원당 1마일”은 시작점일 뿐입니다. 월 100만 원을 쓴다고 1,000마일이 그대로 쌓이는지, 세금·공과금·상품권·보험료가 빠지는지, 특별 적립은 몇 만 원까지만 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마일리지 카드를 볼 때 예쁜 숫자보다 내 소비가 실제 적립 대상인지부터 봅니다.
1. 1마일의 가치를 먼저 잡아야 합니다
마일리지 카드는 적립률을 현금 가치로 바꿔야 비교가 됩니다. 예를 들어 1마일을 15원으로 보면 1,000원당 1마일 적립은 1.5% 적립입니다. 1마일을 10원으로 보면 1%고, 20원으로 보면 2%입니다. 같은 카드인데 평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문제는 1마일 가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단거리 이코노미 항공권에 쓰면 가치가 낮아지고, 성수기 장거리 프리미엄 좌석에 잘 맞추면 가치가 높아집니다. 다만 일반 직장인이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노선을 잡는다는 전제를 두면 저는 보수적으로 1마일 10~15원 정도부터 계산합니다. 이 기준에서도 이득이면 꽤 괜찮은 카드입니다.
2. 연회비는 첫 달에 이미 빠져나간 비용입니다
마일리지 카드는 연회비가 높은 편입니다. 연회비 10만 원 카드라면, 1마일을 12원으로 잡았을 때 연간 약 8,334마일은 쌓아야 본전입니다. 1,000원당 1마일만 적립되는 구조라면 연간 833만 원, 월 69만 원 정도를 꾸준히 써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실제 적립 제외 항목을 빼면 필요한 소비액은 더 올라갑니다.
연회비 20만 원 카드라면 계산이 더 차갑습니다. 같은 기준에서 연간 1만 6,667마일이 필요하고, 기본 적립만으로는 연 1,667만 원을 써야 합니다. 월 139만 원입니다. 특별 적립 구간을 잘 쓰면 줄어들 수 있지만, 특별 적립은 보통 한도와 조건이 붙습니다.
- 연회비 5만 원: 1마일 12원 기준 약 4,167마일 필요
- 연회비 10만 원: 약 8,334마일 필요
- 연회비 20만 원: 약 1만 6,667마일 필요
그래서 마일리지 카드는 “해외여행을 언젠가 갈 수도 있다” 정도로는 약합니다. 항공권으로 바꿀 계획이 뚜렷하고, 연회비를 넘길 만큼 카드 사용액이 있어야 합니다.
3. 전월실적과 제외 업종이 체감 수익률을 깎습니다
마일리지 카드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이 전월실적입니다. 월 50만 원 이상 사용 시 특별 적립, 월 100만 원 이상 사용 시 라운지 혜택 같은 식입니다. 그런데 실적 인정과 적립 인정은 다를 수 있습니다. 실적에는 들어가지만 적립은 안 되는 항목도 있고, 반대로 둘 다 빠지는 항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 카드값이 120만 원이어도 아파트관리비 25만 원, 보험료 20만 원, 세금 15만 원, 상품권 10만 원이 적립 제외라면 실제 적립 대상은 50만 원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혜택표만 보면 월 120만 원 사용자지만, 카드 입장에서는 마일리지 적립 대상 소비가 절반 이하인 셈입니다.
카드사가 이런 구조를 넣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마진이 낮거나 현금화 가능성이 있는 소비에는 높은 혜택을 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내가 많이 쓴다”보다 “내가 적립되는 곳에 많이 쓴다”를 봐야 합니다.
4. 이런 소비 패턴이면 마일리지 카드가 맞습니다
마일리지 카드가 잘 맞는 사람은 생각보다 분명합니다. 월 100만 원 이상을 꾸준히 쓰고, 그중 상당 부분이 일반 가맹점·온라인 쇼핑·해외 결제·여행 관련 소비라면 계산이 나옵니다. 특히 해외 결제가 많고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바꿀 계획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합니다.
월 150만 원 소비자의 단순 계산
월 150만 원 전액이 적립 대상이고 1,000원당 1마일이면 월 1,500마일, 연 1만 8,000마일입니다. 1마일 12원으로 보면 연 21만 6,000원 가치입니다. 연회비 10만 원이라면 남는 금액은 약 11만 6,000원입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적립 제외로 40만 원이 빠지고 실제 적립 대상이 월 110만 원이면 연 1만 3,200마일입니다. 가치는 15만 8,400원 정도입니다. 연회비 10만 원을 빼면 5만 8,400원입니다. 아직 손해는 아니지만, 같은 소비에서 1.5% 캐시백 카드를 쓰면 연 19만 8,000원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보면 마일리지가 항상 우위는 아닙니다.
5. 안 맞는 사람에게는 꽤 비싼 카드입니다
월 소비가 50만 원 안팎이거나, 관리비·보험료·세금·학원비처럼 제외 가능성이 큰 지출이 대부분이라면 마일리지 카드는 신중해야 합니다. 항공권 예약을 자주 미루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일리지는 쌓아두기만 하면 숫자상 자산처럼 보이지만, 쓰지 못하면 체감 가치는 크게 떨어집니다.
또 하나는 가족 여행입니다. 1인 항공권은 마일리지로 맞추기 쉬워도 3~4인 가족이 같은 날짜, 같은 노선으로 좌석을 잡는 건 난도가 올라갑니다. 이 경우에는 마일리지보다 현금성 할인 카드가 생활비 관리에 더 편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카드 혜택은 쓰는 순간 편해야 합니다. 쓰기 위해 날짜를 맞추고 노선을 바꾸는 순간, 혜택이 아니라 숙제가 됩니다.
제가 마일리지 카드를 고를 때 보는 순서는 늘 같습니다. 연회비, 적립 제외, 월 적립한도, 1마일 가치, 실제 사용 계획입니다. 이 다섯 가지를 계산했는데도 남는 금액이 보이면 선택할 만합니다. 반대로 숫자가 애매하면 굳이 항공 마일이라는 이름에 끌려갈 필요는 없습니다. 좋은 카드는 화려한 카드가 아니라 내 소비에서 남는 돈이 분명한 카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