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행사 말만 믿고 계약서 앞까지 갔다가 멈춘 이야기

분양대행사 말만 믿고 계약서 앞까지 갔다가 멈춘 이야기

얼마 전 법원 입찰 끝나고 후배 하나가 전화를 했습니다. 상가 분양을 보러 갔는데 분양대행사 직원이 임차인도 맞춰주고, 잔금대출도 걱정 없고, 준공 전에 프리미엄도 붙을 거라고 했다는 겁니다. 제가 제일 먼저 물은 건 수익률이 아니라 계약서의 매도인이 누구냐였습니다. 현장에서 말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과 돈 받을 책임을 지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모델하우스에서 가장 말 잘하는 사람이 계약 책임자는 아니다

분양대행사는 말 그대로 분양을 대신 맡아 파는 회사입니다. 상담, 광고, 고객 응대, 계약 유도, 현장 설명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시행사, 시공사, 신탁사, 분양대행사의 역할은 완전히 다릅니다. 시행사는 사업을 벌이는 쪽이고, 시공사는 건물을 짓는 쪽입니다. 신탁사는 돈과 소유권 구조에 끼어 있을 수 있고, 분양대행사는 판매 창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초보가 헷갈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모델하우스에 앉아 있는 직원이 친절하고 설명을 잘하면 그 사람이 모든 책임을 질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계약서에 찍히는 매도인, 분양대금이 들어가는 계좌, 토지 소유권과 신탁 구조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경매 물건 권리분석할 때 등기부 한 줄을 그냥 넘기면 안 되듯이, 분양계약도 말보다 서류가 먼저입니다.

현장에서 자주 보는 위험 신호

제가 분양 현장에서 제일 경계하는 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선임대 완료’, ‘확정수익률’, ‘잔금대출 80% 가능’, ‘대형 시공사라 안전’, ‘이번 주 지나면 가격 오른다’ 같은 말입니다. 다 거짓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 말들은 확인 서류가 따라붙지 않으면 그냥 영업 멘트가 됩니다.

  • 선임대라고 하면 임대차계약서, 임차인 사업자, 보증금 입금 여부를 봐야 합니다.
  • 수익률을 말하면 분양가에 부가세, 취득세, 중도금 이자, 관리비, 공실 기간을 넣어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 대출 가능이라고 하면 금융기관의 조건인지, 현장 직원의 예상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 전매 가능이라고 하면 제한 기간, 세금, 실제 매수 수요까지 따져야 합니다.
  • 마감 임박이라고 하면 남은 호실표보다 계약금 환불 조건을 먼저 봐야 합니다.

선임대와 확정수익률

예전에 수도권 역세권 상가 하나를 본 적이 있습니다. 분양대행사 직원은 1층 코너라서 월세가 최소 350만 원은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변 임대 사례를 직접 돌려보니 비슷한 면적이 230만 원에도 비어 있었습니다. 광고지에는 연 6%대 수익률이 적혀 있었는데, 부가세와 취득세, 대출이자, 공실 3개월만 넣어도 숫자가 확 줄었습니다. 상가는 특히 숫자가 예쁘게 포장되기 쉽습니다.

잔금대출과 전매

잔금대출도 비슷합니다. 상담석에서 듣는 대출 비율은 확정 통지가 아닙니다. 개인 신용, 소득, 담보평가, 임대 여부, 해당 상품의 규제, 금융기관 심사에 따라 달라집니다. 분양대행사가 대출을 연결해 줄 수는 있어도 대출 승인을 대신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전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매가 가능하다는 말과 실제로 웃돈을 주고 받아 줄 사람이 있다는 말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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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전에는 말보다 서류 순서를 본다

경매에서 권리분석할 때 등기부등본,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전입세대 열람을 따로 놓고 맞춰보듯이 분양도 순서가 있습니다. 저는 최소한 사업주체, 토지 권리, 인허가, 신탁 여부, 분양대금 계좌, 계약 해제 조건을 먼저 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거짓·과장 광고를 문제 삼는 것도 결국 소비자가 중요한 판단 정보를 잘못 받아 돈을 넣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겁니다.

  • 계약서의 매도인과 광고물의 시행사가 같은지 본다.
  • 토지 소유권이나 신탁 구조가 설명과 맞는지 확인한다.
  • 건축허가, 분양신고, 입주 예정일이 문서로 남아 있는지 본다.
  • 분양대금 입금 계좌가 계약서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 중도금 무이자, 이자후불제, 잔금대출 조건을 비용표에 넣어본다.
  • 임대 보장, 수익 보장 문구가 계약서 특약에 들어가는지 확인한다.

특약에 못 넣는 말은 돈 넣기 전에 한 번 멈춰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다들 그렇게 진행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손해가 나면 다들이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계약금 10%는 그냥 예약금이 아닙니다. 5억짜리 상가면 5천만 원이고, 그 돈은 소송까지 가야 다툴 수 있는 돈이 됩니다.

괜찮은 분양대행사는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좋은 분양대행사도 있습니다. 이런 곳은 모르는 부분을 모른다고 말합니다. 시행사 확인이 필요한 건 확인 후 답을 줍니다. 계약서, 자금계획표, 호실별 분양가, 관리비 예상, 임대 조건을 숨기지 않습니다. 반대로 위험한 곳은 질문을 싫어합니다. 등기, 신탁, 계좌, 특약 이야기를 꺼내면 분위기를 흐린다고 말합니다. 그 순간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쪽을 택합니다.

분양은 새 물건이라 깨끗해 보입니다. 모델하우스 조명도 좋고, 상담 직원 말도 빠릅니다. 그런데 경매장에서 낙찰가 잘못 쓰면 바로 보증금이 날아가듯이, 분양계약도 첫 단추가 틀리면 빠져나오는 데 비용이 큽니다. 분양대행사를 무조건 의심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파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투자자는 사는 사람이고, 사는 사람은 끝까지 숫자와 문서로 버텨야 합니다.

저라면 상담 잘하는 직원보다 불편한 질문에 문서로 답해주는 직원을 더 믿습니다. 말이 화려한 현장일수록 계산기는 더 차갑게 두는 게 좋습니다. 현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은 대개 대단한 비법보다, 계약금 넣기 전 한 번 더 멈추는 습관으로 돈을 지킵니다.

분양대행사 말만 믿고 계약서 앞까지 갔다가 멈춘 이야기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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