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동에서 일하다 보면 의외로 단수 뒤에 배탈, 어지럼, 복약 누락으로 오시는 분들을 봅니다. 사하구 단수 소식을 보고 들어오신 분들은 아마 물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다시 나온 물을 그냥 써도 되는지부터 걱정되실 겁니다. 겁낼 일은 아니지만, 몇 가지는 미리 챙겨야 합니다. 저는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몸 상태 판단과 치료는 의사가 합니다.
단수 때 불편한 건 물 부족만이 아닙니다
단수는 관로 공사, 누수 복구, 수압 조정 같은 이유로 생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물이 끊기는 몇 시간 동안 손 씻기, 양치, 약 복용, 분유 타기, 상처 세척 같은 기본 위생이 같이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특히 더운 날에는 물을 덜 마시다가 두통, 어지럼, 변비, 소변 감소가 생기기도 합니다.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생활용수 통계에서는 사하구의 1인 1일 평균 급수량이 301L로 잡힙니다. 이만큼을 집에 쌓아두라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은 일부이고, 씻고 조리하고 화장실에 쓰는 물이 생각보다 많다는 뜻으로 보면 됩니다.
먹는 물과 생활용수는 따로 준비하세요
사하구 단수 공지를 볼 때는 날짜와 시간만 보지 말고 해당 동, 아파트, 번지, 고지대 여부를 같이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같은 괴정동, 당리동이라고 해도 일부 라인이나 일부 블록만 해당될 수 있습니다.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단수안내나 120 안내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먹는 물은 생수나 깨끗한 식품용 물통에 따로 둡니다. 성인은 하루 마시는 물만 1.5~2L 정도가 필요하고, 조리와 약 복용까지 생각하면 1인당 3L 이상이 편합니다.
- 분유, 경관식, 항생제, 당뇨약, 혈압약처럼 시간 맞춰 먹어야 하는 약이 있으면 복약용 물을 먼저 따로 빼둡니다.
- 욕조나 대야에 받은 물은 화장실, 청소, 세탁용으로만 쓰는 게 안전합니다. 마시거나 양치하는 물로 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 세제통, 페인트통, 오래 방치한 물통은 씻어도 냄새와 잔여물이 남을 수 있어 먹는 물 보관에는 맞지 않습니다.
물이 다시 나와도 첫 물은 확인이 필요합니다
부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안내에서도 급수 재개 뒤 처음 받는 물은 탁수일 수 있어 확인 후 사용하라고 안내합니다. 탁수는 관 안에 있던 침전물이나 녹 성분이 물 흐름 변화로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처음에는 찬물 쪽을 틀어 물 색이 맑아지는지 봅니다. 바로 컵에 받아 마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 노란색, 갈색, 흙냄새, 금속 맛이 있으면 음식 조리와 양치는 피하고 생활용수로도 조심해서 씁니다.
- 뜨거운 물부터 틀면 온수기나 보일러 쪽으로 탁수가 들어갈 수 있어 찬물 확인이 먼저입니다.
- 정수기나 수전 필터를 쓰는 집은 재개 직후 첫 물을 버리고, 필터 색이 갑자기 변했는지 확인합니다.
물을 끓이면 일부 세균 위험은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녹물, 흙탕물, 이상한 냄새가 나는 물을 끓인다고 모두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병원에서도 환자분들께 자주 말씀드립니다. 색과 냄새가 이상하면 끓여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깨끗한 물을 따로 쓰는 쪽이 안전합니다.
만성질환자는 단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집니다
18년 동안 내과 병동에서 본 분들 중에는 병 자체보다 생활 리듬이 깨지면서 상태가 흔들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수도 그렇습니다. 평소 건강한 분에게는 불편한 일로 지나가지만, 어르신이나 만성질환자에게는 약 복용, 식사, 탈수 문제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혈압약 중 이뇨제를 드시는 분은 땀이 많거나 식사를 못 했을 때 어지럼, 저혈압, 소변 감소를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 당뇨가 있는 분은 물을 덜 마시고 식사를 거르면 혈당이 평소와 다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소변으로 당을 배출하는 계열의 약을 복용 중이면 탈수 신호를 더 주의합니다.
- 신장질환이나 심부전으로 물 제한을 받은 분은 단수라고 해서 한꺼번에 물을 많이 마시면 안 됩니다. 평소 처방받은 범위를 기준으로 준비합니다.
- 항생제, 소염진통제, 철분제처럼 물과 함께 먹어야 속이 덜 불편한 약도 있습니다. 단수 때문에 약을 건너뛰지 않도록 작은 생수병을 약 옆에 두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아이 있는 집은 분유와 손 씻기가 먼저입니다
검진센터에서도 장염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손 위생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단수 때는 손을 대충 닦게 되고, 화장실 사용 뒤 위생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어린아이, 임산부, 면역이 약한 분이 있는 집은 먹는 물보다 더 넉넉하게 준비하는 편이 마음이 덜 급합니다.
- 분유는 정해진 농도를 지켜야 합니다. 물이 부족하다고 진하게 타거나 묽게 타면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 먹는 물 상태가 애매하면 개봉한 생수를 끓여 식힌 물이나 액상분유를 고려합니다. 미숙아나 질환이 있는 아기는 담당 의료진 안내가 우선입니다.
- 기저귀 교체 뒤에는 물티슈만으로 끝내기보다 손 세정제까지 같이 쓰는 게 낫습니다. 눈에 오염물이 보이면 먼저 닦아낸 뒤 손 소독을 합니다.
- 상처, 욕창, 장루, 요루, 소변줄 관리가 필요한 분은 탁한 수돗물로 씻기지 말고 멸균 거즈, 생리식염수, 깨끗한 물을 준비합니다.
이럴 땐 진료를 받으세요
사하구 단수 자체가 병은 아니지만, 단수 뒤 몸이 나빠지는 분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어르신은 목마름을 잘 못 느끼고, 아이는 탈수가 빨리 옵니다. 아래 상황은 집에서 버티기보다 진료가 필요한 신호로 봐야 합니다.
- 설사나 구토가 반복되고 38도 이상 열, 피 섞인 변, 심한 복통이 같이 있을 때
- 6~8시간 이상 소변이 거의 없거나, 입이 바짝 마르고 어지러워 서 있기 힘들 때
- 아기가 6시간 이상 젖은 기저귀가 없고, 눈물이 줄거나 처져 보일 때
- 당뇨 환자에서 혈당이 평소보다 많이 오르거나 떨어지고 식사를 못 할 때
- 가슴 통증, 숨참, 의식 혼란, 심한 무기력감이 있을 때
- 탁한 물을 마신 뒤 가족 여러 명이 비슷한 복통과 설사를 보일 때
단수 안내를 확인할 때 시간표만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간호사 입장에서 보면 물은 생활 편의가 아니라 복약, 위생, 탈수 예방과 바로 연결됩니다. 단수 전에는 먹는 물과 생활용수를 나누고, 재개 뒤에는 첫 물을 확인하고, 몸의 이상 신호가 이어지면 동네 의원이나 응급실 문턱을 낮추는 게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