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쿠키 기다려봤더니, 이 영화는 본편에서 이미 답을 냈다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쿠키 기다려봤더니, 이 영화는 본편에서 이미 답을 냈다

얼마 전 극장에서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을 보고 나오는데, 제 옆줄 관객들이 크레디트가 올라가자마자 서로 눈치를 보더군요. 요즘 장르 영화는 쿠키 영상이 거의 습관처럼 붙다 보니, 레지던트 이블 같은 프랜차이즈라면 더더욱 기다릴지 고민하게 됩니다.

먼저 가장 궁금한 부분부터 말하면,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엔딩 크레디트 이후 추가 장면이나 다음 편을 직접 암시하는 짧은 장면이 붙지 않습니다. 러닝타임은 약 94분이고, 국내 등급은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크레디트까지 전부 확인하는 타입이라면 음악과 분위기까지 즐기면 되지만, 쿠키만 기다리는 목적이라면 자리에서 일어나도 크게 놓치는 건 없습니다.

쿠키가 없는 대신 본편의 밀도가 높다

이 영화는 2시간 30분짜리 블록버스터처럼 세계관을 넓게 벌리는 방식이 아닙니다. 의료 택배 기사 브라이언이 한밤중 라쿤 시티 종합병원으로 향하고, 눈길 위에서 이상한 존재와 마주치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설정만 보면 익숙한 좀비 재난물 같지만, 실제 감각은 훨씬 좁고 답답합니다.

사실 이 점이 이번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선택입니다. 기존 실사 시리즈를 떠올리면 총격, 폭발, 거대한 음모, 초인적인 주인공이 먼저 생각납니다. 그런데 0번째 밤은 평범한 사람이 제한된 정보와 장비만 가진 채 밤을 버티는 쪽에 가깝습니다. 총을 잘 쏘는 영웅보다, 문을 열어도 되는지 망설이는 사람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쿠키가 없는 것도 이상하게 어울립니다. 영화가 끝난 뒤 ‘다음 떡밥’을 던지기보다, 그 밤 자체의 공포를 닫는 쪽을 택한 느낌입니다. 프랜차이즈 영화치고는 꽤 고집 있는 마무리 방식입니다. 아니, 이 단어는 피하고 싶네요. 끝맛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습니다.

기존 시리즈를 몰라도 따라갈 수 있나

가능합니다.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기존 밀라 요보비치 주연 실사 시리즈나 2021년 리부트 영화를 꼭 봐야 이해되는 구성은 아닙니다. 라쿤 시티, 감염, 병원, 정체불명의 생명체 같은 요소는 익숙하지만, 이야기는 브라이언의 시점에 단단히 묶여 있습니다.

다만 게임을 해본 관객이라면 더 재밌게 보는 지점이 있습니다. 제한된 동선,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감염자, 버릴 수 없는 작은 아이템, 불길한 문 하나를 앞에 둔 긴장감이 원작 게임의 감각과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하자드 초창기 특유의 ‘많이 죽이는 재미’보다 ‘살아 나가는 불안’ 쪽을 좋아했다면 반가울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기존 영화판의 시원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템포가 낯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시리즈 이름값으로 관객을 몰아붙이기보다, 좁은 공간에서 한 걸음씩 압박을 쌓아 올립니다. 근데 그게 꼭 단점은 아닙니다. 요즘 공포영화 중에는 설정은 크지만 실제 공포는 희미한 작품도 많은데, 이 영화는 최소한 자신이 무서워해야 할 장소를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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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객에게 잘 맞을까

이 작품은 모두에게 같은 쾌감을 주는 영화는 아닙니다. 피와 신체 훼손을 연상시키는 장면, 갑작스러운 습격, 폐쇄된 공간의 압박감이 부담스럽다면 꽤 피곤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괜히 붙은 쪽은 아닙니다.

  • 원작 게임의 생존 호러 분위기를 좋아하는 관객
  • 화려한 액션보다 좁은 공간의 긴장감을 선호하는 관객
  • 프랜차이즈를 몰라도 독립적인 공포영화처럼 보고 싶은 관객
  • 잭 크레거 감독의 불쾌한 공간 연출을 좋아하는 관객
  • 쿠키 영상보다 본편 완성도를 더 중요하게 보는 관객

개인적으로는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이름 때문에 기대치가 갈릴 작품이라고 봅니다. 누군가는 더 큰 스케일을 원할 테고, 누군가는 드디어 게임의 원초적인 긴장이 돌아왔다고 느낄 겁니다. 저는 후자에 조금 더 가깝게 봤습니다. 큰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선언보다, 하룻밤을 버티는 감각을 제대로 잡은 쪽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쿠키만 궁금해서 검색했다면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쿠키는 없습니다. 쿠키 영상 유무만 확인하려던 분이라면 여기서 답은 충분합니다. 다만 영화 자체를 볼지 말지 고민 중이라면, 이 작품을 액션 프랜차이즈의 새 장보다 ‘라쿤 시티에 잘못 들어간 보통 사람의 악몽’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94분이라는 길이도 장점입니다. 군더더기를 크게 늘리지 않고, 눈 내리는 밤과 병원이라는 제한된 무대를 끝까지 밀고 갑니다. 솔직히 모든 프랜차이즈 영화가 다음 편을 예고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도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크레디트 뒤가 아니라, 불 꺼진 본편 안에서 이미 자기 할 말을 꽤 또렷하게 해낸 영화입니다.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쿠키 기다려봤더니, 이 영화는 본편에서 이미 답을 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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