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열린수장고서 만나는 풀의 생명력

대전 열린수장고서 만나는 풀의 생명력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풀의 시간 전시 개최


대전시립미술관 야외 광장 한켠에 자리한 열린수장고는 큐브 형태의 건물 외벽이 식물 패턴으로 장식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시선을 끕니다. 수장고는 일반적으로 전시를 마친 예술 작품을 보관하는 공간이지만, 대전시립미술관은 이 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하여 작품 보존 과정과 기획 전시를 함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성민우 작가의 '풀의 시간' 기획전


현재 열린수장고 기획전시실에서는 성민우 작가의 '풀의 시간(the time of grass)' 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작가는 길가, 빈터, 하천 변 등에서 흔히 지나치는 들풀을 주제로 오랫동안 작품을 제작해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들풀은 배경이나 잡초로 여겨지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들풀이 주인공으로서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았습니다.


성민우 작가는 여러 겹의 바탕 위에 얇은 비단을 입히고 수묵과 채색 안료, 금분과 은분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섬세한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보라색 바탕 위에 그려진 풀 군락은 빛을 발하는 듯한 영롱함을 자아내며, 금빛과 은빛 선들이 풀잎 하나하나를 입체적이고 숭고한 존재로 표현합니다.


또한 초록빛 바탕의 작품들인 '풀의 초상', '풀의 정원', '오이코스_부케' 등에서는 이름 모를 풀 한 포기가 독립된 생명체로서 강인하고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얽히고설킨 풀들의 모습은 인간 사회의 다양한 관계망을 연상시키며, 서로 의지하는 군락의 모습과 사그라지는 순간조차도 영원한 흔적으로 남는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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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작품과 현대미술 보존 현장


벽면을 가득 채우는 대형 가로 작품 앞에서는 풀들의 생명력이 웅장하게 느껴집니다. 미세한 바람에도 흔들릴 듯한 가녀린 풀들이 모여 거대한 군락을 이루는 모습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새삼 일깨웁니다.


수장고 내부에서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작가의 거대한 거북선 모양 설치 작품 '프랙탈 거북선'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수백 대의 낡은 브라운관 TV와 오래된 물건들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압도적인 스케일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또한 상설 전시 'DM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6'에서는 대전시립미술관이 소장한 현대미술과 뉴미디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술관 무대 뒤에서 예술품들이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 설치 작품의 안전한 보관과 뉴미디어 작품 보존 시스템도 투명하게 공개되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일상 속 작은 생명에 대한 새로운 시선


성민우 작가의 '풀의 시간' 전시는 우리가 흔히 무심코 지나치는 들풀에 생명력과 시간을 부여하며,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고 따뜻하게 만듭니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지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이름 없는 작은 생명들로부터 위로를 받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는 예술품이 잠들고 숨 쉬는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이번 주말 방문을 통해 작은 존재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길 권합니다.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55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열린수장고서 만나는 풀의 생명력
대전 열린수장고서 만나는 풀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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