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보문산 근대식 별장 특별 개방
대전시는 시민을 위해 평소 출입이 어려웠던 근현대 건축유산을 일시적으로 개방하는 ‘대전 헤리티지 오픈하우스’ 행사를 9월 16일부터 30일까지 매주 수요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시민의 생활권 가까이에 있으나 여러 사정으로 출입이 제한됐던 대전 보문산 근대식 별장, 대흥배수지, 대흥동 뾰족집 등 3곳을 대상으로 한다.
첫 번째 행사로 대전 보문산 근대식 별장이 개방되었으며, 대전시청 문화유산과 고윤수 학예연구사의 해설과 함께 재조 일본인 스지 가문의 보문산장과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전 보문산 근대식 별장은 일제강점기 대전 지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스지 가문이 보문산에 조성한 별장이다. 아버지 스지킨노스케와 대전에서 태어난 장남 스지 마따로 2대에 걸쳐 1930년에서 1931년 겨울 사이에 완성되었다.
스지 가문은 대전 원동 일대에서 대형 양조장을 운영하며 서울과 만주까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간장 재벌로 성장했다. 보문산을 매입해 대전 최초의 계획적 조림 사업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생산된 목재와 부지 일부를 활용해 별장을 건립했다.
이 건물은 주택의 기능성, 위생, 채광, 지역적 기후를 고려한 다양한 공간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대문과 현관을 남쪽에 두고 실내형 선룸을 만들어 자연 채광을 극대화했으며, 일본식 다다미 구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한국의 혹독한 겨울을 대비해 바닥에 구들과 온돌을 설치했다.
해방 이후에는 보문사라는 사찰로 사용되었고, 2020년 대전시에 매입되었다. 한때 철거 위기에 놓였으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스지 양조장의 한국인 기술자들은 일제강점기 기술을 전수받아 해방 이후 대전 향토 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보문산 근대식 별장은 일제강점기 자본 유입과 생활양식, 한국적 기후 조건을 건축에 적용한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고윤수 학예연구사는 이 건물을 단순히 일제의 잔재나 일식 주택으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1920~1930년대 문화주택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며, 일본 주택 평면 구조에 서양 양식과 한국 기후 적응 방식이 혼합된 근대적 주거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김진송 문화비평가의 저서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의 문장을 인용하며, 보문산 근대식 별장은 전통과 현대, 한국과 일본, 서양 양식이 공존하는 특수한 근대사적 공간으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개방을 통해 보문산 근대식 별장에 담긴 한 가족의 이야기와 1920~1930년대 대전의 다채로운 근대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과거 대전과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이해하는 시선이 더해져 이 별장은 오늘날 우리에게 더욱 풍요로운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문산 근대식 별장 위치
대전광역시 중구 대사동 1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