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진 비목다방, 다방문화의 숨결

방어진 비목다방, 다방문화의 숨결

방어진 비목다방, 다방문화의 숨결

울산 동구 방어진항에는 여전히 옛 다방의 정취를 간직한 비목다방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이 세계적으로 높은 가운데, 현대적인 카페가 즐비한 골목 사이에서도 다방은 우리 생활문화의 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특히 동구 지역은 다른 곳보다 다방이 많아 그 독특한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비목다방은 방어진항 부두 인근 떡방앗간 2층에 위치해 있으며, 이름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는 달리 아늑하고 정감 어린 공간이다. 다방 이름 ‘비목’은 한국전쟁 당시 전장터의 깊은 슬픔과 고뇌를 담은 가곡에서 따온 것으로, 이 지역과는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주지만 그만큼 의미가 깊다.

다방 내부는 2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아담한 규모로, 바다를 향한 큰 창문을 통해 자연 채광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들어온다. 주인은 1999년 울산에 와 다방업을 시작했으며, 비목다방은 4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추정된다. 다방들은 대체로 큰 투자를 하지 않고 운영되는데, 이는 사장님들의 연령과 다방업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방어진은 멸치잡이 철인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약 5개월간 전국에서 1만 8천여 명의 선원이 몰려드는 어업의 중심지다. 이 시기 다방들은 선원들로 붐비며 매출이 크게 증가한다. 특히 만선으로 입항했을 때 선원들의 씀씀이가 커 다방 영업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반면, 기상악화로 출항하지 못하는 날에는 선원들이 다방을 찾는 경우가 많아 다방 사장님들의 영업 수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방어진항의 옛 방파제는 활어가 바로 내려지는 활기찬 장소였으나 현재는 흔적만 남아 있다. 그 시절 비목다방은 방어진항 입구의 시외버스 종점 다방보다 매출이 높았던 호시절을 누렸다.

비목다방 사장님은 다방업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아침이면 습관처럼 문을 연다”고 말하며, 다방 영업이 계절에 따라 재미가 다르다고 전했다. 멸치잡이 철에는 다방들이 손님맞이에 분주해지며, 이 시기의 매출이 나머지 기간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비록 다방 이름 ‘비목’의 유래에 대해 사장님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지만, 이곳은 방어진항을 찾는 이들에게 여전히 특별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 바다와 어우러진 다방의 풍경 속에서 한 잔의 커피는 오랜 세월의 추억과 지역사회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울산 동구 방어진항의 비목다방은 다방문화의 소중한 흔적을 간직한 채,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방어진 비목다방, 다방문화의 숨결
방어진 비목다방, 다방문화의 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