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추락사 유족이 KBS에 답을 요구한 뒤, 드라마 보는 마음이 달라졌다

부산 추락사 유족이 KBS에 답을 요구한 뒤, 드라마 보는 마음이 달라졌다

얼마 전 KBS 저녁 일일드라마 관련 소식을 따라가다가, 작품 이야기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청원을 봤다. 부산 오피스텔 추락사 유족이 KBS에 답을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보통 드라마 이슈라고 하면 배우 교체, 시청률, 막장 전개, 커플 서사 같은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번 건은 그런 가벼운 수다로만 넘기기 어려웠다.

드라마를 정주행하다 보면 화면 안 인물의 감정에는 쉽게 몰입한다. 그런데 화면 밖에서 실제 유족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시청자의 마음은 갑자기 다른 층위로 넘어간다. 누군가는 작품과 배우 개인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공영방송이라면 더 섬세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솔직히 양쪽 모두 쉽게 잘라 말하기 어렵다.

유족이 KBS에 물은 내용

이 청원은 2026년 9월 3일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제목은 부산 오피스텔 추락사 유가족임을 밝히는 내용이었고, 확인 당시 동의 수는 1260명으로 표시됐다. KBS 시청자청원은 일정 기간 안에 1000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답변 요건을 채우는 방식이라, 이 청원 역시 공식 답변 대상이 됐다.

유족은 2024년 1월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2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과 교제 폭력으로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해 왔다. 이 사건에서 전 남자친구는 스토킹, 협박, 퇴거불응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여러 보도에서는 1심과 2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고 전했다.

이번 청원에서 유족이 KBS에 물은 지점은 따로 있었다. 유족은 가해자의 가족이 KBS 저녁 일일드라마에 출연 중이라고 주장하며, KBS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공영방송사로서 어떤 책임 있는 대처를 할 것인지 입장을 요구했다. 그러니까 단순히 누군가를 하차시키라는 분노만이 아니라, 방송사가 이 고통을 어떤 언어로 받아들일 것인지 묻는 성격이 강했다.

  • 청원 시작일은 2026년 9월 3일이었다.
  • KBS 게시판 확인 당시 동의 수는 1260명으로 표시됐다.
  • KBS는 2026년 9월 16일 공식 답변을 냈다.
  • 쟁점은 출연자 본인이 아닌 가족 관계를 이유로 조치할 수 있는지였다.

KBS 답변이 남긴 온도 차

KBS의 답변은 비교적 분명했다. 프로그램 캐스팅 때 출연자 본인의 범죄 이력이나 사회적 물의 여부는 검증하지만, 출연자의 가족까지 사전 검증하지는 않으며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는 취지였다. 또 헌법상 자기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언급하며,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도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적으로만 보면 이 답은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다. 방송사가 출연자의 가족관계 전체를 조사하기 시작하면 기준도 모호해지고, 사생활 침해 논란도 따라올 수 있다. 누군가의 가족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직업 활동을 곧장 제한하는 방식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이 지점은 나도 꽤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족이 느낀 고통은 법률 문장만으로 다 받아내기 어렵다. KBS의 답변은 논리는 있었지만, 감정의 자리는 좁게 느껴졌다. 공영방송이 할 수 없는 일을 설명하는 것과,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을 어떻게 기억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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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불편해지는 진짜 이유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 이슈가 꽤 복잡하게 다가온다. 배우가 범죄 당사자가 아니라면 작품에서 배제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이 생긴다. 동시에 유족이 매일 TV 화면에서 그 관계를 떠올려야 한다면, 그 고통을 시청자가 모른 척해도 되는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작품과 현실을 어디까지 분리할 수 있을까

우리는 평소에도 배우의 사생활, 제작진의 논란, 방송사의 태도 때문에 작품을 보는 마음이 바뀌는 경험을 한다. 특히 일일드라마는 집 안 TV에서 반복적으로 틀어지는 장르다. OTT처럼 내가 골라서 한 번 보는 콘텐츠와 달리, 저녁 시간대 공중파 드라마는 훨씬 생활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유족의 고통도 더 직접적으로 상상된다.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의 무게

KBS가 법적 원칙을 말한 건 이해된다. 하지만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은 늘 조금 더 무겁다. 시청자가 요구하는 건 무조건적인 처벌이나 배제가 아닐 수 있다. 최소한 이 사안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피해자 보호와 스토킹 범죄 인식 개선을 위해 방송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까지 이어지는 답을 기대했을 가능성이 크다.

  • 출연자 검증 범위를 어디까지 둘 것인가.
  • 유족의 고통을 방송사가 어떤 방식으로 응답할 것인가.
  • 작품 소비와 현실 윤리를 완전히 나눌 수 있는가.
  • 공영방송의 답변은 법적 설명만으로 충분한가.

드라마 리뷰어로서 걸렸던 장면

나는 드라마를 볼 때 인물의 사연을 꽤 오래 붙잡고 보는 편이다. 악역이 왜 무너졌는지, 피해자가 왜 침묵했는지, 가족들이 왜 뒤늦게 후회하는지 같은 걸 계속 곱씹는다. 그런데 현실의 사건 앞에서는 드라마식 카타르시스가 통하지 않는다. 현실에는 작가가 준비한 사이다 장면도, 다음 회 예고도 없다.

이번 KBS 답변을 보며 가장 걸렸던 건 바로 그 부분이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는 원칙은 중요하다. 동시에 유족의 질문이 단순한 분풀이로만 읽혀서도 안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도 세상이 너무 멀쩡하게 굴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 유족은 방송사라는 커다란 창구를 향해 자신의 고통이 보이느냐고 물은 셈이다.

그래서 이 사안은 특정 배우의 출연 여부만으로 소비되기엔 너무 무겁다. 드라마는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장르이고, 방송은 그 감정이 현실과 부딪힐 때 더 조심스럽게 말해야 한다. KBS가 내놓은 답은 법적으로는 선명했지만, 시청자 마음속에 남은 질문까지 지우지는 못했다. 화면 안 이야기가 아무리 진해도, 화면 밖 목소리가 지워진 듯 느껴지면 몰입은 예전처럼 순하게 이어지기 어렵다.

부산 추락사 유족이 KBS에 답을 요구한 뒤, 드라마 보는 마음이 달라졌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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