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맥도날드에서 맥도날드 고추장버터 먹어봤더니, 줄보다 오래 남은 건 소스 향이었다

동네 맥도날드에서 맥도날드 고추장버터 먹어봤더니, 줄보다 오래 남은 건 소스 향이었다

얼마 전 비가 살짝 그친 오후, 붐비는 번화가 대신 집 근처 골목 끝 맥도날드에 들렀다. 새로 나온 맥도날드 고추장버터가 궁금하긴 했지만, 사실 더 궁금했던 건 유행 메뉴가 조용한 동네 매장에서는 어떤 표정으로 놓이는지였다. 오후 3시 20분쯤이라 점심 손님은 빠지고, 창가 자리에는 노트북을 편 사람 한 명, 아이스크림을 먹는 학생 둘, 그리고 우산을 접어 둔 동네 어른 한 분이 있었다.

관광지 맛집처럼 입구에서부터 기대가 부풀어 오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주문 번호가 울리고, 감자튀김 냄새가 천천히 퍼지고, 바깥 도로에서는 버스가 한 대씩 지나갔다. 그런데 이런 시간이 좋다. 여행이 꼭 먼 곳으로 떠나는 일만은 아니니까. 익숙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낯선 메뉴 하나를 앞에 두면, 동네 풍경이 잠깐 다른 각도로 보인다.

붐비는 시간 피해서 먹은 고추장버터 첫인상

한국맥도날드 공식 메뉴 안내 기준으로 고추장버터 메뉴는 맥크리스피와 맥스파이시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뉜다. 맥크리스피 고추장 버터 세트는 100% 통닭다리살 케이준 치킨 패티에 고추장 버터 소스를 더한 구성이고, 맥스파이시 고추장 버터 세트는 쌀가루로 바삭함을 낸 100% 닭가슴살 패티에 같은 소스를 얹은 쪽이다. 세트 열량은 맥크리스피가 991~1130kcal, 맥스파이시가 988~1127kcal로 안내되어 있었다.

나는 맥크리스피 쪽을 먼저 골랐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매운맛이 먼저 치고 올라오기보다, 버터의 둥근 고소함이 입 안을 살짝 감싼 뒤 고추장의 단맛과 매콤함이 늦게 따라왔다. 고추장이라 해서 분식집 떡볶이처럼 바로 빨갛게 밀고 들어오는 맛은 아니었다. 오히려 치킨 패티의 기름기와 소스가 붙으면서, 매운 양념 치킨을 버거 형태로 조금 얌전하게 만든 느낌에 가까웠다.

맥크리스피와 맥스파이시, 같은 소스인데 꽤 다르다

근데 같은 맥도날드 고추장버터라도 패티가 바뀌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맥크리스피는 닭다리살 특유의 촉촉함이 있어서 소스가 부드럽게 묻어났다. 콜비잭 치즈가 들어가서인지 끝맛도 생각보다 매끈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도 음료를 곁들이면 천천히 먹을 수 있는 정도였다.

맥스파이시는 조금 더 또렷했다. 기존 맥스파이시 계열의 매운 패티 위에 고추장버터가 올라가니, 소스의 고소함보다는 매운 기운이 앞에 선다. 바삭함은 좋지만 닭가슴살 패티라 식감이 단단하게 느껴지고, 그 덕분에 버거 전체가 조금 더 직선적인 맛으로 간다. 솔직히 조용한 오후에 천천히 먹기에는 맥크리스피가 더 어울렸고, 배고픈 날 짧게 치고 빠지는 식사라면 맥스파이시 쪽이 낫겠다 싶었다.

  • 부드러운 맛을 원하면 맥크리스피 고추장 버터가 편하다.
  • 매운맛이 또렷한 쪽을 원하면 맥스파이시 고추장 버터가 맞다.
  • 감자튀김에는 별도 고추장버터 소스를 곁들이면 맛의 방향이 더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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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매장에서 먹으니 보인 것들

유명 협업 메뉴는 보통 사람 많은 매장, 큰 전광판, 빠른 인증 사진 쪽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나는 이런 메뉴일수록 동네 매장에서 먹는 재미가 있다고 느낀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는 커피만 마시고, 누군가는 해피밀 장난감을 확인하고, 누군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잠깐 들어온다. 그 사이에 신메뉴를 먹으면 유행이 조금 덜 요란하게 지나간다.

이날 매장은 대략 40석 남짓한 규모였고, 내가 머문 35분 동안 손님은 10명 안팎으로 오갔다. 키오스크 앞에 줄이 길게 생기지 않아 메뉴명을 천천히 읽을 수 있었고, 햄버거를 받고 나서도 사진을 찍느라 눈치 볼 일이 없었다. 유명 관광지 근처 매장이었다면 같은 메뉴라도 훨씬 정신없었을 것 같다. 음식 맛은 같아도 먹는 장면이 달라지면 기억도 달라진다.

가는 길보다 머문 시간이 더 좋았던 오후

찾아가는 길은 별것 없었다. 큰길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면 학원 간판과 세탁소, 작은 약국이 이어지고 그 끝에 매장이 있었다. 이런 동선은 여행지의 명소 지도에는 잘 남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길을 좋아한다. 누가 일부러 꾸며 놓지 않은 생활의 간격이 있고, 그 사이에 잠깐 앉아 있는 시간이 편하다.

맥도날드 고추장버터는 엄청난 반전을 주는 맛이라기보다, 익숙한 치킨버거에 한국적인 양념의 결을 살짝 더한 메뉴에 가까웠다. 고추장의 존재감은 분명하지만 과하게 튀지 않고, 버터는 매운맛을 둥글게 눌러 준다. 다만 소스가 달고 진한 편이라 콜라보다 제로 음료나 아메리카노가 더 잘 맞을 수도 있겠다.

조용히 먹고 싶다면 시간대가 꽤 중요하다

사람 적은 분위기를 원한다면 점심 직후나 저녁 직전이 괜찮다. 내가 갔던 오후 3시대는 직원들도 조금 숨을 고르는 시간처럼 보였고, 매장 안 소리도 낮았다. 신메뉴가 궁금해서 가는 길이라면 굳이 가장 붐비는 시간에 맞출 필요는 없다. 매장별 판매 상황과 가격은 달라질 수 있으니 주문 전 키오스크나 앱 화면에서 확인하는 편이 마음 편하다.

나에게 이날의 기억은 버거보다 창밖에 더 오래 남았다. 젖은 보도블록, 천천히 식어 가는 감자튀김, 고추장버터의 달고 매운 향, 그리고 아무도 서두르지 않던 오후의 공기. 멀리 가지 않아도 낯선 맛 하나가 하루의 결을 살짝 바꿔 줄 때가 있다. 그런 작은 변화 때문에 나는 아직도 동네 골목을 여행처럼 걷는다.

동네 맥도날드에서 맥도날드 고추장버터 먹어봤더니, 줄보다 오래 남은 건 소스 향이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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