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퇴직연금 시작 전 가계부에 꼭 넣어볼 5가지 숫자

IRP퇴직연금 시작 전 가계부에 꼭 넣어볼 5가지 숫자

지난달 가계부를 넘기다가 IRP퇴직연금 납입액을 다시 봤습니다.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받는 맛이 분명히 있는데, 매달 빠져나가는 돈이 생활비를 누르면 그 순간부터 좋은 제도도 부담이 되더라고요.

IRP퇴직연금은 퇴직금만 담아두는 계좌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가계에서는 노후자금 통장과 절세 통장 역할을 같이 합니다. 다만 이름에 퇴직이 들어간 만큼 돈의 성격이 조금 무겁습니다. 넣기 전보다 뺄 때 더 신중해야 하는 계좌입니다.

1. 연 900만원보다 월 현금흐름이 먼저입니다

국세청 안내 기준으로 연금계좌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는 연금저축 600만원, 퇴직연금 포함 900만원 구조입니다. IRP만으로도 연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한도를 채울 수 있지만, 가계부에서는 연 900만원보다 월 75만원이라는 숫자가 먼저 보입니다.

월 75만원은 적은 돈이 아닙니다. 식비 80만원인 집에서는 거의 한 달 식비이고, 아이 학원비가 있는 집에서는 과목 하나를 넘는 돈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IRP퇴직연금을 볼 때 최대 한도부터 채우기보다 월 25만원, 30만원, 50만원을 먼저 적어봅니다.

  • 월 25만원 납입: 연 300만원
  • 월 50만원 납입: 연 600만원
  • 월 75만원 납입: 연 900만원

총급여 5,500만원 이하라면 지방소득세까지 감안해 16.5% 수준으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 300만원을 넣으면 세금 부담이 약 49만5천원 줄어드는 식입니다. 다만 이미 낼 세금이 적은 사람은 이 숫자가 그대로 통장에 들어오는 느낌과 다를 수 있습니다.

2. 세액공제는 보너스, 납입액은 고정비입니다

IRP퇴직연금의 장점은 눈에 잘 보입니다. 연 900만원을 꽉 채웠을 때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구간은 약 148만5천원, 그보다 높은 구간은 약 118만8천원까지 세금 부담을 줄이는 계산이 나옵니다. 숫자만 보면 꽤 큽니다.

그런데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면 세액공제보다 더 강한 것이 매달의 고정비라는 걸 알게 됩니다. 월 75만원을 자동이체로 걸어두고 카드값 때문에 마이너스통장을 쓰면, 절세로 아낀 돈보다 이자와 스트레스가 먼저 쌓입니다.

제가 쓰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 비상금 3개월치가 없으면 월 10만~20만원부터 시작
  • 카드값을 다음 달 월급으로 막고 있다면 증액 보류
  • 상여금이 있는 달에 추가 납입으로 한도 보완
  • 연말에 몰아넣기보다 월 납입으로 생활비 흔들림 줄이기

IRP는 잘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 유지하는 쪽이 더 중요합니다. 1년 크게 넣고 해지하는 계좌보다, 작게 넣어도 10년 버티는 계좌가 가계에는 더 현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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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도해지는 생각보다 아깝습니다

IRP퇴직연금은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운용수익을 중도에 꺼낼 때 세금이 붙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활비 통장, 비상금 통장, IRP 통장을 같은 무게로 보면 안 됩니다. IRP에 들어간 돈은 당장 쓸 돈이 아니라 나중의 나에게 넘겨둔 돈에 가깝습니다.

퇴직금을 IRP로 받은 경우도 비슷합니다. 고용노동부 설명처럼 IRP는 이직이나 퇴직 때 받은 퇴직급여를 한 계좌에 모아 노후재원으로 활용하는 장치입니다. 퇴직 직후에는 목돈이 생긴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다음 소득 공백을 지나가게 해주는 다리일 때가 많습니다.

가계부에서는 IRP 잔액을 자산으로 적되, 생활비로 바로 쓸 수 있는 돈과는 따로 표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저는 현금성 자산 칸에 넣지 않고 노후자산 칸에 따로 둡니다. 그래야 잔고가 커 보여서 지출을 늘리는 착시가 줄어듭니다.

4. 상품 선택은 수익률보다 비중부터 봅니다

IRP퇴직연금 안에서는 예금 같은 원리금보장 상품도 고를 수 있고, 펀드나 ETF처럼 가격이 움직이는 상품도 고를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고용노동부 안내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퇴직연금은 상품별 편입 한도와 규칙이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인기 상품 하나를 고르는 방식보다는 내 생활 안정성과 투자 성향을 같이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40대 맞벌이 가구인데 주택대출이 있고 아이 교육비가 크다면, IRP 안에서도 전부 공격적으로 가져가기보다 원리금보장 상품과 투자상품을 나눠 담는 편이 마음이 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30대이고 비상금이 충분하며 장기 투자를 견딜 수 있다면 투자상품 비중을 조금 더 둘 여지도 있습니다.

  • 3년 안에 큰돈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면 보수적으로
  • 원금 손실에 잠을 못 자는 성향이면 예금 비중 높게
  • 장기 투자 경험이 있으면 적립식 상품 일부 활용
  • 수수료와 운용보수는 가입 전에 꼭 확인

수익률 1~2% 차이도 오래 가면 크지만, 불안해서 중간에 깨는 손실은 더 큽니다. 내 성향에 맞는 비중을 잡는 것이 생각보다 돈을 지키는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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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리 집 방식으로 납입액을 정합니다

제가 권하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먼저 최근 3개월 가계부에서 남는 돈의 평균을 냅니다. 그다음 그 금액의 절반만 IRP퇴직연금 후보로 둡니다. 평균 잔액이 월 40만원 남는 집이라면 처음부터 40만원을 넣지 않고 20만원 정도로 시작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갑자기 병원비가 나오거나 경조사가 몰려도 계좌를 흔들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6개월 동안 무리 없이 유지되면 5만원씩 올립니다. 절세는 속도전이 아니라 반복에 가까워서, 생활비를 망가뜨리지 않는 납입액이 결국 가장 오래 갑니다.

IRP퇴직연금은 돈을 묶는 계좌라서 답답한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답답함이 때로는 장점이 됩니다. 쉽게 꺼내 쓰지 못하니 남고, 남으니 시간이 붙고, 시간이 붙으니 노후자금이라는 이름이 조금씩 현실이 됩니다. 가계부를 오래 써보니 큰 결심보다 자동이체 20만원을 오래 지키는 힘이 더 자주 잔고를 바꿨습니다.

IRP퇴직연금 시작 전 가계부에 꼭 넣어볼 5가지 숫자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