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수납장 맞춤하려면 이렇게, 평수보다 동선부터 재는 방법

1
주방수납장 맞춤하려면 이렇게, 평수보다 동선부터 재는 방법

얼마 전 24평 아파트 주방을 손보러 갔는데, 수납장이 부족한 집이 아니라 손이 닿는 곳에 필요한 물건이 없는 집이었습니다. 상부장 안쪽에는 1년에 두 번 쓰는 찜기가 있고, 조리대 아래 첫 칸에는 배달 젓가락과 안 쓰는 텀블러가 섞여 있었죠. 주방수납장 맞춤은 예쁜 문짝을 고르는 일보다 먼저, 이 집에서 밥이 만들어지는 순서를 읽는 일에 가깝습니다.

주방수납장 맞춤 전, 먼저 재야 할 것은 폭보다 동선

많은 분들이 처음부터 가로 몇 센티, 세로 몇 센티를 묻습니다. 물론 치수는 중요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오래 편한 주방은 ‘냉장고에서 꺼내고, 씻고, 썰고, 익히고, 담는’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이 흐름 안에 수납장을 맞춰야 매일 덜 피곤합니다.

예를 들어 2인 가구라면 조리대 폭 90cm만 확보돼도 평일 식사는 꽤 여유롭습니다. 대신 그 아래에는 칼, 도마, 믹싱볼, 자주 쓰는 팬이 들어가야 합니다. 반대로 홈파티를 자주 하는 집은 접시와 컵의 양이 늘어나니 식탁 가까이에 낮은 수납장을 두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상부장에 예쁜 그릇을 몰아넣으면 꺼내는 순간부터 일이 됩니다.

  • 냉장고 옆: 장 본 식재료를 잠깐 올릴 자리
  • 싱크대 아래: 세제, 여분 수세미, 종량제 봉투
  • 조리대 아래: 칼, 도마, 볼, 팬처럼 손이 자주 가는 도구
  • 인덕션 또는 가스레인지 옆: 오일, 소금, 집게, 국자
  • 식탁 가까운 곳: 컵, 앞접시, 냅킨, 아이 식기

상부장과 하부장, 돈을 다르게 써야 합니다

같은 예산이라면 저는 문짝 마감보다 하부장 구조에 돈을 먼저 씁니다. 상부장은 눈에 많이 보이니 욕심이 생기지만, 실제 노동을 줄이는 건 허리 아래 공간입니다. 특히 깊은 하부장을 여닫이로 만들면 안쪽 물건은 금세 잊힙니다. 꺼내기 귀찮아지면 결국 조리대 위로 올라오고, 주방은 다시 복잡해집니다.

하부장은 가능하면 서랍형 비율을 높이는 게 좋습니다. 폭 60cm 서랍 하나에는 프라이팬 3개, 냄비 2개, 뚜껑 꽂이까지 들어갑니다. 같은 폭의 여닫이장보다 꺼내는 속도가 빠르고, 허리를 덜 숙입니다. 다만 무조건 전부 서랍으로 가면 비용이 확 뛰니 자주 쓰는 구간에만 배치하는 식이 현실적입니다.

상부장은 가벼운 물건, 하부장은 무거운 물건

상부장에는 가벼운 컵, 밀폐용기, 건식 재료가 맞습니다. 무거운 냄비나 큰 접시를 위로 올리면 꺼낼 때마다 어깨가 긴장합니다. 10년 넘게 집을 보면서 느낀 건, 위험하고 불편한 수납은 결국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쁘게 넣어도 몸이 싫어하면 다시 밖으로 나옵니다.

광고

맞춤 제작 전에 버릴 것과 남길 것을 숫자로 봅니다

주방수납장 맞춤 견적을 받기 전에는 물건을 종류별로 꺼내 숫자를 세는 게 좋습니다. 냄비 7개, 팬 5개, 컵 18개, 텀블러 9개처럼 적어보면 답이 빨리 나옵니다. ‘언젠가 쓸 것’은 공간을 가장 조용하게 잡아먹습니다. 특히 사은품 컵, 뚜껑 없는 용기, 코팅 벗겨진 팬은 새 수납장 안에 들어가도 생활을 편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자주 쓰는 기준은 최근 3개월입니다. 3개월 안에 한 번도 쓰지 않은 조리도구는 가장 좋은 자리를 줄 이유가 없습니다. 명절용 큰 냄비처럼 꼭 필요한 물건은 상부장 맨 위나 팬트리 하단처럼 사용 빈도가 낮은 곳으로 보내면 됩니다. 매일 쓰는 물건과 일 년에 두 번 쓰는 물건이 같은 높이에 있으면 주방은 금방 피곤해집니다.

  • 매일 쓰는 물건: 허리부터 눈높이 사이
  • 주 1~2회 쓰는 물건: 아래 깊은 서랍 또는 상부장 첫 칸
  • 월 1회 이하 물건: 상부장 위쪽, 팬트리 안쪽
  • 손님용 식기: 식탁 주변 낮은 장 또는 별도 장식장

좁은 주방일수록 깊이와 손잡이가 중요합니다

6평 이하 주방에서는 수납장을 많이 짜는 것보다 통로 폭을 지키는 게 우선입니다. 싱크대와 맞은편 수납장 사이가 90cm 아래로 줄면 문을 열고 사람이 지나가기 어렵습니다. 냉장고 문, 식기세척기 문, 하부 서랍이 동시에 열리는 상황도 생각해야 합니다. 도면에서는 괜찮아 보였는데 실제로는 몸이 비켜서야 하는 집이 꽤 많습니다.

손잡이도 작아 보이지만 생활감에 영향을 줍니다. 돌출 손잡이는 잡기 편하지만 좁은 주방에서는 옷이나 허리에 걸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완전한 푸시형은 깔끔하지만 손에 물기가 있을 때 자국이 잘 남습니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푸시형 하부장이 장난감처럼 열릴 수도 있고요. 저는 좁은 주방에는 상부장은 푸시형, 하부장은 얕은 매입 손잡이를 자주 권합니다.

코너장은 욕심내면 돈이 새기 쉽습니다

ㄱ자 주방의 코너 공간은 늘 아깝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회전 선반이나 특수 하드웨어를 넣고 싶어지죠. 그런데 비용 대비 만족도가 집마다 크게 갈립니다. 양념병과 작은 냄비가 많은 집은 편하지만, 큰 냄비 위주인 집은 오히려 구조물이 거슬릴 수 있습니다. 코너에는 자주 쓰지 않는 큰 물건을 넣고, 매일 쓰는 도구는 직선 구간 서랍에 두는 편이 더 단순합니다.

광고

조명과 콘센트까지 같이 잡아야 오래 편합니다

주방수납장 맞춤을 할 때 조명과 콘센트를 나중으로 미루면 아쉽습니다. 상부장 아래 조명 하나만 있어도 칼질할 때 그림자가 줄고, 밤에 물 마시러 나왔을 때 전체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됩니다. 색온도는 너무 하얀 것보다 3500K 전후가 음식 색을 자연스럽게 보여줘서 집 주방에는 편안합니다.

콘센트는 최소 3곳을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전기포트와 커피머신 자리, 믹서나 에어프라이어를 잠깐 쓰는 자리, 로봇청소기나 무선청소기 충전 자리입니다. 요즘은 소형 가전이 늘어서 조리대 위 멀티탭이 금방 지저분해집니다. 수납장 안쪽에 콘센트를 숨기면 충전기와 선이 밖으로 덜 나옵니다.

  • 조리대 위 콘센트: 물 튐을 피해 싱크볼과 거리를 둡니다
  • 가전 수납장 안 콘센트: 열 배출 공간을 같이 봅니다
  • 상부장 하단 조명: 손 그림자가 생기는 위치를 피합니다
  • 분리수거장 근처: 음식물 처리기 사용 여부를 확인합니다

주방은 사진 한 장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공간입니다. 같은 30평대라도 집밥을 자주 하는 집, 커피만 내려 마시는 집, 아이 도시락을 챙기는 집의 수납장은 달라야 합니다. 저는 주방수납장 맞춤을 계획할 때 ‘더 많이 넣는 장’보다 ‘덜 꺼내도 되는 장’을 좋은 기준으로 봅니다. 손이 가는 자리에 필요한 것이 있고, 무거운 물건이 낮게 있고, 조리대 위가 비어 있으면 주방은 꽤 오래 단정하게 유지됩니다. 결국 좋은 수납장은 생활을 꾸미는 물건이 아니라 생활을 덜 방해하는 배경에 가깝습니다.

주방수납장 맞춤하려면 이렇게, 평수보다 동선부터 재는 방법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