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근 무대를 다시 봤더니, ‘내 나이가 어때서’가 오래 가는 이유가 보였다

오승근 무대를 다시 봤더니, ‘내 나이가 어때서’가 오래 가는 이유가 보였다

얼마 전 가족 모임에서 누가 노래방 리모컨을 잡자마자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를 눌렀는데, 신기하게도 앞부분만 나와도 테이블 분위기가 바로 풀리더라고요. 트로트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도 이 노래는 알고, 부모님 세대는 거의 반사적으로 따라 부릅니다. 그래서 오승근을 단순히 “그 노래 부른 가수”로만 보기엔 조금 아깝습니다.

오승근은 한 곡짜리 가수가 아니었다

오승근을 떠올리면 대부분 2012년에 발표된 ‘내 나이가 어때서’부터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의 음악 이력은 훨씬 오래전부터 이어졌습니다. 1960년대 후반 그룹 활동으로 시작했고, 1970년대에는 금과은 시절의 ‘빗속을 둘이서’ 같은 곡으로 대중가요 팬들에게 이름을 남겼죠.

이 흐름이 꽤 흥미로운 게, 처음부터 우리가 아는 트로트 이미지로 출발한 가수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포크와 팝 감성이 있던 시기를 지나, 솔로 활동과 성인가요 무대로 건너오면서 목소리의 쓰임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오승근의 무대를 보면 트로트 특유의 꺾기만 앞세우기보다, 가사를 또박또박 건네는 쪽에 더 강점이 있어요.

‘내 나이가 어때서’는 왜 이렇게 오래 불릴까

사실 ‘내 나이가 어때서’는 제목부터 치트키입니다. 누가 들어도 바로 따라 할 수 있고, 메시지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나이 들었다고 마음까지 접을 필요는 없잖아”라는 정서가 아주 직선적으로 들어오거든요.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인이 즐겨 부르는 노래 상위권에 오른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노래방 기준으로 보면 더 확실합니다. 고음으로 몰아붙이지 않아도 되고, 분위기를 너무 처지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중장년층 모임에서는 자기 고백처럼 들리고, 젊은 층에게는 부모님 세대의 유쾌한 선언처럼 들립니다. 세대별로 받아들이는 맛이 다르다는 게 이 곡의 큰 힘이에요.

  • 가사가 쉽고 반복 구간이 강하다
  • 웃으며 부를 수 있지만 속에는 쓸쓸함도 있다
  • 행사장, 예능, 가족 모임 어디에 놔도 어색하지 않다
  • 가수의 실제 연륜과 노래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겹친다
광고

방송에서 볼 때 더 잘 보이는 관전 포인트

오승근 무대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압도하는 쪽은 아닙니다. 대신 카메라가 얼굴을 오래 잡았을 때 힘이 생겨요. 웃는 표정으로 노래하지만, 묘하게 지나온 시간이 느껴지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가요무대’ 같은 프로그램에서 특히 잘 맞습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무대보다, 노래 한 곡을 천천히 듣는 포맷에서 장점이 또렷해집니다.

예능 관점으로 보면 캐릭터도 선명합니다. 억지로 젊은 척하지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무겁게만 가지도 않습니다. “나 아직 노래한다”는 태도가 과장 없이 전달되는 편이라, 보는 사람이 부담 없이 따라가게 됩니다. 솔직히 요즘 예능에서 이런 결의 출연자는 귀합니다. 자극적인 입담보다 오래 버틴 사람의 리듬이 더 크게 들릴 때가 있거든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

물론 모든 사람이 오승근 무대를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가 워낙 강해서 다른 곡이 상대적으로 묻히는 느낌이 있고, 트로트 특유의 반복 구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조금 단조롭게 들릴 수 있습니다. 저도 여러 무대를 연속으로 보면 선곡의 폭이 더 넓었으면 싶을 때가 있어요.

근데 이건 단점만은 아닙니다. 대표곡이 너무 강한 가수에게 늘 따라붙는 숙제에 가깝습니다. 조용필에게 특정 곡을 기대하고, 나훈아에게 특정 분위기를 기대하듯이, 오승근에게는 ‘내 나이가 어때서’의 에너지를 기다리는 관객이 많습니다. 그 기대를 매번 비슷하게 만족시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김자옥과 함께 떠올리게 되는 서사

오승근을 이야기할 때 배우 고 김자옥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방송과 인터뷰에서 여러 번 언급됐고, 특히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부르게 된 과정에도 아내의 권유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알려져 있습니다. 이 지점 때문에 노래가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사적인 기억까지 품은 곡처럼 들립니다.

김자옥이 세상을 떠난 뒤 오승근이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은 대중에게 꽤 깊게 남았습니다. 슬픔을 크게 전시하기보다, 노래 안에 눌러 담는 방식에 가까웠거든요. 그래서 그의 무대를 볼 때는 “잘 부른다”보다 “버티며 부른다”는 느낌이 먼저 올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게 오승근이라는 가수의 현재형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주행하듯 관련 무대와 인터뷰를 이어 보면, 오승근은 한 시대의 유행가수이면서 동시에 중장년 예능과 음악 방송이 왜 여전히 필요한지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새롭고 빠른 것만 남는 판에서, 오래된 노래가 어느 날 다시 사람들 입에 붙는 순간이 있잖아요. 오승근의 노래는 딱 그 순간을 믿게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오승근 무대를 다시 봤더니, ‘내 나이가 어때서’가 오래 가는 이유가 보였다 - 요약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