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사무실에 부모님이 자녀 전세자금으로 1억 5천만 원을 보냈다는 상담이 들어왔습니다. 가족끼리 보낸 돈이라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자녀 명의 전세계약서와 계좌이체 내역이 남으니 증여세 신고 여부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증여세는 어려운 계산보다 날짜, 관계, 증빙에서 많이 틀립니다. 2026년 현재 일반 증여 기준으로 보면,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와 언제 받았는지가 먼저입니다.
1. 증여세는 준 사람이 아니라 받은 사람이 신고합니다
증여세 납세의무자는 재산을 받은 사람, 즉 수증자입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보냈다면 자녀가 신고합니다. 배우자에게 아파트 지분을 넘겼다면 배우자가 신고합니다. 사무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부모님이 내주시면 안 되나요”인데, 세금 부담 자체는 받은 사람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신고기한도 착각이 많습니다.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입니다. 예를 들어 2026년 3월 5일에 증여받았다면 2026년 6월 30일까지입니다. 3월 5일부터 3개월이 아닙니다. 기한 마지막 날이 토요일, 공휴일, 근로자의 날이면 다음 영업일까지로 밀립니다.
- 신고 의무자: 재산을 받은 사람
- 신고기한: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 기한 내 신고 시: 신고세액공제 3% 적용 가능
- 기한을 넘기면: 신고세액공제는 못 받고 가산세 문제가 생길 수 있음
2. 공제는 10년 단위로 봐야 합니다
증여재산공제는 한 번 줄 때마다 새로 생기는 공제가 아닙니다. 10년간 누계한도입니다. 그래서 올해 5천만 원을 받고 3년 뒤 다시 5천만 원을 받으면, 두 번째 5천만 원이 그대로 공제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2026년 현재 일반적인 증여재산공제는 배우자 6억 원, 직계존속 5천만 원, 미성년자가 직계존속에게 받는 경우 2천만 원, 직계비속 5천만 원, 기타 친족 1천만 원입니다. 기타 친족은 6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 범위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나 지인에게 받는 돈은 별도 공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부모에게 받는 돈의 흔한 계산
성인 자녀가 부모에게 2026년에 1억 5천만 원을 받았고 최근 10년간 다른 증여가 없다면, 5천만 원을 공제한 1억 원이 과세표준입니다. 1억 원 이하 구간 세율은 10%라 산출세액은 1천만 원이고, 기한 내 신고하면 신고세액공제 3%를 적용해 납부세액은 대략 970만 원입니다.
같은 조건으로 3억 원을 받으면 과세표준은 2억 5천만 원입니다. 이 구간은 20% 세율에 누진공제 1천만 원을 적용하므로 산출세액은 4천만 원입니다. 기한 내 신고세액공제 3%를 빼면 대략 3,880만 원입니다. 숫자로 보면 “공제 넘는 부분만 조금 내겠지” 하고 생각한 것보다 부담이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3. 혼인·출산 공제는 시기가 맞아야 씁니다
2024년 1월 1일 이후 증여분부터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가 생겼습니다. 직계존속에게 받는 재산에 대해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 또는 자녀 출생일이나 입양신고일부터 2년 이내라면 최대 1억 원까지 추가 공제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기존 직계존속 공제 5천만 원과 별개라, 요건이 맞으면 부모에게 받는 돈은 최대 1억 5천만 원까지 세금 없이 신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날짜가 중요합니다. 결혼식 날짜가 아니라 혼인신고일을 기준으로 보는 경우가 많고, 출산은 출생일 이후 2년 이내가 포인트입니다. 2023년에 이미 받은 돈을 2026년에 신고하면서 이 공제를 끼워 넣는 식은 맞지 않습니다. 공제는 좋은 제도지만, 증여일과 가족관계 증빙이 맞아야 합니다.
- 혼인 공제: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
- 출산 공제: 출생일 또는 입양신고일부터 2년 이내
- 한도: 혼인과 출산을 합쳐 수증자 기준 최대 1억 원
- 적용 대상: 직계존속에게 받은 2024년 1월 1일 이후 증여분
4. 부동산과 전세보증금은 증빙이 세금만큼 중요합니다
현금은 계좌이체 내역으로 흐름이 비교적 분명합니다. 부동산은 평가가 문제입니다. 증여세는 증여일 현재 시가를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아파트는 비슷한 물건의 매매사례가액이 잡히는 경우가 많고, 시가 확인이 어려운 재산은 보충적 평가방법을 검토합니다. 공시가격만 보고 낮게 신고했다가 유사 매매사례가 확인되면 세금이 다시 계산될 수 있습니다.
전세보증금이나 대출이 낀 재산을 넘기는 부담부증여도 조심해야 합니다. 채무를 받은 사람이 실제로 인수하고, 그 채무가 증여재산에 담보된 채무라는 점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 증여재산가액에서 뺄 수 있습니다. 다만 채무 부분은 증여자가 재산을 판 것처럼 보아 양도소득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증여세만 보고 진행하면 나중에 다른 세금이 따라오는 구조입니다.
신고 전에 챙길 서류
- 증여계약서 또는 증여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
- 계좌이체확인증, 통장 거래내역
-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출생 관련 서류
- 부동산 등기자료, 매매사례 확인자료, 감정평가서가 있는 경우 그 자료
- 전세보증금 승계 시 임대차계약서와 보증금 입금 내역
- 대출 승계 시 금융기관 잔액증명서와 채무 인수 관련 자료
5. 생활비와 차용증은 말보다 실제 흐름을 봅니다
부모가 자녀 생활비나 교육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모두 증여세 과세대상은 아닙니다. 사회통념상 필요한 생활비, 교육비로 바로 쓰인 돈은 비과세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받은 돈을 예금으로 쌓아두거나 주식,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쓰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름은 생활비인데 실제 사용처가 재산 형성이면 과세 쪽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차용증도 비슷합니다. 종이에 “빌린 돈”이라고 적었다고 대여금이 되는 건 아닙니다. 원금 상환 일정, 이자 지급, 실제 입금 내역이 따라가야 합니다. 가족 간 돈거래는 세무서가 더 깐깐하게 봅니다. 솔직히 실무에서는 차용증보다 상환 내역이 훨씬 강합니다. 돈을 빌린 것이라면 처음부터 이자와 원금이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나중에 설명이 됩니다.
증여세는 무조건 줄이는 세금이라기보다, 가족 간 재산 이동을 기록하는 세금에 가깝습니다. 세금이 0원이어도 신고해 두면 훗날 주택 취득자금 소명에서 자료가 됩니다. 반대로 “가족끼리니까 괜찮겠지” 하고 넘어간 돈은 몇 년 뒤 더 큰 질문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증여를 할 때 금액보다 먼저 날짜, 관계, 10년 이력, 증빙부터 맞춰 보라고 말합니다. 그 네 가지가 맞으면 신고 과정이 훨씬 조용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