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틴을 한 달 먹어봤더니, 생각보다 중요한 건 맛보다 ‘속’이었다

프로틴을 한 달 먹어봤더니, 생각보다 중요한 건 맛보다 ‘속’이었다

얼마 전부터 저녁만 되면 과자를 자꾸 찾게 됐다.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닌데, 이상하게 배는 고프고 뭔가 든든한 건 먹기 귀찮았다. 그러다 집에 굴러다니던 프로틴 한 통이 보여서 “이거 먹으면 간식 욕구가 좀 줄까?” 싶어 한 달 정도 꽤 성실하게 먹어봤다.

솔직히 처음엔 프로틴을 근육 키우는 사람들 전용 식품처럼 생각했다. 헬스장 가방에 들어 있는 하얀 통, 물에 타서 흔들어 먹는 그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그런데 직접 먹어보니 목적은 꽤 다양했다. 운동 후 회복용으로 먹는 사람도 있고, 아침 대용으로 먹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군것질을 줄이려고 먹는 사람도 있었다.

프로틴, 꼭 운동하는 사람만 먹는 걸까

단백질은 몸에서 근육만 만드는 재료가 아니다. 피부, 머리카락, 면역 관련 물질, 효소에도 쓰인다. 그래서 하루 식사에서 단백질이 계속 부족하면 배는 부른데 이상하게 허전한 느낌이 남을 때가 있다. 특히 밥, 빵, 면 위주로 먹는 날엔 그런 느낌이 더 뚜렷했다.

성인 기준으로 흔히 말하는 단백질 권장량은 체중 1kg당 약 0.8g 정도다. 체중이 60kg이면 하루 약 48g이다. 운동량이 많거나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이보다 더 필요할 수 있다. 닭가슴살 100g에 단백질이 대략 20g 안팎, 달걀 1개에 6g 정도라고 생각하면 감이 온다. 생각보다 챙기기 어렵고, 또 생각보다 금방 채워지기도 한다.

내 경우엔 아침을 커피로 넘기고 점심은 김밥이나 면류로 때우는 날이 많았다. 그러면 저녁에 갑자기 폭식 버튼이 눌렸다. 프로틴을 먹었다고 식습관이 드라마처럼 바뀐 건 아니지만, 오후 4시쯤 한 잔 마신 날은 과자 봉지를 뜯는 횟수가 확실히 줄었다.

가루 종류가 은근히 다르다

프로틴을 고르려고 보니 이름부터 복잡했다. 웨이, WPC, WPI, 카제인, 식물성 단백질까지. 처음엔 전부 비슷한 가루인 줄 알았는데, 먹어보니 속 편함과 맛에서 차이가 꽤 났다.

  • WPC는 유청단백 농축물이다. 가격이 비교적 부담 없고 맛이 부드러운 편이다. 다만 유당에 예민한 사람은 속이 불편할 수 있다.
  • WPI는 유청단백 분리물이다. 유당이 상대적으로 적어 속이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대신 가격이 조금 올라간다.
  • 카제인은 천천히 흡수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포만감이 길게 가는 편이라 밤 간식 대용으로 찾는 사람도 있다.
  • 식물성 프로틴은 완두, 대두, 현미 단백질 등이 많다. 유제품이 안 맞는 사람에게 선택지가 된다. 제품에 따라 텁텁함이 느껴질 수 있다.

나는 처음에 초코맛 WPC를 먹었다가 배가 살짝 부글거렸다. 우유에 타 먹으면 더 맛있긴 한데 속은 더 묵직했다. 물에 타면 맛은 조금 덜해도 부담이 적었다. 이후 WPI 제품으로 바꿨을 때는 속이 훨씬 잠잠했다. 물론 이건 내 몸 기준이라, 유당에 둔감한 사람은 WPC도 충분히 괜찮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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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먹느냐보다 중요한 건 하루 전체였다

프로틴 검색을 하다 보면 운동 직후 몇 분 안에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자주 보인다. 나도 처음엔 운동 끝나자마자 셰이커를 들고 있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실제로 챙겨보니 시간에 너무 집착하면 오히려 오래 못 갔다.

운동을 한 날엔 운동 후 1~2시간 안에 식사나 프로틴을 챙기면 마음이 편했다. 운동을 안 한 날엔 부족한 끼니를 보완하는 식으로 먹었다. 아침을 대충 넘긴 날은 오전에, 저녁 약속이 늦은 날은 오후에 마셨다. 이렇게 하니 ‘운동용 보충제’가 아니라 ‘부족한 식사를 메우는 도구’에 가까워졌다.

양도 중요했다. 한 스쿱에 단백질 20~25g 정도인 제품이 많다. 이미 고기나 생선, 두부를 충분히 먹은 날엔 굳이 한 잔을 더 마실 필요가 없었다. 반대로 탄수화물 위주로 먹은 날엔 한 잔이 꽤 실용적이었다. 프로틴은 더할수록 좋은 음식이라기보다, 빈칸을 채울 때 편한 음식에 가까웠다.

맛, 가격, 성분표에서 내가 본 것

처음엔 무조건 맛있는 제품이 오래 갈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 단 제품은 며칠 지나면 질렸다. 특히 초코, 쿠키앤크림 계열은 첫날엔 디저트 같지만 매일 먹으면 입이 피곤했다. 의외로 바닐라나 무맛에 가까운 제품이 오래 갔다. 커피에 섞거나 오트밀에 넣기도 편했다.

성분표에서는 단백질 함량만 보지 않았다. 1회 제공량이 40g인데 단백질은 18g인 제품도 있고, 30g 중 24g이 단백질인 제품도 있었다. 당류가 높은 제품은 간식 대용으론 좋을 수 있지만, 매일 먹기엔 애매했다. 나는 1회 기준 단백질 20g 이상, 당류는 낮은 쪽, 속이 편한 원료를 우선으로 봤다.

가격은 1통 가격보다 1회분 가격으로 보는 게 편했다. 2kg짜리 대용량이 싸 보이지만 맛이 안 맞으면 끝까지 먹는 일이 고역이다. 처음 사는 맛은 작은 용량이나 샘플로 시작하는 편이 덜 아깝다. 이건 진짜 생활형 기준이다. 맛없는 가루 2kg은 생각보다 오래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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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먹어보니 내 기준은 이렇게 남았다

프로틴을 먹는다고 몸이 갑자기 달라지진 않았다. 대신 끼니가 부실한 날의 흔들림은 줄었다. 오후에 단 음식을 찾는 횟수도 조금 줄었고, 운동한 날엔 괜히 뿌듯해서 저녁을 덜 망가뜨리게 됐다. 작지만 체감되는 변화였다.

다만 물을 적게 마시거나 한 번에 너무 진하게 타면 속이 더부룩했다. 평소 신장 질환이 있거나 단백질 제한을 안내받은 사람이라면 임의로 많이 먹는 건 피하는 게 맞다. 건강한 사람도 식사를 다 제쳐두고 프로틴만 믿는 건 별로 좋은 방식이 아니었다. 씹어 먹는 음식에서 오는 만족감은 따로 있다.

내가 다시 산다면 화려한 맛보다 속 편한 제품을 고를 것 같다. 그리고 매일 무조건 먹기보다, 단백질이 부족한 날에만 꺼내는 쪽이 나에게는 더 자연스러웠다. 프로틴은 대단한 비법이라기보다 냉장고에 달걀을 사두는 것처럼, 바쁜 날을 조금 덜 흔들리게 해주는 작은 장치에 가까웠다.

프로틴을 한 달 먹어봤더니, 생각보다 중요한 건 맛보다 ‘속’이었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