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상담 세 번 받아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게 있었다

주담대 상담 세 번 받아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게 있었다

얼마 전 지인이 집을 보러 다니면서 주담대 얘기를 꺼냈다. 집값의 70%까지 가능하다더라, 금리가 생각보다 낮다더라, 은행 앱에서 한도가 꽤 크게 나왔다더라. 듣다 보니 저도 궁금해졌다. 진짜로 주담대는 집값에 비율만 곱하면 끝나는 걸까?

직접 은행 상담 기준을 따라가 보니 느낌이 꽤 달랐다. 주담대는 담보만 보는 대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 소득과 기존 빚, 금리 방식, 지역 규제까지 한꺼번에 보는 퍼즐에 가까웠다.

집값의 몇 퍼센트보다 중요한 건 내 월상환액이었다

처음에는 LTV만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5억 원짜리 집에 LTV 70%가 적용되면 단순 계산으로는 3억 5천만 원이다. 숫자가 깔끔해서 괜히 안심된다.

그런데 은행에서 더 세게 보는 건 DSR이었다. DSR은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주담대만 넣는 게 아니다.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카드론처럼 매달 빠져나가는 빚도 같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6천만 원이면 은행권 DSR 40% 기준에서 1년 원리금 상환 여력은 대략 2천4백만 원이다. 월로 나누면 200만 원 정도다. 이미 신용대출로 월 40만 원을 갚고 있다면 새 주담대에 쓸 수 있는 여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집값보다 통장 출금일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셈이다.

스트레스 DSR이라는 이름이 괜히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금융위원회 안내를 보니 2026년 하반기 기준으로 스트레스 DSR도 계속 적용된다. 이름은 낯설지만 뜻은 단순하다. 실제 대출금리에 일정한 가산금리를 더한 것처럼 보고 상환능력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실제 이자를 더 내라는 뜻은 아니지만, 대출 한도 계산에서는 꽤 큰 차이를 만든다.

특히 수도권이나 규제지역 주담대는 스트레스 금리가 더 엄격하게 들어갈 수 있다. 변동형은 영향을 크게 받고, 혼합형이나 주기형은 고정금리 기간이 길수록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그래서 같은 금리처럼 보여도 30년 변동형과 5년 고정 후 변동형, 10년 주기형은 한도 계산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제가 제일 현실적으로 느낀 부분은 여기였다. 광고에서 보이는 금리 숫자만 보고 낮다 높다 판단하기보다, 은행이 한도 계산에 어떤 금리 구조를 넣는지가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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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상담 전에 적어두면 좋은 숫자들

막상 상담을 받으려면 생각보다 대답해야 할 게 많다. 대충 집값과 연봉만 말하면 될 줄 알았는데, 기존 대출의 월상환액, 상환기간, 금리 방식까지 물어본다. 미리 적어가면 상담 시간이 훨씬 덜 흔들린다.

  • 사려는 집의 가격과 지역
  • 내 연소득 또는 부부합산 소득
  •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카드론 등 매달 갚는 금액
  • 보유 현금과 취득세, 중개보수, 이사비 같은 부대비용
  • 원하는 상환기간과 금리 방식
  • 중도상환 가능성이 있는지

여기서 의외로 많이 놓치는 게 부대비용이다. 5억 원짜리 집을 산다고 해서 필요한 현금이 단순히 집값에서 대출금을 뺀 금액으로 끝나지 않는다. 취득세, 등기 비용, 중개보수, 이사비, 가전 교체비까지 붙으면 몇백만 원에서 천만 원 이상 차이가 생긴다.

갈아타기는 금리만 보면 살짝 위험했다

주담대를 이미 가진 사람은 대환대출, 그러니까 갈아타기를 고민하게 된다. 금리가 0.3%포인트만 낮아져도 금액이 커서 혹한다. 3억 원 대출이면 연 0.3%포인트 차이가 단순 이자 기준으로 1년에 90만 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중도상환수수료, 인지세, 설정 관련 비용, 새 대출의 우대금리 조건을 같이 봐야 한다. 급여이체, 카드 사용, 자동이체 같은 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상담 때 들은 최저금리가 내 금리가 아닐 수 있다.

또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규제지역 내 증액 없는 대환대출은 기존 주담대 취급 시점의 LTV 규제비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사례가 있다. 다만 적용 대상과 시점이 세세해서, 내 대출이 해당되는지는 은행에서 따로 확인해야 한다. 같은 갈아타기라도 새로 돈을 더 받는지, 잔액만 옮기는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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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해보니 이렇게 보는 게 제일 편했다

주담대는 처음부터 최대한도를 묻기보다 버틸 수 있는 월상환액을 먼저 잡는 게 편했다. 저는 가상의 숫자로 월 180만 원, 220만 원, 260만 원을 놓고 생활비가 얼마나 남는지 적어봤다. 그러자 대출 가능액보다 대출 후 생활이 더 선명해졌다.

금리도 하나만 보지 않는 게 좋았다. 변동금리는 시작 금리가 낮아 보일 수 있고, 고정이나 주기형은 마음이 조금 편한 대신 처음 금리가 높게 느껴질 수 있다. 내 소득이 앞으로 안정적인지, 몇 년 안에 이사나 상환 계획이 있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주담대는 큰돈을 빌리는 일이지만, 결국 매달 빠져나가는 생활비의 문제였다. 집을 사는 설렘이 앞설수록 숫자를 차갑게 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저라면 은행 앱 한도만 보고 바로 움직이기보다, 같은 조건으로 두세 곳 상담을 받아보고 월상환액이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다시 집값을 맞춰볼 것 같다.

주담대 상담 세 번 받아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게 있었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