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전기포트 안쪽을 보다가 하얗게 낀 물때를 보고 살짝 멈칫했다. 매일 물만 끓였는데 왜 이렇게 지저분해 보이지 싶었다. 식초를 부을까 하다가 냄새가 부담스러워서, 집에 있던 구연산을 꺼내 직접 몇 군데에 써봤다.
구연산이 잘 맞는 때가 따로 있었다
구연산은 산성이라서 물때, 석회 자국, 비누 찌꺼기처럼 알칼리성에 가까운 얼룩에 강한 편이다. 그래서 전기포트, 수도꼭지 주변, 샤워기 헤드, 욕실 거울 아래쪽 하얀 자국에 반응이 빠르다. 반대로 기름때나 음식물 찌든 때에는 생각보다 힘을 못 쓴다. 그쪽은 주방세제나 베이킹소다 쪽이 더 편했다.
직접 써보니 구연산의 장점은 냄새가 약하다는 점이었다. 식초도 물때 제거에는 괜찮지만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꽤 오래 남는다. 구연산은 물에 녹여 쓰면 향이 거의 없어서 작은 주방에서 쓰기 편했다.
전기포트 물때에는 꽤 확실했다
전기포트에는 물 1리터 정도에 구연산 1큰술을 넣고 끓였다. 끓인 뒤 바로 버리지 않고 20분 정도 그대로 두니 바닥의 하얀 막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 한 번 헹군 뒤 깨끗한 물을 다시 끓여 버리니 남는 느낌도 거의 없었다.
다만 오래된 갈색 얼룩까지 새것처럼 없어지지는 않았다. 하얀 석회 자국은 잘 풀리는데, 오래 눌어붙은 착색은 별개의 문제처럼 보였다. 그래서 전기포트는 두세 달에 한 번 몰아서 하기보다, 하얀 자국이 보이기 시작할 때 바로 하는 쪽이 훨씬 수월했다.
욕실에서는 분무보다 적시는 방식이 낫다
욕실 수전에는 물 500ml에 구연산 1작은술 정도를 녹여 써봤다. 처음에는 분무기로 뿌렸는데 금방 흘러내려서 효과가 약했다. 키친타월에 구연산 물을 적셔 수도꼭지 주변에 10분 정도 붙여두니 하얀 테두리가 훨씬 잘 닦였다.
- 가벼운 물때: 5~10분 정도 불린 뒤 닦기
- 두꺼운 물때: 한 번에 오래 두기보다 짧게 반복하기
- 샤워기 헤드: 비닐봉지에 구연산 물을 담아 20~30분 담그기
솔직히 욕실에서는 닦는 도구 차이도 컸다. 거친 수세미보다 부드러운 천이나 못 쓰는 칫솔이 더 안전했다. 반짝임을 내겠다고 세게 문지르면 금속 코팅이 상할 수 있어서, 구연산으로 불리고 가볍게 닦는 순서가 더 낫다.
쓰면 안 되는 곳도 꽤 중요했다
구연산이 만능처럼 보이지만 산성이라는 점은 계속 신경 써야 했다. 대리석, 천연석, 시멘트 줄눈, 철 제품에는 조심하는 편이 좋다. 특히 대리석 상판은 산에 약해서 얼룩이나 광택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알루미늄 제품도 오래 담가두면 표면이 탁해질 수 있어 짧게 테스트하는 게 안전하다.
가장 조심할 건 락스 같은 염소계 세제와 섞지 않는 것이다. 욕실 청소를 하다 보면 이것저것 동시에 쓰고 싶어지는데, 산성 세제와 염소계 세제는 같이 쓰면 위험한 기체가 생길 수 있다. 구연산을 쓴 날에는 물로 충분히 헹군 뒤 다른 세제를 써야 마음이 편하다.
베이킹소다와 섞는 건 생각보다 애매했다
인터넷에서 구연산과 베이킹소다를 같이 쓰는 방법을 자주 보는데, 직접 해보면 거품이 올라오는 재미는 있다. 그런데 산성과 알칼리성이 만나면 서로 중화되기 때문에 세정력이 극적으로 올라간다는 느낌은 약했다. 배수구처럼 거품으로 가벼운 찌꺼기를 띄우는 용도라면 괜찮지만, 물때 제거에는 구연산만 따로 쓰는 쪽이 더 선명했다.
내가 계속 쓰게 된 방식은 단순했다. 물때는 구연산, 기름때는 주방세제, 냄새와 가벼운 찌꺼기는 상황에 따라 베이킹소다. 이렇게 역할을 나누니 청소가 덜 복잡해졌다. 구연산은 집에 하나쯤 두면 꽤 쓸모 있지만, 어디든 뿌리는 만능 가루라기보다는 물때 담당 선수에 가깝다. 그 정도로 기대치를 맞추면 실망보다 만족이 더 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