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침대에 누워 영상을 보는데, 꼭 중요한 장면에서 화면이 멈췄다. 거실에서는 멀쩡한데 방 끝으로만 오면 와이파이 표시가 한 칸으로 줄어드는 그 익숙한 상황이었다. 처음엔 공유기가 오래돼서 그런가 싶었는데, 위치를 조금 옮겨봐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와이파이증폭기를 하나 사서 직접 써봤다.
공유기 문제가 아니라 거리 문제일 때가 많았다
우리 집 기준으로 공유기는 거실 TV장 옆에 있고, 문제의 방은 대각선 끝에 있다. 중간에 벽이 두 개 있고, 방문까지 닫으면 신호가 확 줄었다. 거실에서 속도를 재면 다운로드가 250~280Mbps 정도 나왔는데, 방 안에서는 8~12Mbps까지 떨어졌다. 영상은 그럭저럭 보이지만 화상회의나 게임은 답답한 수준이었다.
사실 와이파이증폭기라는 이름 때문에 속도를 확 올려주는 기계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써보니 역할은 조금 다르다. 약한 신호를 잡아서 다시 뿌려주는 중간 다리 역할에 가깝다. 그래서 이미 신호가 거의 죽은 곳에 꽂으면 기대만큼 효과가 안 났다.
가장 중요한 건 꽂는 위치였다
처음엔 문제가 생기는 방 안 콘센트에 꽂았다. 당연히 그 방에서 잘 터지게 하려면 방 안에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애매했다. 표시 칸은 늘었지만 실제 속도는 15Mbps 안팎이었다. 신호를 받는 쪽부터 약하니 다시 뿌려도 힘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두 번째로는 거실과 방 중간쯤, 복도 콘센트에 꽂았다. 이때 차이가 꽤 났다. 방 안 다운로드 속도가 35~45Mbps 정도로 올라갔고, 영상 끊김이 거의 사라졌다. 공유기 바로 옆처럼 빠르진 않았지만, 체감은 확실했다. 위치는 대충 중간이 아니라 공유기 신호가 2~3칸은 잡히는 곳이 좋았다.
- 공유기와 너무 멀면 증폭기도 약한 신호만 받는다
- 문제 지점 바로 안쪽보다 중간 지점이 나을 때가 많다
- 전자레인지, 두꺼운 벽, 금속 선반 근처는 피하는 편이 낫다
- 콘센트 위치가 낮으면 가구에 가려지는지도 봐야 한다
속도가 두 배가 되는 물건은 아니었다
솔직히 처음엔 거실 속도만큼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일반적인 와이파이증폭기는 공유기와 기기 사이에서 신호를 받아 다시 보내는 구조라, 환경에 따라 속도 손실이 생긴다. 특히 같은 주파수로 받고 보내는 방식이면 속도가 생각보다 덜 나올 수 있다.
그래도 체감은 속도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내 경우 방에서 10Mbps 전후로 흔들리던 상태가 40Mbps 가까이 안정되니 영상 시청, 웹서핑, 메신저 통화는 훨씬 편해졌다. 다만 대용량 파일을 자주 옮기거나 온라인 게임을 민감하게 한다면, 증폭기 하나로 모든 불만이 사라지진 않을 수 있다.
2.4GHz와 5GHz도 다르게 봐야 했다
2.4GHz는 멀리 가는 힘이 좋고 벽도 비교적 잘 통과했다. 대신 속도는 낮고 주변 집 와이파이와 겹치기 쉬웠다. 5GHz는 가까운 곳에서 빠르지만 벽을 만나면 급격히 약해졌다. 그래서 방 끝에서는 2.4GHz가 더 안정적일 때도 있었고, 복도 가까이에서는 5GHz가 더 빨랐다.
요즘 제품은 두 대역을 모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숫자가 큰 5GHz만 고집하기보다, 실제 쓰는 자리에서 각각 연결해보는 게 더 현실적이었다. 나는 방 안 스마트폰은 5GHz, 오래된 프린터는 2.4GHz에 붙여두는 식으로 나눴다.
이런 집에는 꽤 쓸 만했다
와이파이증폭기는 집 구조가 애매할 때 빛을 본다. 원룸처럼 공유기와 기기 사이가 트여 있으면 굳이 필요 없을 수 있다. 반대로 방이 여러 개이고 공유기를 옮기기 어렵다면 비용 대비 만족도가 괜찮았다. 내가 산 제품은 3만 원대였고, 설치 시간은 앱 연결까지 포함해 10분 정도였다.
- 거실은 빠른데 특정 방만 느린 집
- 공유기 위치를 바꾸기 어려운 집
- 영상 시청, 웹서핑, 메신저 통화가 주 용도인 경우
- 전세나 월세라 랜선을 새로 깔기 부담스러운 경우
반대로 집 전체가 다 느리다면 증폭기보다 인터넷 요금제, 공유기 성능, 회선 상태부터 보는 게 맞았다. 공유기가 오래된 모델이면 새 공유기로 바꾸는 쪽이 더 큰 변화가 나기도 한다. 또 끊김에 민감한 작업을 한다면 메시 와이파이나 유선 랜 연결이 더 안정적이다.
직접 써보고 남은 생각
와이파이증폭기는 만능 해결사는 아니었다. 그래도 내 집처럼 특정 방만 유독 신호가 약한 상황에서는 꽤 실용적인 도구였다. 특히 설치가 쉽고 가격 부담이 크지 않아서, 공유기 교체나 랜선 공사 전 단계로 시도해볼 만했다.
다만 기대치를 잘 잡아야 만족도가 높다. 거실 속도를 방 끝까지 그대로 복사해주는 기계라기보다, 끊기던 공간을 쓸 만한 공간으로 바꿔주는 물건에 가깝다. 나한테는 그 정도 변화만으로도 충분했다. 침대에서 영상이 멈추지 않는다는 게 생각보다 큰 평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