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당구장매매 물건 하나를 들고 와서 같이 현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깔끔했습니다. 대대 6대, 중대 4대,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230만 원, 권리금은 6천만 원. 양도인은 월매출 1,200만 원을 말했죠. 그런데 제가 낮 2시, 저녁 8시, 주말 오후까지 세 번 가봤더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손님이 없는 날만 우연히 본 게 아니라, 테이블 회전 자체가 약했습니다.
당구장매매는 겉으로 보이는 시설이 꽤 그럴듯합니다. 조명 켜져 있고, 테이블 천이 새것처럼 보이고, 큐대가 벽에 쭉 걸려 있으면 초보자는 '이 정도면 바로 장사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권리금보다 임대차, 매출 검증, 시설 노후, 인허가 문제가 더 크게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싸게 나온 당구장부터 의심하는 이유
경매 물건도 그렇지만, 유난히 싸게 나온 매물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당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리금이 주변보다 낮다면 장사가 안 되거나, 임대인이 재계약을 꺼리거나, 건물 하자가 있거나, 새로 들어올 사람이 떠안을 비용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봤던 한 당구장은 권리금이 3천만 원으로 낮았습니다. 테이블 9대에 시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임대차계약서를 보니 남은 기간이 7개월뿐이었고, 임대인은 다음 계약 때 월세를 190만 원에서 28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이미 말해둔 상태였습니다. 그럼 권리금 3천만 원이 싼 게 아닙니다. 1년만 봐도 월세 상승분 90만 원이 1,080만 원입니다. 3년이면 3,240만 원이죠.
권리금만 보고 들어가면 계산이 틀어집니다
당구장매매에서 권리금은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자리값이 섞여 있습니다. 문제는 양도인이 이 셋을 한 덩어리로 말한다는 겁니다. 양수인은 쪼개서 봐야 합니다. 테이블과 조명은 중고 가치가 얼마인지, 단골은 실제로 남을 사람인지, 위치가 돈을 만들어주는 자리인지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 보증금과 월세가 주변 상가 대비 과하지 않은지
- 남은 계약기간과 갱신 가능성이 현실적인지
- 임대인이 업종 승계와 간판, 흡연부스, 영업시간을 인정하는지
- 원상복구 범위가 천장, 바닥, 전기공사까지 걸리는지
매출은 말이 아니라 흔적으로 봅니다
당구장은 현금 비중이 남아 있는 업종이라 매출 말만 믿으면 위험합니다. 저는 최소 12개월 카드매출, 계좌입금, 현금영수증, 전기요금, 재료비 지출을 같이 봅니다. 포스 자료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더 보수적으로 잡습니다.
양도인이 월매출 1,200만 원이라고 하면 저는 바로 테이블 가동률로 거꾸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10분 요금 2천 원, 테이블 10대라면 1시간 만석 매출은 12만 원입니다. 하루 평균 3시간씩만 실제로 돌면 월 1,080만 원 정도가 나옵니다. 숫자만 보면 그럴듯하죠. 그런데 평일 낮이 텅 비고, 주말 저녁에만 몰리는 구조라면 평균 3시간을 채우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매출이 전부 내 돈이 아닙니다. 월세 230만 원, 관리비 40만 원, 전기와 냉난방 80만 원, 알바비 180만 원, 소모품과 천갈이 적립 50만 원, 통신비와 보험, 세금까지 넣으면 고정비가 금방 600만 원을 넘습니다. 사장이 하루 12시간 붙어 있어야 겨우 남는 구조라면 투자라기보다 자기 월급을 사는 겁니다.
시설은 새것처럼 보여도 돈 먹을 데가 많습니다
당구대는 겉 천만 보면 안 됩니다. 쿠션 반발, 수평, 난방 상태, 포켓 마모, 레일 찍힘까지 봐야 합니다. 천갈이만 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쿠션 교체, 하부 수평, 조명 교체까지 같이 나오면 대당 비용이 커집니다. 8대만 손봐도 몇백만 원은 쉽게 나갑니다.
지하 당구장은 습기와 환기가 특히 중요합니다. 벽지에 살짝 올라온 곰팡이, 천장 누수 자국, 화장실 냄새, 계단 배수 문제는 손님이 먼저 압니다. 낮에는 몰라도 밤에 냄새가 올라오는 상가도 있습니다. 이런 건 사진에 안 찍힙니다. 현장에서 30분만 앉아 있어도 공기가 무거운지 대충 느껴집니다.
- 테이블 수평과 쿠션 반발 상태
- 냉난방기 연식과 실외기 설치 상태
- 조명 밝기와 전기 증설 흔적
- 화장실, 배수, 누수, 곰팡이
- 흡연 공간과 환기 동선
인허가와 신고는 인수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당구장업은 체육시설업 신고 대상입니다. 사업자등록만 내면 끝나는 장사가 아닙니다. 관할 구청 체육시설 담당 부서에 기존 신고 상태, 변경신고 필요 여부, 건축물 용도, 시설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와 생활법령 안내 기준으로도 당구장업은 신고 체육시설업 범주에 들어가고, 신고나 변경신고 절차가 따로 움직입니다.
여기서 초보가 자주 놓치는 게 양도인의 신고증입니다. '지금 장사하고 있으니 괜찮겠지'가 아닙니다. 기존 업주 명의로 신고된 상태인지, 면적이 실제 영업장과 맞는지, 불법 확장 구간은 없는지 봐야 합니다. 지자체마다 보는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고, 상가 위치나 용도에 따라 말이 달라질 수 있어 계약금 넣기 전에 담당 부서 통화 기록을 남겨두는 편이 낫습니다.
소방도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소화기, 유도등, 비상구 적치, 방염 관련 서류, 전기 배선 상태는 인수 뒤 바로 내 비용이 됩니다. 소규모 체육시설도 안전점검 부담이 생길 수 있으니 운영 중 챙겨야 할 서류가 있는지도 같이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쓰는 당구장매매 현장 계산법
저는 당구장매매를 볼 때 낙관 매출을 빼고 봅니다. 양도인이 말한 매출의 80%만 인정하고, 비용은 110%로 올려 잡습니다. 그래도 월 순수익이 남으면 협상 테이블에 앉습니다. 이 계산에서 겨우 본전이면 들어가지 않습니다. 장사는 예상보다 변수가 많고, 초반 3개월은 손님 이탈도 생깁니다.
초보라면 이 순서로 보면 덜 다칩니다
- 첫째, 임대차계약서와 임대인 동의를 먼저 본다
- 둘째, 12개월 매출자료와 전기요금 흐름을 맞춰본다
- 셋째, 시설 보수비를 견적처럼 따로 적는다
- 넷째, 구청 신고와 소방 관련 사항을 계약 전 확인한다
- 다섯째, 권리금은 총액이 아니라 회수기간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권리금 5천만 원을 주고 들어가 월 250만 원이 남는다면 단순 회수기간은 20개월입니다. 그런데 첫 3개월 적응기, 시설 보수 700만 원, 월세 인상 가능성까지 넣으면 실제 회수기간은 2년을 훌쩍 넘을 수 있습니다. 그 사이 주변에 새 당구장이 생기거나, 건물 주차장이 유료로 바뀌면 계산이 또 흔들립니다.
당구장매매는 나쁜 업종이라서 조심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단골이 단단하고, 임대차가 안정적이고, 시설 관리가 잘 된 곳은 생각보다 오래 갑니다. 다만 초보가 사진 몇 장과 월매출 말만 듣고 들어가기엔 함정이 많습니다. 저는 차라리 권리금이 조금 비싸도 자료가 깨끗한 매물을 더 좋아합니다. 장사는 싸게 사는 것보다, 들어간 뒤 버틸 수 있는 구조를 사는 게 훨씬 중요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