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실거래만 믿고 입찰했다가 식은땀 난 이야기

부동산실거래만 믿고 입찰했다가 식은땀 난 이야기

얼마 전 초보 투자자 한 분이 법원 복도에서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부동산실거래 보니까 5억 2천에 팔렸던데요. 이 물건 4억 4천이면 안전하지 않나요?” 그 말을 듣고 제가 제일 먼저 물은 건 하나였습니다. 그 5억 2천짜리 거래가 몇 층이고, 어떤 동이고, 언제 잔금 치른 건지 확인했냐고요.

경매장에서 부동산실거래 자료는 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지도만 보고 산길을 걷다가 낭떠러지를 못 보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실거래가는 중요합니다. 다만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제가 10년 넘게 응찰하면서 배운 건, 숫자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진 사정을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실거래가 5억이라고 내 물건도 5억은 아닙니다

아파트 경매 물건을 볼 때 초보분들이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단순 비교입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 최근 거래. 여기까지만 보고 “시세 5억”이라고 적습니다. 근데 현장에 가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예전에 수도권 24평 아파트를 본 적이 있습니다. 부동산실거래에는 직전 거래가 4억 8천만 원으로 찍혀 있었습니다. 감정가는 4억 6천, 최저가는 3억 6천대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좋아 보였죠. 그런데 직접 가보니 경매 물건은 저층에, 앞 동 주차장 진입로 바로 옆이었습니다. 거실 창 앞을 차가 계속 지나갔고, 겨울 오후 3시인데도 빛이 거의 안 들어왔습니다.

반대로 4억 8천에 거래된 물건은 고층, 남향, 내부 올수리였습니다. 같은 단지라도 체감 가치는 꽤 차이 납니다. 현장에서 중개사에게 물어보니 “그 집은 상태가 좋아서 비싸게 나간 거고, 저층은 4억 초반도 쉽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저는 입찰하지 않았습니다. 낙찰자는 4억 2천 가까이 써냈고, 나중에 보니 급매로 빼도 남는 게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부동산실거래에서 꼭 나눠 봐야 하는 것들

저는 실거래 자료를 볼 때 숫자 하나만 보지 않습니다. 최소한 아래 항목은 따로 떼서 봅니다. 이걸 귀찮아하면 권리분석을 잘해도 수익 계산에서 흔들립니다.

  • 계약일과 등재 시점 사이에 시차가 있었는지
  • 같은 면적이라도 층, 향, 동 위치가 비슷한지
  • 직거래인지 중개거래인지
  • 해제된 거래가 섞여 있지 않은지
  • 최근 거래량이 충분한지, 거래가 한두 건뿐인지
  • 전세 실거래와 매매 실거래의 간격이 자연스러운지

특히 거래량이 적은 지역은 조심해야 합니다. 한 건 높은 가격이 찍혔다고 그게 시장 가격이 되는 건 아닙니다. 지방 소형 아파트나 빌라, 단독주택은 더 그렇습니다. 1년 동안 거래가 두 건뿐인데 그중 하나가 특수관계 거래라면, 그 숫자는 입찰가 산정에 거의 못 씁니다.

실거래가는 “누군가 그 가격에 계약한 적이 있다”는 기록이지, “지금 내가 그 가격에 팔 수 있다”는 보증서가 아닙니다. 경매에서는 이 차이가 돈으로 바로 찍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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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는 실거래가보다 더 보수적으로 봐야 합니다

아파트는 그나마 비교 대상이 많습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 비슷한 층을 찾을 수 있죠. 그런데 빌라는 다릅니다. 같은 골목 안에서도 주차, 도로 폭, 불법 증축, 엘리베이터 유무, 누수 이력, 대지지분 때문에 가격이 크게 갈립니다.

제가 초반에 크게 배운 물건도 다세대주택이었습니다. 부동산실거래에는 비슷한 면적이 2억 3천만 원에 거래된 기록이 있었습니다. 저는 현장을 보고도 “이 정도면 2억 초반은 받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낙찰 후에 대출 상담을 받아보니 감정가보다 담보 평가가 낮게 나왔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해당 건물은 골목이 좁고, 주차가 사실상 불편했고, 같은 면적 거래는 신축급 내부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전세 시세도 제가 생각한 것보다 낮았습니다. 명도 비용, 취득세, 법무비, 이자까지 더하니 종이에 적었던 수익이 현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손해는 아니었지만 시간 대비 썩 좋은 투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때부터 빌라는 실거래가에 5퍼센트, 10퍼센트 할인해서 보는 게 아니라 물건별로 새로 가격을 매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제가 쓰는 실전 확인 순서

부동산실거래를 볼 때 저는 먼저 넓게 봅니다. 최근 6개월에서 1년 정도 흐름을 보고, 급등한 거래와 튀는 거래를 표시합니다. 그다음 경매 물건과 가장 닮은 거래만 남깁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후보가 빠집니다.

첫째, 같은 물건처럼 보이는 거래를 의심합니다

면적이 같다고 같은 물건이 아닙니다. 아파트는 동과 층, 향, 조망을 봐야 하고, 빌라는 건물 연식과 주차, 도로 접면, 대지지분까지 봐야 합니다. 내부 수리 상태도 큽니다. 경매 물건은 내부를 못 보는 경우가 많으니 기본적으로 보수적으로 잡는 편이 맞습니다.

둘째, 중개업소에는 가격보다 팔리는 속도를 묻습니다

저는 현장 중개사에게 “얼마예요?”보다 “그 가격에 나가나요?”를 더 자주 묻습니다. 호가는 누구나 높게 부를 수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매수 문의가 있는지, 가격을 내리면 며칠 안에 반응이 오는지입니다. 실거래가 5억이어도 지금 4억 7천 매물이 쌓여 있으면 입찰가는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셋째, 전세가를 같이 봅니다

매매 실거래만 보면 착시가 생깁니다. 특히 투자 수요가 많은 곳은 전세가와 매매가 간격이 리스크를 보여줍니다. 전세가가 받쳐주면 잔금 대출과 보유 부담을 계산하기 편합니다. 반대로 전세가 약하고 매매만 높게 찍힌 지역은 하락장에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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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가는 실거래가에서 비용을 뺀 뒤에야 보입니다

초보 때는 “시세 5억, 낙찰 4억 3천, 차익 7천”처럼 계산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그렇게 남지 않습니다. 취득세, 법무비, 명도 비용, 미납관리비 가능성, 수리비, 중개보수, 대출 이자, 보유 기간의 기회비용까지 봐야 합니다. 양도세도 투자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실거래 기준으로 5억에 팔릴 것 같은 아파트가 있다고 해보죠. 낙찰가 4억 4천만 원, 부대비용 1천5백만 원, 수리와 명도에 1천만 원, 보유 이자 7백만 원이 들어가면 총투입금은 4억 7천2백만 원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여기에 매도할 때 중개보수와 가격 협상까지 들어가면 실제 안전마진은 생각보다 얇습니다.

그래서 저는 입찰 전 항상 보수 가격, 보통 가격, 운 좋은 가격을 따로 씁니다. 운 좋은 가격으로 수익이 나는 물건은 버립니다. 보수 가격으로도 버틸 수 있어야 응찰장에 들어갑니다. 경매는 싸게 사는 게임이기도 하지만, 틀렸을 때 덜 다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실거래가는 출발점이고, 발품이 가격을 완성합니다

부동산실거래 자료를 안 보는 건 말이 안 됩니다. 하지만 그것만 보고 입찰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숫자는 친절해 보이지만, 현장은 늘 조건을 달고 있습니다. 저층인지, 누수가 있는지, 임차인이 어떤 태도인지, 주변 공급이 늘어나는지, 매물이 쌓이는지. 이런 건 화면에서 다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초보 투자자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실거래가는 답안지가 아니라 문제지에 가깝다고요. 거기서 의심할 부분을 찾고, 현장에서 확인하고, 비용까지 빼고 나면 비로소 내가 써도 되는 가격이 보입니다. 경매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은 높은 수익률을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애매한 물건 앞에서 발을 뺄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저도 아직 입찰장 앞에서 망설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망설임 덕분에 피한 손실이, 낙찰받아 번 돈만큼이나 컸습니다.

부동산실거래만 믿고 입찰했다가 식은땀 난 이야기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