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강의 10년 넘게 들어보고 현장에서 맞아보니 보이는 것들

경매강의 10년 넘게 들어보고 현장에서 맞아보니 보이는 것들

얼마 전 법원 입찰장에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분이 제 옆자리에 앉아 입찰표를 쓰고 있었습니다. 손에는 경매강의 자료집이 있었고, 빨간 펜으로 ‘대항력 없음’, ‘인수 없음’ 같은 표시가 잔뜩 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사건기록을 같이 보니 임차인 배당요구 종기와 전입일을 헷갈린 흔적이 있었습니다. 입찰 직전이라 괜히 오지랖 부리기 애매했지만, 결국 그 물건은 감정가 대비 86%에 낙찰됐고 제 계산으로는 취득세, 명도비, 이자까지 넣으면 남는 게 거의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경매강의만 들으면 물건 보는 눈이 생기는 줄 알았습니다. 강사가 칠판에 권리관계 그려주고, 낙찰 사례 몇 개 보여주면 그게 실전인 줄 알았죠. 근데 법원 현장은 훨씬 더 지저분합니다. 등기부에는 안 보이는 점유자의 태도, 관리비 미납, 대출 한도, 잔금 날짜, 세입자와의 말 한마디가 수익률을 바꿉니다.

비싼 경매강의보다 먼저 봐야 할 것

경매강의 가격은 정말 다양합니다. 무료 특강부터 30만 원짜리 온라인 강의, 300만 원 넘는 현장반까지 있습니다. 강의료가 비싸다고 나쁜 건 아닙니다. 문제는 초보가 비싼 강의를 들으면 안전해진다고 착각하는 데 있습니다. 제가 봐온 사고의 상당수는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배운 내용을 자기 돈 넣기 전에 검증하지 않아서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강의에서 ‘말소기준권리 아래 권리는 소멸한다’고 배웁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 하나만 믿고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 선순위 가처분, 유치권 주장,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 같은 변수는 문장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특히 초보는 등기부만 보고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매는 등기부와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가 서로 어긋날 때가 진짜 시험입니다.

  • 강의료보다 내 첫 입찰금이 더 비싸다는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 강사가 보여준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이 남습니다.
  • 권리분석은 암기가 아니라 의심하는 습관에 가깝습니다.
  • 수익률 계산에는 세금, 대출이자, 미납관리비, 이사비, 수리비가 같이 들어가야 합니다.

좋은 경매강의는 물건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제가 괜찮다고 보는 경매강의는 화려한 낙찰 후기를 앞세우기보다, 왜 이 물건은 입찰하지 않았는지를 길게 설명합니다. 초보에게 필요한 건 대박 사례보다 피해야 할 물건의 냄새를 맡는 훈련입니다. ‘이건 싸다’보다 ‘싸 보이는데 왜 안 팔렸을까’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실제로 제가 3년 차 때 수도권 빌라 하나를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감정가 2억 1천만 원, 최저가 1억 4천만 원대였습니다. 지도상 역과도 멀지 않았고, 주변 실거래는 1억 9천만 원 언저리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괜찮아 보였죠.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진입 골목이 너무 좁고, 반지하 세대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심했습니다. 주변 공인중개사 세 곳을 돌았는데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그 물건은 강의 자료로 보면 ‘수익률 15% 가능’이라고 적기 쉬운 물건이었지만, 저는 입찰하지 않았습니다.

경매강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줘야 합니다. 낙찰받은 물건만 보여주면 초보는 경매가 숫자 게임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숫자, 사람, 시간, 체력의 게임입니다. 명도 전화 한 통에 멘탈이 무너지는 분도 있고, 잔금대출이 예상보다 2천만 원 덜 나와 급하게 자금을 끌어오는 분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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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가 강의에서 꼭 확인해야 할 질문

경매강의를 고를 때 저는 커리큘럼보다 질문 대응 방식을 먼저 봅니다. 질문을 받았을 때 강사가 ‘그건 현장 가보면 압니다’로 넘기면 조심해야 합니다. 물론 현장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초보에게는 현장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 어디까지 확인해야 하는지, 확인이 안 되면 어떻게 보수적으로 계산해야 하는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권리분석을 사례로 끊어 설명하는가

권리분석은 교과서 순서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말소기준권리, 임차인 대항력, 배당요구, 인수되는 권리, 점유관계가 한 물건 안에서 동시에 움직입니다. 좋은 경매강의는 등기부 한 장만 던져놓고 끝내지 않고,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를 같이 놓고 판단 과정을 보여줍니다.

둘째, 입찰가 산정에서 비용을 빼놓지 않는가

초보 강의에서 가장 위험한 장면이 ‘시세 3억, 낙찰 2억 4천, 차익 6천’ 같은 계산입니다. 실제로는 취득세, 법무비, 중개수수료, 대출이자, 체납관리비, 수리비, 이사비, 보유 기간의 기회비용이 빠져나갑니다. 저는 입찰가를 잡을 때 예상 매도가에서 최소 8~12%는 비용과 안전마진으로 먼저 덜어냅니다. 물건이 낡았거나 명도가 빡셀 것 같으면 더 뺍니다.

셋째, 명도를 낭만적으로 말하지 않는가

명도는 ‘합의하면 됩니다’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이사를 가야 하고, 누군가는 보증금을 못 받았고, 누군가는 감정이 상해 있습니다. 강의에서 명도를 너무 쉽게 말하면 실제 현장에서는 당황합니다. 내용증명,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인도명령, 강제집행 절차까지 흐름을 알고 있어야 협상도 차분해집니다.

제가 다시 초보라면 이렇게 배웁니다

제가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로 돌아간다면, 먼저 2~3주 동안 무료 자료와 법원 사건기록을 같이 봅니다. 그리고 관심 지역을 하나로 좁힙니다. 서울 전역, 수도권 전체를 다 보겠다는 마음은 멋있지만 실전에서는 흐려집니다. 차라리 한 구, 한 동네, 아파트면 특정 단지군, 빌라면 특정 역세권으로 좁히는 게 낫습니다.

그다음 경매강의를 듣는다면 ‘바로 낙찰받게 해준다’는 말보다 ‘입찰하지 않는 기준’을 알려주는 곳을 고르겠습니다. 낙찰은 누구나 받을 수 있습니다. 시세보다 높게 쓰면 됩니다. 어려운 건 싸게 보이는 물건 앞에서 손을 멈추는 일입니다. 초보에게 가장 중요한 기술은 공격보다 방어입니다.

  • 첫 달에는 입찰하지 않고 사건기록 30건을 읽습니다.
  • 관심 물건 10건은 실제 현장에 가서 주변 중개업소 반응을 듣습니다.
  • 입찰가를 세 가지로 나눕니다. 보수적 가격, 적정 가격, 절대 넘지 않을 가격입니다.
  • 첫 낙찰은 특수물건보다 점유와 권리가 단순한 물건으로 잡습니다.
  • 대출 한도는 낙찰 후가 아니라 입찰 전에 은행이나 대출 상담사를 통해 보수적으로 확인합니다.

경매강의는 분명 필요합니다. 혼자 공부하면 시행착오가 너무 큽니다. 다만 강의는 운전면허 필기시험 같은 겁니다. 도로에 나가면 비 오는 날도 있고, 끼어드는 차도 있고, 갑자기 길이 막히기도 합니다. 강의장에서 박수받은 계산이 현장에서는 안 맞는 일이 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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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보다 오래 살아남는 감각

경매를 오래 하다 보면 수익률보다 무서운 게 자만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한두 번 낙찰받고 돈을 벌면 물건이 쉬워 보입니다. 그때 권리 한 줄을 대충 보고, 명도 비용을 작게 잡고, 대출을 낙관적으로 봅니다. 사고는 보통 그 틈으로 들어옵니다.

저는 경매강의를 찾는 분들에게 늘 비슷한 말을 합니다. 강의 하나로 인생이 바뀌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제대로 된 강의는 돈 잃을 확률을 낮춰줍니다. 초보에게는 그게 진짜 큰 가치입니다. 첫 물건에서 2천만 원 버는 것보다, 위험한 물건에 5천만 원 묶이지 않는 게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경매는 남들보다 용감해서 돈 버는 시장이 아닙니다. 남들이 흥분할 때 숫자를 다시 보고, 남들이 싸다고 외칠 때 점유자와 권리를 다시 확인하는 사람이 오래 갑니다. 경매강의를 듣더라도 그 감각을 키우는 쪽으로 써야 합니다. 저는 아직도 입찰 전날 밤에는 사건기록을 다시 엽니다. 10년을 해도 찝찝한 물건은 찝찝합니다. 그 찝찝함을 무시하지 않는 사람이 결국 자기 돈을 지킵니다.

경매강의 10년 넘게 들어보고 현장에서 맞아보니 보이는 것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