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작은 꼬마빌딩 하나를 보러 간다며 매매가가 괜찮냐고 물어왔습니다. 사진만 보면 멀쩡했습니다. 1층 상가, 위에는 원룸 몇 개, 역에서도 걸어서 8분. 그런데 등기부와 임대차 내역을 같이 놓고 보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매매가는 싸 보였지만, 실제로는 보증금 승계와 수선비를 빼면 싸지도 않았습니다.
건물매매는 아파트 매수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땅, 건물, 임차인, 대출, 세금, 하자, 공실까지 한꺼번에 봐야 합니다. 경매 현장에서 오래 있다 보니 느낀 게 있습니다. 건물은 싸게 사는 것보다, 잘못 사지 않는 게 먼저입니다.
사진보다 먼저 임대차부터 봅니다
초보 때는 외관을 많이 봅니다. 벽돌이 예쁜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코너인지, 유동인구가 많은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실제 돈을 흔드는 건 임대차입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12억짜리 건물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월세가 450만 원 나온다고 하면 연 임대수입은 5,400만 원입니다. 단순 수익률은 4.5%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관리비 미수, 공실 1개, 옥상 방수공사 1,500만 원, 대출이자, 재산세를 빼면 손에 남는 돈은 확 줄어듭니다.
제가 현장에서 먼저 확인하는 건 이런 것들입니다.
- 각 호실 보증금과 월세가 실제로 입금되고 있는지
- 임대차계약서와 전입세대, 사업자등록 현황이 맞는지
- 묵시적 갱신 상태인지, 계약 만료가 언제인지
- 시세보다 과하게 높은 월세로 포장된 물건은 아닌지
- 보증금을 매수인이 그대로 승계했을 때 현금흐름이 버티는지
건물매매에서 월세표만 보고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매도인이 보여주는 임대현황표는 참고자료일 뿐이고, 통장 입금 내역과 계약서, 현장 확인이 같이 맞아야 믿을 수 있습니다.
싸 보이는 건물은 보통 이유가 있습니다
경매장에서도 똑같습니다. 감정가보다 30% 떨어진 건물이 나오면 사람들이 눈이 커집니다. 그런데 유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권리관계가 복잡하거나, 점유자가 까다롭거나, 건물 상태가 안 좋거나, 주변 임대수요가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건물매매도 비슷합니다. 급매라고 해서 무조건 기회는 아닙니다. 제가 예전에 봤던 물건 중에 매매가가 주변보다 1억 가까이 낮은 4층 건물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1층 점포 천장에 누수 흔적이 있었고, 옥상 방수는 거의 끝난 상태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불법 증축 부분이었습니다. 매수 후 원상복구 명령이 나오면 임대수입이 줄고 공사비까지 떠안아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싸게 보이는 건물에서 특히 조심하는 부분은 정해져 있습니다.
- 건축물대장과 실제 건물 구조가 다른 경우
- 주차대수 부족으로 임차인 민원이 반복되는 경우
- 상가 공실이 오래 지속된 경우
- 옥상, 외벽, 배관, 전기 설비가 노후한 경우
- 주변 신축 공급이 많아 임대료가 눌리는 경우
매매가 5천만 원 싸게 샀는데 수선비가 8천만 원 나오면 그건 싼 게 아닙니다. 건물은 눈에 안 보이는 돈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수 전 최소한 설비업자, 중개사, 대출 담당자 의견을 따로 듣습니다. 한 사람 말만 믿고 도장 찍는 일은 피합니다.
수익률 계산은 일부러 보수적으로 합니다
건물매매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수익률입니다. 연 5%, 연 6%, 역세권이면 7%도 가능하다는 식이죠. 솔직히 숫자는 만들기 나름입니다. 공실을 0으로 잡고, 수선비를 빼고, 세금을 작게 보면 어떤 건물도 좋아 보입니다.
저는 계산할 때 일부러 박하게 잡습니다. 공실률은 최소 1개월 이상 반영하고, 노후 건물은 연간 수선비를 따로 둡니다. 대출이자는 현재 금리뿐 아니라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갔을 때도 계산합니다. 상가가 섞인 건물은 경기 영향을 더 크게 봅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매매가 10억, 보증금 1억, 대출 5억, 내 돈 4억이 들어가는 건물이 있습니다. 월세가 350만 원이면 연 4,200만 원입니다. 여기서 대출이자 연 2,500만 원, 재산세와 보험료, 수선비, 공실 비용을 빼면 실제 현금흐름은 생각보다 얇습니다. 월세가 조금만 밀려도 버겁습니다.
특히 초보는 내 돈 기준 수익률만 보면 안 됩니다. 건물 전체 가격 대비 수익률, 대출이자 차감 후 현금흐름, 향후 매도 가능성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건물은 사고 싶을 때 사는 것보다, 팔아야 할 때 팔리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권리분석은 경매만의 일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권리분석을 경매에서만 하는 절차로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일반 건물매매에서도 권리분석은 필요합니다. 등기부등본에 근저당, 가압류, 압류, 지상권, 지역권 같은 권리가 어떻게 붙어 있는지 봐야 하고, 잔금일에 말소가 가능한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임차인 권리도 중요합니다. 보증금이 큰 임차인이 있는데 계약서 내용이 애매하거나, 실제 점유자와 계약자가 다르면 나중에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상가건물은 영업권, 권리금, 시설물 원상복구 문제까지 따라옵니다. 매도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그 괜찮다는 말이 계약서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내 편이 아닙니다.
제가 계약서 특약에 자주 넣는 내용은 단순합니다. 임대차 보증금과 월세 내역, 체납 여부, 하자 고지, 불법 건축물 여부, 잔금 전 권리 말소, 공과금 정산 같은 부분입니다. 말로 들은 건 분쟁 때 힘이 약합니다. 글로 남겨야 합니다.
제가 건물매매를 볼 때 묻는 질문
현장에서 건물을 보고 나오면 저는 스스로에게 하나를 묻습니다. 이 건물을 3년 뒤에도 웃으면서 들고 있을 수 있나. 이 질문이 꽤 쓸모 있습니다. 매수 직후에는 누구나 장밋빛입니다. 임대료 올리고, 외벽 손보고, 공실 채우면 좋아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운영은 생각보다 질깁니다.
건물은 매달 관리가 필요합니다. 세입자 전화가 오고, 누수가 생기고, 간판 문제로 다투고, 공실이 나면 다시 중개사무소를 돌아야 합니다. 대출이자는 날짜 맞춰 빠져나가고, 세금은 생각보다 묵직합니다. 그러니 건물매매는 투자금만 보는 게 아니라 내 성향과 시간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저는 초보에게 첫 건물부터 큰 물건을 잡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작더라도 구조가 단순하고, 임차인이 명확하고, 수선 리스크가 보이는 물건부터 보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돈 버는 건물은 화려한 설명보다 숫자와 서류가 조용히 맞아떨어집니다. 현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은 대개 그 조용한 신호를 더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