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증권사 앱에서 옵션거래 메뉴를 눌러봤는데, 솔직히 첫 느낌은 주식 창보다 훨씬 낯설었다. 콜, 풋, 행사가, 만기, 프리미엄 같은 말이 한꺼번에 나오니 괜히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하나씩 뜯어보니 구조 자체는 의외로 단순했다. 문제는 단순한 구조가 실제 돈으로 들어가면 꽤 날카롭게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옵션거래는 권리를 사고파는 거래였다
옵션거래를 처음 볼 때 가장 헷갈린 건 주식을 사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부분이었다. 주식은 주식 자체를 사고판다. 옵션은 특정 자산을 정해진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판다. 살 수 있는 권리가 콜옵션, 팔 수 있는 권리가 풋옵션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지수가 오를 것 같으면 콜옵션 매수를 생각할 수 있고, 떨어질 것 같으면 풋옵션 매수를 생각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방향 맞히기처럼 들린다. 근데 옵션에는 만기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권리의 가치가 줄어들 수 있고, 만기 때 조건이 안 맞으면 내가 낸 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질 수도 있다.
이게 주식과 가장 다른 느낌이었다. 주식은 가격이 내려도 기다린다는 선택이 남아 있을 때가 많다. 옵션은 시간이 지나가는 것 자체가 비용처럼 작동한다. 그래서 방향을 맞혀도 속도가 늦으면 수익이 기대보다 작거나 손실이 날 수 있다.
작은 가격처럼 보여도 실제 금액은 다르게 계산된다
한국거래소의 코스피200 옵션 상품명세를 보면 거래단위가 옵션가격에 거래승수 25만을 곱하는 방식이다. 화면에 옵션가격이 1.00으로 보인다고 해서 1원짜리 거래가 아니라는 뜻이다. 단순 계산으로 1.00포인트는 25만 원 규모가 된다.
호가 단위도 프리미엄 구간에 따라 다르다. 코스피200 옵션은 프리미엄 10포인트 미만이면 0.01포인트 단위로 움직이고, 이때 최소가격변동금액은 2,500원이다. 프리미엄이 10포인트 이상이면 0.05포인트 단위가 되고 최소 변동금액은 12,500원이다. 숫자 한 칸이 작아 보여도 계약 수가 늘면 체감 금액이 금방 커진다.
이 부분을 모르고 보면 화면의 0.01 움직임을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기 쉽다. 실제로는 내 계좌에서 움직이는 돈의 단위가 따로 있다. 옵션거래를 볼 때는 가격표보다 먼저 승수와 1틱 금액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수와 매도는 위험의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옵션 매수는 내가 프리미엄을 내고 권리를 사는 쪽이다. 그래서 예상이 빗나가면 낸 돈을 잃을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 장내파생상품 거래설명서에서도 옵션매수자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지불한 금액 전체를 잃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반대로 옵션 매도는 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의무를 지는 쪽이다. 여기서 느낌이 확 달라진다. 처음에는 돈을 받고 시작하니 편해 보이지만, 시장이 반대로 크게 움직이면 받은 돈보다 훨씬 큰 손실이 날 수 있다. 설명서에서도 옵션매도자는 매도대금 이상을 잃을 수 있고 손실이 매우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옵션 매수: 낸 프리미엄이 최대 손실에 가까운 구조
- 옵션 매도: 받은 프리미엄보다 큰 손실이 생길 수 있는 구조
- 공통점: 만기와 변동성 때문에 가격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음
개인적으로는 이 차이를 알고 나니 옵션 매도를 가볍게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특히 수익 확률만 보고 들어가면 손실 규모를 놓치기 쉽다.
거래 전 조건도 생각보다 까다롭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국내 장내파생상품을 거래하려면 사전교육과 모의거래 같은 절차가 붙는다. 금융투자협회 교육 안내에는 선물거래 또는 옵션매수거래를 원하는 개인투자자에게 20시간 사전교육 과정이 제시돼 있고, 거래 가능요건으로 한국거래소 모의거래 50시간도 함께 언급된다.
기본예탁금도 있다. 금융투자협회 설명서 기준으로 옵션상품 쪽은 투자자 단계에 따라 기본예탁금 구간이 달라진다. 이 금액은 단순한 수수료가 아니라 시장에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것을 막고 결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코스피200 옵션은 정규거래 시간이 08:45부터 15:45까지이고, 최종거래일에는 15:20까지다. 야간거래도 18:00부터 다음 날 06:00까지 열릴 수 있다. 최종거래일은 보통 각 결제월의 두 번째 목요일이며, 권리행사는 최종거래일에만 가능한 유럽형 방식이다. 이런 일정은 대충 넘기면 안 된다. 옵션은 만기 하루 차이로 가격 감각이 확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공부 순서가 중요했다
옵션거래를 처음 접한다면 전략 이름부터 외우는 건 별로 효율적이지 않았다. 스트래들, 스트랭글, 스프레드 같은 말은 멋있어 보이지만, 그 전에 내가 얼마를 잃을 수 있는지 계산하는 감각이 먼저였다.
먼저 확인할 것들
- 기초자산이 무엇인지
- 콜인지 풋인지
- 매수인지 매도인지
- 행사가와 현재 가격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 만기까지 며칠 남았는지
- 1틱이 실제 돈으로 얼마인지
-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 손실이 얼마인지
사실 옵션거래는 생활비를 불리는 쉬운 방법이라기보다, 가격 변동과 시간 가치를 아주 압축해서 다루는 도구에 가까웠다. 그래서 관심이 생긴다면 실제 거래보다 모의거래 화면에서 하루만 가격 움직임을 지켜보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숫자가 왜 흔들리는지, 내가 어떤 상황에서 조급해지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나에게 옵션거래는 빨리 돈 버는 창구라기보다, 금융상품이 얼마나 정교하고 동시에 예민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험대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