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썬책 세 권 빌려놓고 직접 공부해봤더니 남은 기준

파이썬책 세 권 빌려놓고 직접 공부해봤더니 남은 기준

얼마 전 서점에서 파이썬책 코너 앞에 서 있었는데, 책등만 봐도 머리가 살짝 복잡해졌다. 다들 입문서라고 쓰여 있는데 어떤 책은 300쪽, 어떤 책은 800쪽이고, 표지는 친절한데 펼치면 갑자기 변수와 반복문이 쏟아졌다.


그래서 그냥 감으로 고르지 말고, 도서관에서 세 권을 빌려 7일 동안 같은 방식으로 공부해봤다. 하루 40분씩, 첫날은 설치와 출력문, 둘째 날은 조건문, 셋째 날은 반복문, 넷째 날부터는 작은 예제를 따라 했다. 생각보다 책마다 피로도가 꽤 달랐다.


처음 고를 때 표지보다 봐야 했던 것


파이썬책을 고를 때 제일 먼저 본 건 목차였다. 그런데 목차도 그냥 훑으면 다 비슷하다. 변수, 자료형, 조건문, 반복문, 함수가 거의 반드시 나온다. 차이는 그 사이에 설명이 얼마나 잘게 끊겨 있는지였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한 챕터가 50쪽 넘게 이어지는 책보다, 10쪽 안팎으로 작게 나뉜 책이 훨씬 덜 지쳤다. 특히 예제 하나가 나오고 바로 결과 화면이 붙어 있는 책은 따라가기가 쉬웠다. 반대로 설명은 긴데 실행 결과가 몇 페이지 뒤에 있는 책은 중간에 내가 맞게 한 건지 계속 의심이 들었다.


  • 목차에 실습 파일 만들기, 오류 메시지 읽기 같은 내용이 있는지 봤다.
  • 코드 한 줄마다 설명이 붙어 있는 책이 입문자에게 편했다.
  • 처음 30쪽 안에 설치만 길게 이어지는 책은 손이 덜 갔다.

문법책, 프로젝트책, 문제풀이책은 체감이 달랐다


세 권을 나눠보니 성격이 뚜렷했다. 첫 번째는 문법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책이었다. 안정감은 있었다. 대신 재미가 늦게 온다. print, input, if, for를 배우는 동안 내가 뭔가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은 적었다.


두 번째는 미니 프로젝트 중심의 책이었다. 계산기, 로또 번호 생성기, 파일 이름 바꾸기 같은 예제가 초반부터 나왔다. 솔직히 이쪽이 더 재밌었다. 다만 모르는 문법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설명을 다시 뒤져야 해서 흐름이 끊겼다.


세 번째는 문제풀이식 책이었다. 한 페이지에 설명, 다음 페이지에 연습문제가 붙어 있었다. 이건 공부한 느낌이 가장 강했다. 근데 퇴근 후 피곤한 날에는 문제를 풀기 싫어서 책을 덮게 됐다. 공부 습관이 아직 약한 사람에게는 의외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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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동안 해보니 좋은 파이썬책은 이런 느낌이었다


내 기준에서 좋은 파이썬책은 친절한 책보다 덜 막히게 만드는 책에 가까웠다. 친절하다는 말은 애매하다. 실제로는 에러가 났을 때 어디를 봐야 하는지, 예제가 왜 안 돌아갈 수 있는지까지 짚어주는 책이 오래 붙잡게 됐다.


1시간 안에 작은 결과물이 나오는가


첫날에 화면에 글자만 찍고 끝나는 것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둘째 날이나 셋째 날쯤에는 숫자 맞히기 게임, 간단한 환율 계산, 엑셀 파일 읽기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어야 버틸 힘이 생겼다. 파이썬은 생활 자동화와 연결될 때 갑자기 쓸모가 확 살아난다.


오류를 부끄러운 일처럼 다루지 않는가


입문자는 오타 하나로 20분을 날린다. 나도 콜론 하나 빼먹고 한참 헤맸다. 좋은 책은 SyntaxError, NameError 같은 메시지를 그냥 무섭게 던져두지 않고, 어디부터 읽으면 되는지 알려준다. 이 부분이 있으면 혼자 공부할 때 덜 외롭다.


가격보다 중요한 건 내 속도와 맞는지였다


가격은 대체로 2만 원대에서 3만 원대가 많았다. 두꺼운 책이 돈값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끝까지 읽는 쪽이 훨씬 중요했다. 700쪽짜리 책을 80쪽 읽고 멈추는 것보다, 280쪽짜리 책을 두 번 보는 편이 내겐 더 나았다.


종이책과 전자책도 차이가 있었다. 종이책은 옆에 펼쳐두고 코드를 치기 편했다. 전자책은 검색이 빨랐다. 노트북 화면이 작은 사람이라면 종이책 쪽이 덜 답답했고, 모니터가 크면 전자책도 꽤 괜찮았다.


  • 완전 처음이면 250쪽에서 400쪽 사이 책이 부담이 적었다.
  • 이미 다른 언어를 조금 안다면 프로젝트형 책이 더 빠르게 느껴졌다.
  • 매일 30분 공부라면 챕터가 짧은 책이 이어가기 좋았다.
  • 생활 자동화가 목표라면 파일, 엑셀, 웹 데이터 예제가 있는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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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장에 남은 기준


파이썬책은 유명한 책보다 내 손이 자주 가는 책이 이긴다. 나는 결국 설명이 짧고, 예제가 생활 쪽으로 붙어 있고, 오류 설명이 따로 있는 책을 골랐다. 막상 공부해보니 파이썬을 잘하게 만드는 건 대단한 각오가 아니라 오늘도 책을 펼치게 만드는 작은 편안함이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한 권을 찾으려 하면 선택만 길어진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같은 단원, 예를 들면 반복문 부분을 10분씩만 비교해도 차이가 금방 보인다. 읽히는 책은 몸이 먼저 안다. 이상하게 덜 미루게 되는 책, 그게 초반에는 꽤 믿을 만한 기준이었다.

파이썬책 세 권 빌려놓고 직접 공부해봤더니 남은 기준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