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신혼집 주방을 봐드렸는데, 싱크대 하부장에 프라이팬만 여섯 장이 겹쳐 있었습니다. 자주 쓰는 건 결국 맨 위의 24cm 하나였고, 나머지는 꺼내기 귀찮아 거의 새것처럼 남아 있었어요. 티리난지 프라이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쁘고 코팅이 강하다는 말보다 먼저 봐야 하는 건 우리 집에서 하루에 몇 번 꺼내는지, 어디에 넣을 수 있는지입니다.
광고 문구보다 먼저 볼 것은 생활 패턴
티리난지 프라이팬은 피렌체 그라니토 라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브랜드에서는 긁힘에 강한 그라니토 코팅을 앞세웁니다. 이런 문구가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해요. 주방에서 코팅팬은 거의 소모품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10년 동안 집을 봐오면서 느낀 건, 코팅이 약해서 망가지는 팬보다 사용 습관 때문에 빨리 늙는 팬이 훨씬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코팅팬은 빈 팬을 센 불에 오래 올리거나,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찬물에 담그거나, 팬끼리 겹쳐 넣으면서 바닥이 긁히는 일이 반복되면 수명이 확 줄어듭니다. 한국소비자원 프라이팬 시험에서도 코팅 내구성은 제품마다 차이가 컸고, 가격이 곧 수명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티리난지 프라이팬을 산다면 비싼 팬을 모셔두는 느낌이 아니라, 자주 쓰되 덜 혹사시키는 방식까지 같이 생각해야 합니다.
20cm, 24cm, 26cm는 이렇게 나누면 쉽다
팬 사이즈는 생각보다 생활을 많이 바꿉니다. 20cm는 달걀 프라이 1~2개, 소시지 몇 개, 1인분 간단 조리에 좋습니다. 혼자 사는 집에서도 밥을 자주 해 먹는다면 귀엽고 가벼운 장점이 있어요. 다만 김치볶음밥, 두부부침, 고기 굽기까지 한 장으로 해결하려면 금방 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24cm는 가장 무난합니다. 1~2인 가구에서 팬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대개 24cm를 먼저 봅니다. 달걀도 가능하고, 볶음요리도 넘치지 않고, 설거지할 때 싱크볼 안에서 돌리기에도 부담이 덜합니다. 티리난지 프라이팬 공식 판매가를 보면 24cm가 20cm보다 가격이 올라가지만, 실제 활용 폭은 그 차이보다 큽니다.
26cm는 2~4인 가구나 고기를 자주 굽는 집에 어울립니다. 팬 면적이 넓으면 재료가 겹치지 않아 수분이 덜 생기고, 볶음이 질척해지는 일도 줄어듭니다. 대신 수납장이 얕거나 인덕션 화구가 작은 집에서는 손잡이와 몸통이 계속 걸립니다. 큰 팬이 좋은 팬은 아닙니다. 우리 집 화구와 싱크대, 하부장 깊이까지 맞아야 매일 꺼냅니다.
예산은 세트보다 주력 팬 한 장에 먼저 쓰기
티리난지 프라이팬은 20cm가 15만 원대, 24cm가 18만 원대, 26cm가 19만 원대인 고가 라인으로 보입니다. 판매처나 행사에 따라 체감 가격은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볍게 충동구매할 가격은 아닙니다. 그래서 세트 구성에 먼저 흔들리기보다 우리 집 주력 조리가 무엇인지 봐야 합니다.
- 아침 달걀, 아이 반찬, 1인분 조리가 많다면 20cm
- 한 장으로 대부분의 끼니를 처리하고 싶다면 24cm
- 고기, 전, 볶음요리를 자주 하고 2인 이상 식사라면 26cm
- 국물 있는 볶음이나 면 요리가 많다면 프라이팬보다 웍 우선
솔직히 말하면, 모든 집에 비싼 코팅팬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만 요리하는 집이라면 3만~5만 원대 팬을 잘 관리해도 충분합니다. 반대로 매일 불 앞에 서는 집, 팬 하나를 계속 꺼내는 집이라면 손잡이 균형, 코팅 유지력, 바닥 열전도 차이가 피로도를 줄여줍니다. 리빙 제품은 많이 사는 게 답이 아니라 많이 쓰는 물건에 돈을 쓰는 쪽이 오래 갑니다.
인덕션 주방에서는 바닥과 무게를 같이 보기
티리난지 프라이팬은 인덕션 사용 가능 제품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윗지름만 보는 게 아니라 바닥이 화구에 얼마나 잘 닿는지입니다. 26cm 팬이라도 실제 인덕션에 닿는 바닥 면적이 작으면 가장자리 온도가 기대보다 늦게 오릅니다. 반대로 작은 화구에 큰 팬을 올리면 가운데만 빨리 익고 가장자리는 물이 생깁니다.
무게도 봐야 합니다. 묵직한 팬은 안정감이 있지만 손목이 약한 사람에게는 설거지와 이동이 일이 됩니다. 스타일링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어요. 좋은 팬을 샀는데 손목이 부담스러워 결국 가벼운 낡은 팬만 쓰는 경우입니다. 팬은 요리할 때만 드는 게 아니라 씻고, 닦고, 말리고, 넣는 과정까지 매번 손에 닿습니다. 이 전체 동선이 편해야 오래 씁니다.
오래 쓰는 집은 보관 방식이 다르다
코팅팬을 오래 쓰는 집은 대단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닙니다. 팬 사이에 얇은 보호 패드 하나를 넣거나, 세워서 꽂을 자리를 만들어 둡니다. 팬을 겹쳐야 한다면 조리면끼리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긁힘이 줄어듭니다. 티리난지 프라이팬처럼 표면 질감과 색감이 예쁜 팬은 밖에 걸어두고 싶어지지만, 기름 튀는 레인지 옆 벽면은 생각보다 빨리 끈적해집니다. 보이는 수납보다 덜 더러워지는 위치가 낫습니다.
세척은 부드러운 수세미와 중성세제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눌어붙은 자국은 바로 박박 밀기보다 따뜻한 물을 잠깐 받아 불리는 쪽이 코팅에 덜 거칩니다.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표시가 있더라도 코팅팬은 손세척이 수명 관리에 유리한 편입니다. 금속 뒤집개를 써도 된다는 말이 있더라도 매일 쓰는 도구는 실리콘이나 나무가 편합니다. 강한 팬을 샀다고 강하게 다루면 결국 손해입니다.
사는 쪽으로 기우는 집과 아닌 집
티리난지 프라이팬이 잘 맞는 집은 분명합니다. 조리를 자주 하고, 팬을 꺼내기 쉬운 자리가 있고, 세척 후 완전히 말릴 여유가 있는 집입니다. 특히 주방 물건을 적게 두되 자주 쓰는 것의 질을 올리고 싶은 집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팬이 여러 장인데도 대부분 손이 가지 않는다면 새 팬보다 수납 동선부터 바꾸는 게 먼저입니다.
저라면 티리난지 프라이팬은 세트보다 한 장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매일 달걀, 볶음밥, 고기 한 번씩 올리는 집이라면 24cm나 26cm가 주방의 중심이 될 수 있고, 조리가 적은 집이라면 기존 팬을 잘 비우는 일이 먼저입니다. 오래 가는 집은 물건을 많이 들인 집이 아니라, 손이 가는 물건만 제자리에 남긴 집에 더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