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애슐리 영의 은퇴 선언 소식을 보는데, 이상하게 ‘또 한 명이 떠났다’보다 ‘이 선수는 참 오래 버텼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1985년생, 만 40세, 프로 데뷔는 2003년 왓포드. 2026년 4월 30일 은퇴 의사를 밝히기까지 무려 23년 가까이 1군 무대에 남아 있었다는 건, 단순히 재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록입니다.
40세 은퇴 선언이 더 묵직했던 이유
애슐리 영은 입스위치 타운 소속으로 2025-26시즌을 보냈고, 시즌 막판 은퇴를 발표했습니다. 그냥 조용히 계약이 끝난 게 아니라, 팀이 프리미어리그 자동 승격을 놓고 마지막 라운드까지 싸우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그의 은퇴 선언은 개인 커리어의 끝이면서도, 한 팀의 승격 레이스와 맞물린 장면이었습니다.
입스위치는 2026년 5월 2일 QPR을 3-0으로 꺾고 챔피언십 2위를 확정했습니다. 전반 9분 안에 조지 허스트와 제이든 필로진이 골을 넣었고, 후반 막판 케이시 맥아티어가 세 번째 골을 보탰습니다. 영이 마지막 시즌에 자주 그라운드를 밟지는 못했지만, “승격을 돕겠다”는 목표는 숫자로 남았습니다. 팀은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올라갔고, 그는 그 장면 곁에서 선수 생활을 닫았습니다.
기록만 놓고 봐도 꽤 두꺼운 커리어
영의 커리어를 숫자로 펼치면 생각보다 폭이 넓습니다. 클럽 통산 750경기 이상, 88골.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39경기 7골을 기록했습니다. 왓포드에서 출발해 애스턴 빌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터 밀란, 에버턴, 입스위치까지 거쳤으니 리그와 역할, 팀의 급이 계속 바뀐 여정이었습니다.
- 프로 데뷔: 2003년 왓포드
- 대표팀 데뷔: 2007년 11월
- 잉글랜드 A매치 기록: 39경기 7골
- 클럽 통산 기록: 750경기 이상, 88골
- 주요 우승: 프리미어리그, FA컵, 리그컵, 유로파리그, 세리에A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2012-13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2016-17시즌에는 리그컵과 유로파리그 우승에도 함께했습니다. 인터 밀란에서는 2020-21시즌 세리에A 우승 멤버였습니다. 잉글랜드 선수로 이탈리아 정상까지 밟았다는 점도 그의 커리어를 조금 다르게 보이게 합니다.
윙어에서 풀백으로, 살아남는 선수의 방식
사실 애슐리 영을 처음 기억하는 팬들에게 그는 측면 공격수였습니다. 애스턴 빌라 시절의 영은 안쪽으로 접고 들어오는 움직임, 세트피스, 크로스가 강한 선수였죠. 그런데 커리어 후반으로 갈수록 그는 풀백, 윙백, 좌우 측면 수비 자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변화가 진짜 흥미롭습니다.
나이를 먹는 대신 역할을 바꿨다
스피드가 줄면 많은 윙어는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그런데 영은 경기 읽기, 위치 선정, 양발 사용, 경험치를 무기로 삼아 생존 방식을 바꿨습니다. 맨유에서 풀백으로 내려선 뒤에도 빅매치에서 버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격수 출신 풀백은 전진 타이밍을 알고, 풀백이 된 공격수는 상대 윙어가 싫어하는 압박 각도도 압니다.
물론 그의 후반기 커리어가 늘 박수만 받은 건 아닙니다. 에버턴 시절에는 나이와 속도 문제로 비판도 받았고, 입스위치에서는 부상 탓에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2025-26시즌 입스위치에서는 공식전 기준 15경기 안팎에 그쳤고, 후반기에는 엉덩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멀어진 기간도 길었습니다. 그래도 40세 선수가 챔피언십 승격 경쟁 팀의 라커룸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꽤 말이 됩니다.
마지막 장면이 승격이었다는 것
운동선수의 마지막 시즌은 대개 잔인합니다. 몸은 예전처럼 반응하지 않고, 팀은 감정만으로 명단을 짜지 않습니다. 영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1월 이후 출전이 끊겼고, 선수로서 경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시간은 줄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다른 방식으로 시즌 안에 남았습니다. 훈련장, 원정 동행, 라커룸의 말 한마디 같은 것들 말입니다.
입스위치가 QPR을 꺾고 승격을 확정한 날, 영의 커리어는 꽤 근사한 원을 그렸습니다. 왓포드에서 2005-06시즌 승격을 맛봤던 선수가, 20년 뒤 입스위치의 승격 시즌을 끝으로 물러났습니다. 시작과 끝에 ‘프리미어리그로 올라가는 팀’이 있었다는 점이 묘하게 잘 맞아떨어집니다.
애슐리 영의 은퇴 선언은 화려한 작별 경기 하나로만 기억될 소식은 아닙니다. 더 가까운 기록은 23년, 750경기 이상, 6개 클럽, 5개 주요 우승, 그리고 포지션을 바꾸며 버틴 시간입니다. 솔직히 이런 커리어는 슈퍼스타의 전성기 하이라이트보다 오래 곱씹을 맛이 있습니다. 축구에서 오래 살아남는다는 건 잘하는 것만큼이나 계속 변하는 일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