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입크페스티벌 라인업을 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은행 브랜드 축제라고 하면 보통 체험 부스 몇 개에 공연이 붙는 느낌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2026년 입크페스티벌은 구성이 꽤 본격적이더라고요. 특히 올해는 10월 3일과 10월 4일, 이틀 일정으로 판이 커졌고 장소도 일산 킨텍스라서 규모감이 확 살아납니다.
저는 드라마나 예능을 볼 때도 첫 회보다 편성표를 먼저 보는 편인데요. 누가 나오고, 어떤 톤으로 이어지고, 중간에 분위기가 어디서 바뀌는지가 은근히 중요하거든요. 입크페스티벌도 그런 식으로 보면 꽤 재미있습니다. 하루는 K팝 중심, 다른 하루는 힙합과 보컬, 그리고 스페셜 무대까지 이어지는 흐름이라서 거의 음악 예능 시즌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입크페스티벌, 왜 갑자기 눈에 들어왔나
입크페스티벌은 IBK기업은행이 여는 브랜드 문화 행사입니다. 2023년 시작된 뒤 음악 공연과 현장 체험을 섞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고, 2026년에는 하루 행사가 아니라 이틀짜리 페스티벌로 확대됐습니다. 이 변화가 생각보다 큽니다. 하루 공연은 라인업이 아무리 좋아도 ‘한 번 즐기고 끝’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이틀이 되면 관객 입장에서 선택지가 생기거든요.
10월 3일은 하이라이트, 올데이프로젝트, 전소미, 리센느, 프로미스나인, 다영, 크래비티, 피원하모니 등 K팝 색이 강한 라인업입니다. 반면 10월 4일은 로꼬, 크러쉬, 헤이즈, 최예나, 김하온, 원슈타인, 나우아임영, god까지 이어집니다. 이름만 쭉 놓고 봐도 첫째 날은 무대 에너지와 팬덤의 열기, 둘째 날은 싱어롱과 감성, 장르 믹스가 더 크게 보입니다.
첫째 날은 팬덤 예능처럼 속도가 빠를 듯
10월 3일 라인업은 확실히 무대 보는 맛이 강합니다. 하이라이트처럼 오래 쌓인 팬덤과 무대 장악력이 있는 팀이 있고, 전소미처럼 솔로 퍼포머의 존재감이 뚜렷한 아티스트도 있습니다. 프로미스나인, 크래비티, 피원하모니처럼 팀 단위 무대가 주는 밀도도 있고요. 이런 조합은 현장에서 관객 반응이 빠르게 올라오는 편입니다.
예능으로 치면 게스트가 계속 바뀌는데 텐션이 떨어지지 않는 회차에 가깝습니다. 무대 사이 공백이 길지만 않다면, 초반부터 후반까지 계속 몸이 먼저 반응하는 구성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도 있어요. K팝 중심 페스티벌은 팬덤별 응원 문화가 선명해서, 특정 아티스트를 보러 간 관객과 전체 분위기를 즐기러 간 관객의 체감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날은 가볍게 즐긴다는 마음보다 ‘응원봉 없이도 리듬을 탈 준비’를 하고 가는 쪽이 더 맞다고 봅니다.
둘째 날은 플레이리스트가 더 길게 남는 조합
10월 4일은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로꼬, 크러쉬, 헤이즈, 원슈타인 쪽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공연장보다 플레이리스트에서 먼저 친숙해진 노래가 많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최예나의 밝은 에너지, 김하온의 랩 무대, 나우아임영의 신선함이 붙고, 스페셜 무대로 god가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솔직히 이 조합은 세대 폭이 넓습니다. 10대와 20대가 듣는 현재형 무대도 있고, god처럼 노래 한 곡만 나와도 옆 사람과 같이 부르게 되는 팀도 있습니다. 그래서 둘째 날은 첫째 날보다 관객층이 더 섞일 것 같아요. ‘내 가수만 보고 빠지는’ 느낌보다는, 중간중간 아는 노래가 계속 걸리는 페스티벌 쪽에 가깝습니다.
- 10월 3일: K팝 팬덤, 퍼포먼스, 팀 무대 중심
- 10월 4일: 힙합, 알앤비, 보컬, 세대 공감형 무대 중심
- 공통 포인트: 공연 외 푸드존, 이벤트존, 홍보부스 등 체험 공간 운영 예정
무료 응모형 행사라는 점도 꽤 큰 변수
입크페스티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티켓 방식입니다. 2026년 행사는 i-ONE Bank 개인 앱을 통해 8월 3일부터 8월 31일까지 응모가 진행됐고, 당첨자는 9월 8일 개별 안내되는 방식으로 알려졌습니다. 무료 응모형 행사라서 접근성은 좋은데, 반대로 당첨 여부가 가장 큰 관문이 됩니다.
이런 방식은 장점과 단점이 확실합니다. 장점은 티켓값 부담 없이 대형 라인업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콘서트 한 번 가려면 티켓, 교통, 식사까지 합쳐서 지출이 꽤 커지잖아요. 근데 무료 응모형은 운이 따라주면 부담이 확 줄어듭니다. 단점은 내가 원하는 날짜를 골랐다고 해서 반드시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당첨 이후 현장 운영이 얼마나 매끄러운지가 체감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는 점입니다.
현장 관전 포인트는 무대보다 동선일 수도
킨텍스는 큰 행사를 치르기에 익숙한 공간이지만, 사람이 몰리는 날에는 이동 자체가 체력전이 됩니다. 입크페스티벌처럼 공연, 푸드존, 이벤트존, 브랜드 부스가 함께 열리는 구성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공연만 보러 가는 사람과 체험 부스를 같이 즐기려는 사람이 섞이기 때문에, 입장 시간과 대기 줄, 식사 타이밍에서 만족도가 갈릴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첫 무대부터 끝까지 꽉 채워 보는 타입이라면 간식과 보조배터리는 기본으로 챙기는 쪽이 좋습니다. 반대로 페스티벌 분위기를 즐기는 쪽이라면 공연 전후로 부스를 먼저 돌고, 메인 무대는 꼭 보고 싶은 팀 기준으로 움직이는 게 더 편할 수 있습니다. 이건 드라마 몰아볼 때도 비슷해요. 모든 장면을 다 챙기면 밀도가 좋지만, 내 취향 장면을 정확히 잡아보면 피로도가 줄어듭니다.
입크페스티벌은 브랜드 축제의 성격이 분명하다
입크페스티벌을 일반 음악 페스티벌과 똑같이 보면 살짝 어긋날 수 있습니다. 이 행사는 기본적으로 IBK기업은행의 브랜드 축제이고, 음악 공연은 그 안에서 가장 강한 흡입력을 가진 콘텐츠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현장에는 공연뿐 아니라 금융상품이나 브랜드 경험을 연결하는 부스도 들어갑니다. 이 지점이 취향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조금 상업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부분을 알고 가면 덜 당황스러울 것 같습니다. 순수하게 음악만 보고 싶다면 무대 시간표를 중심으로 움직이면 되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간다면 체험존까지 섞어서 하루 코스로 즐기기 좋습니다. 라인업만 보면 공연 페스티벌인데, 실제 경험은 음악 예능 공개방송과 브랜드 팝업을 같이 도는 느낌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입크페스티벌이 흥미로운 건 ‘은행 행사’라는 딱딱한 첫인상을 꽤 빠르게 지운다는 점입니다. 물론 현장 운영이 촘촘해야 이 좋은 라인업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그래도 올해처럼 이틀로 나뉜 구성이라면 취향별 선택이 가능하고, 첫째 날과 둘째 날의 색도 분명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둘째 날의 넓은 세대감이 조금 더 끌리지만, 무대 에너지로만 보면 첫째 날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이런 행사는 다녀오고 나면 결국 ‘누가 나왔나’보다 ‘그날 분위기가 어땠나’가 오래 남는데, 입크페스티벌은 그 분위기를 만들 재료가 꽤 넉넉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