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텃밭을 가꾸는 어르신들이 계절 이야기를 참 많이 하십니다. 가을 문턱만 되면 혈압보다 먼저 묻는 말이 “올해 김장무는 언제 넣어야 할까요?”일 때도 있었어요. 사실 김장무는 심는 시기와 간격이 조금만 어긋나도 속이 비거나 갈라지고, 잎만 무성해지기 쉽습니다.
김장무우심는방법은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몇 가지 기준은 꼭 잡고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사람 몸도 기본 수치가 흔들리면 경과를 봐야 하듯이, 무도 온도·토양·물 관리가 맞아야 단단하게 큽니다.
김장무는 언제 심는 게 좋을까요?
김장무는 보통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씨를 뿌립니다. 중부지방은 대체로 8월 중순부터 8월 말, 남부지방은 8월 하순부터 9월 초까지가 많이 쓰이는 기준입니다. 기온이 너무 높을 때 심으면 싹은 빨리 나지만 웃자라기 쉽고, 너무 늦으면 뿌리가 충분히 굵어지기 전에 추위를 만납니다.
씨를 뿌린 뒤 수확까지는 보통 60~70일 정도 걸립니다. 김장을 11월 중순쯤 한다면 거꾸로 계산해서 심는 날짜를 잡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중부지방에서 11월 초중순 수확을 원한다면 8월 하순 파종이 무난합니다.
- 중부지방: 8월 중순~8월 말
- 남부지방: 8월 하순~9월 초
- 고랭지나 서늘한 지역: 조금 더 앞당겨 파종
- 늦어도 첫서리 전 충분히 자랄 시간을 확보
근데 해마다 날씨가 다릅니다. 폭염이 길면 며칠 늦추고, 비가 계속 오면 물 빠짐을 먼저 봐야 합니다. 달력만 보고 심기보다, 낮 기온이 조금 누그러지고 밤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흐름을 같이 보는 게 안전합니다.
밭 만들기는 씨앗보다 먼저입니다
김장무는 뿌리가 곧게 내려가야 합니다. 그래서 흙이 딱딱하거나 돌이 많으면 모양이 휘고 갈라질 수 있습니다. 씨 뿌리기 1~2주 전에는 밭을 깊게 갈아엎고, 돌과 굵은 뿌리를 골라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밭은 물이 고이지 않게 두둑을 만들어줍니다. 두둑 높이는 15~20cm 정도면 무난하고, 배수가 나쁜 밭은 조금 더 높게 잡습니다. 퇴비는 완전히 발효된 것을 써야 합니다. 덜 썩은 퇴비가 뿌리에 직접 닿으면 무가 갈라지거나 병이 생기기 쉽습니다.
- 씨 뿌리기 1~2주 전 밭 갈기
- 완숙퇴비와 밑거름 넣기
- 흙덩이와 돌 제거하기
- 두둑은 15~20cm 정도로 만들기
- 산성 토양이 심하면 석회를 미리 넣고 시간 두기
간격도 중요합니다. 줄 간격은 45~60cm, 포기 간격은 최종적으로 25~30cm 정도가 좋습니다. 처음부터 하나씩만 심으면 발아가 안 된 자리가 생길 수 있어서 한 구멍에 씨를 2~3알 넣고, 나중에 튼튼한 것 하나만 남기는 방식이 흔합니다.
씨 뿌리는 방법과 솎아주는 시기
김장무 씨는 너무 깊이 묻지 않는 게 좋습니다. 보통 1~2cm 깊이로 씨를 넣고 흙을 얇게 덮은 뒤 가볍게 눌러줍니다. 흙이 바짝 말라 있으면 발아가 들쑥날쑥해지니, 파종 전후로 촉촉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싹은 보통 3~5일이면 올라옵니다. 이후 본잎이 2~3장 나왔을 때 1차 솎기를 하고, 본잎이 5~6장 정도 되었을 때 최종적으로 한 포기만 남깁니다. 솎을 때 아까워서 여러 개를 붙여두면 무가 서로 밀려 굵어지지 못합니다.
- 씨앗 깊이: 1~2cm
- 한 자리 씨앗: 2~3알
- 1차 솎기: 본잎 2~3장
- 최종 솎기: 본잎 5~6장
- 마지막 포기 간격: 25~30cm
솎아낸 어린 무잎은 데쳐서 무쳐 먹기도 합니다. 다만 잎에 농약을 썼다면 수확 가능 기간을 꼭 지켜야 합니다. 농약은 많이 뿌린다고 더 안전해지는 게 아니라, 정해진 양과 횟수를 지키는 게 안전합니다.
물과 웃거름은 ‘꾸준히, 과하지 않게’가 좋습니다
무는 물이 부족하면 매운맛이 강해지고 질겨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동안 말랐다가 갑자기 물을 많이 먹으면 갈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 몸도 탈수와 과수분이 둘 다 문제가 되듯이, 밭도 일정한 습도가 중요합니다.
파종 직후에는 흙이 마르지 않게 관리하고, 뿌리가 자라기 시작한 뒤에는 겉흙이 말랐을 때 충분히 줍니다. 비가 잦은 해에는 물을 더 주기보다 배수로를 확인하는 쪽이 낫습니다. 잎이 축 처져 있다고 무조건 물 부족은 아닙니다. 뿌리썩음이나 과습일 수도 있습니다.
웃거름은 보통 싹이 난 뒤 2~3주쯤 한 번, 이후 생육 상태를 보며 한 번 더 줍니다. 비료가 뿌리에 직접 닿지 않도록 포기 사이 흙에 묻고, 물을 살짝 줘서 흡수되게 합니다. 잎만 지나치게 무성하고 뿌리가 안 굵는다면 질소가 과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병해충과 수확 시기를 놓치지 않는 법
김장무에서 자주 보는 문제는 벼룩잎벌레, 배추좀나방, 진딧물, 무름병, 뿌리혹병 같은 것들입니다. 잎에 작은 구멍이 많아지거나 잎 뒷면에 벌레가 보이면 초기에 잡는 게 훨씬 쉽습니다. 병든 잎과 포기는 그대로 두지 말고 제거해야 주변으로 번지는 걸 줄일 수 있습니다.
무가 흙 위로 어느 정도 올라오고 어깨가 굵어지면 수확 시기를 봅니다. 일반적으로 파종 후 60~70일 전후가 기준입니다. 너무 늦게 두면 바람이 들거나 얼 수 있고, 너무 일찍 뽑으면 김장용으로 크기가 아쉽습니다. 첫서리가 강하게 오기 전, 맑은 날에 수확하면 보관하기도 좋습니다.
그리고 텃밭일을 하실 때는 몸 신호도 같이 보셨으면 합니다. 쪼그려 앉았다 일어날 때 어지럽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차거나, 허리와 무릎 통증이 며칠씩 이어지면 참지 않는 게 좋습니다. 특히 고혈압·당뇨·심장질환이 있거나 항응고제를 드시는 분은 무리한 밭일 뒤 이상 증상이 생기면 진료를 받으세요.
김장무우심는방법은 결국 시기, 흙, 간격, 물 관리가 절반 이상입니다. 씨앗을 넣는 일은 잠깐이지만 그전에 밭을 준비하고, 자라는 동안 조금씩 살피는 시간이 무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텃밭도 몸도 비슷합니다. 갑자기 좋아지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흔들리지 않게 돌보는 쪽이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