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무신사에서 맨투맨 하나를 샀는데, 사진으로는 딱 원하던 핏이었지만 막상 입어보니 어깨선이 애매하게 내려와서 거울 앞에서 한참 멈췄다. 반품할 정도는 아닌데 자주 입을 것 같지도 않은, 제일 아까운 그 상태였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무신사에서 옷을 고를 때 나름의 작은 실험을 해봤다. 바로 마음에 드는 옷을 바로 사지 않고, 장바구니에 넣어둔 뒤 며칠 동안 후기와 실측만 다시 보는 방식이다.
사진보다 먼저 본 건 실측이었다
예전에는 모델 착용 사진을 먼저 봤다. 그런데 모델 키가 185cm이고 몸이 마른 편이면, 170cm대 보통 체형인 나와는 결과가 꽤 달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상세 이미지보다 실측표를 먼저 봤다. 총장, 어깨너비, 가슴단면, 소매길이 네 가지를 평소 입는 옷과 비교했다.
집에 있는 자주 입는 티셔츠를 바닥에 놓고 줄자로 재보니 생각보다 기준이 생겼다. 내 기준으로 총장은 70cm를 넘으면 바지 밖으로 빼 입었을 때 길어 보였고, 어깨너비는 55cm 이상이면 루즈핏 느낌이 강했다. 숫자로 보면 별것 아닌데, 이 기준을 잡아두니 무신사에서 비슷한 옷을 볼 때 판단 속도가 빨라졌다.
후기는 별점보다 사진과 체형을 봤다
무신사 후기를 볼 때 별점 5점만 믿으면 은근히 놓치는 부분이 있다. 다들 만족했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핏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기는 별점보다 구매자 키, 몸무게, 선택 사이즈, 착용 사진을 먼저 봤다. 특히 내 체형과 비슷한 사람이 남긴 후기는 광고 문구보다 훨씬 실용적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셔츠가 상품 사진에서는 단정해 보였는데, 실제 후기 사진에서는 원단이 생각보다 힘이 없고 주름이 잘 잡혀 보였다. 반대로 사진으로는 평범했던 팬츠가 후기에서 핏이 깔끔하다는 말이 반복되면 다시 보게 됐다. 솔직히 무신사는 후기가 많은 편이라 이 과정이 귀찮을 때도 있는데, 실패 한 번 줄이면 배송비와 시간까지 아낀 셈이라 점점 하게 된다.
장바구니에 넣고 하루만 지나도 마음이 달라졌다
이번에 제일 효과가 있었던 건 바로 사지 않는 습관이었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면 일단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리고 하루 뒤에 다시 봤다. 신기하게도 처음엔 좋아 보였던 옷 중 절반 정도는 다음 날 보면 그렇게까지 끌리지 않았다. 할인율이나 랭킹에 흔들린 경우가 꽤 있었다.
나는 7일 동안 장바구니에 9개를 넣었고, 마지막에 실제로 산 건 2개였다. 남은 7개는 색이 애매하거나, 비슷한 옷이 이미 있거나, 후기에서 세탁 후 변형 이야기가 보여서 뺐다. 근데 이게 절약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옷장에 손이 안 가는 옷이 쌓이는 걸 줄이는 데 꽤 도움이 됐다.
내가 걸렀던 옷의 공통점
- 모델 사진은 예쁜데 실측이 평소 옷보다 4cm 이상 큰 옷
- 후기 사진마다 색감이 크게 달라 보이는 옷
- 세탁 후 수축, 보풀, 이염 이야기가 반복되는 옷
- 내 옷장에 이미 비슷한 역할을 하는 옷이 있는 경우
쿠폰은 마지막에 적용하는 편이 나았다
무신사에서 가격을 볼 때 쿠폰과 적립 혜택이 먼저 눈에 들어오면 판단이 흐려졌다. 3만 원대라 괜찮아 보였던 옷도 사실 원래 필요하지 않은 옷이면 그냥 3만 원을 쓰는 일이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구매 후보를 먼저 좁힌 뒤, 마지막에 쿠폰을 적용해봤다.
체감상 이 순서가 훨씬 덜 흔들렸다. 할인 때문에 고른 옷은 배송받고 나서도 설렘이 짧았다. 반대로 실측과 후기를 보고 남긴 옷은 할인 폭이 작아도 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기본 티셔츠나 팬츠처럼 자주 입는 옷은 5천 원 차이보다 핏이 더 중요했다.
실패를 줄이려면 내 옷장이 기준이 돼야 했다
무신사에는 예쁜 옷이 많고, 랭킹을 보다 보면 갑자기 내 스타일이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 자주 입는 옷은 생각보다 정해져 있었다. 출근할 때 입는 바지, 주말에 손이 가는 티셔츠, 자주 신는 신발 색깔을 기준으로 보니 살 옷과 안 살 옷이 꽤 선명해졌다.
이번 실험 뒤에 산 옷 두 개는 둘 다 성공에 가까웠다. 하나는 평소 입던 맨투맨과 총장이 거의 같아서 어색하지 않았고, 다른 하나는 후기 사진에서 본 색감과 실제 색감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전처럼 배송 오자마자 묘하게 불안한 느낌이 덜했다.
무신사에서 옷을 잘 사는 방법이 특별한 비법까지는 아니었다. 내가 이미 잘 입는 옷의 숫자를 알고, 비슷한 체형의 후기를 보고, 하루 이틀 늦게 사는 것. 이 세 가지가 생각보다 강했다. 빠르게 사는 재미도 있지만, 오래 입는 옷은 조금 느리게 고를 때 더 잘 남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