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완성 퍼즐을 다시 보니, 세터 이고은이 남아 있었다

흥국생명 완성 퍼즐을 다시 보니, 세터 이고은이 남아 있었다

얼마 전 흥국생명 선수 명단을 다시 보는데 시선이 세터 칸에서 멈췄습니다. 정호영, 자스티스, 표승주, 고민지처럼 새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사실 더 조용하고 큰 문장은 따로 있더군요. 바로 ‘세터 이고은 남았다’는 점입니다. 배구에서 좋은 공격수는 점수를 만들지만, 좋은 세터는 점수가 나오는 길을 바꿉니다.

우승의 기억은 세터 자리에서 시작됐다

이고은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건 2024년 6월 트레이드였습니다. 흥국생명은 페퍼저축은행에 이원정과 2025-2026시즌 1라운드 신인지명권을 내주고, 이고은과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리베로 신연경까지 데려오며 코트의 시작점과 마지막 터치를 동시에 손봤죠. 당시엔 꽤 과감한 선택처럼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이 이동은 2024-2025시즌 통합우승의 중요한 장면이 됐습니다.

숫자로 봐도 이고은의 존재감은 작지 않았습니다. 2025년 2월 초 기준으로 25경기 96세트에 출전해 세트당 10.510개의 세트를 기록했습니다. 세터 기록은 단순히 몇 개를 올렸느냐보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연결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 시즌 흥국생명은 김연경, 정윤주, 피치, 마테이코를 고르게 활용하는 경기를 자주 만들었고, 1월 말 정관장전처럼 네 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날도 있었습니다. 이건 공격수 네 명이 모두 잘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세터가 블로커의 시선을 분산시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흥국생명 완성이라는 말이 가벼워지지 않는 이유

흥국생명은 김연경 은퇴 이후에도 판을 접지 않았습니다. 2025년 FA 시장에서 이다현을 총액 5억5천만원에 영입했고, 이고은은 총액 3억6천만원으로 잔류했습니다. 신연경, 김다솔, 문지윤도 남았습니다. 우승 뒤 흔들릴 수 있는 팀이 ‘기둥을 빼지 않는 방식’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한 겁니다.

그런데 2025-2026시즌은 생각보다 험했습니다. 이고은은 허리 부상 여파로 한 세트도 뛰지 못했고,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19승 17패, 승점 57로 4위에 올랐습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GS칼텍스에 1-3으로 막혔습니다. 흥미로운 건, 주전 세터가 빠진 시즌에도 팀이 버텼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완전체에 가까운 그림은 아직 코트 위에서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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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터 이고은이 남았다는 건 운영 방식이 남았다는 뜻

현재 흥국생명 공식 선수단에는 세터 이고은, 이나연, 박혜진, 서채현이 함께 올라와 있습니다. 네 명의 세터가 있다는 건 선택지가 많다는 말이지만, 동시에 운영의 기준점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고은은 이미 우승 시즌에 그 기준점 역할을 한 적이 있습니다. 빠른 템포, 중앙 활용, 흔들린 리시브 뒤의 보정 능력. 이런 요소는 기록지에 한 줄로 남기 어렵지만 경기 흐름에는 꽤 선명하게 남습니다.

특히 2026-2027시즌 흥국생명은 중앙이 강합니다. 이다현에 정호영이 더해졌습니다. 여기에 김수지까지 있으면 상대 블로킹은 속공과 이동공격을 계속 의식해야 합니다. 이런 전력은 세터가 살아 있을 때 진짜 값이 나옵니다. 공을 높게만 띄우면 좋은 미들블로커도 평범해지고, 반 박자 빠르게 찔러 넣으면 평범한 랠리도 득점 루트가 됩니다.

기록 팬이 봐야 할 세 가지 포인트

  • 첫째, 이고은의 몸 상태입니다. 2025-2026시즌을 통째로 쉰 뒤 2026년 7월 대표팀 평가전에서 공식 경기에 복귀했습니다. 시즌 초반 출전 세트와 연속 경기 소화력이 먼저 보일 겁니다.
  • 둘째, 중앙 공격 비중입니다. 이다현과 정호영을 동시에 보유한 팀이 세트당 속공 성공을 얼마나 끌어올리는지 보면 흥국생명 완성도가 보입니다.
  • 셋째, 20점 이후 선택입니다. 강팀의 세터 평가는 초반 분배보다 접전 후반에 더 냉정하게 드러납니다. 그때 누구를 믿고, 어떤 코스로 블로킹을 흔드는지가 시즌의 표정을 바꿉니다.

화려한 이름보다 연결이 먼저다

솔직히 흥국생명 명단은 이름값만 보면 꽤 두껍습니다. 자스티스와 표승주가 날개 쪽에 힘을 보태고, 신연경과 고민지가 후방을 받치며, 이다현과 정호영이 중앙에서 높이를 세웁니다. 그런데 배구는 명단을 세워놓고 점수를 주는 종목이 아닙니다. 리시브가 올라오고, 세터가 방향을 고르고, 공격수가 마지막 손목을 쓰는 그 짧은 연결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저는 흥국생명의 새 시즌을 볼 때 가장 먼저 이고은의 첫 토스 궤적을 볼 것 같습니다. 공이 네트 가까이 낮고 빠르게 붙는지, 중앙이 살아나면서 날개 공격수의 블로킹 부담이 줄어드는지, 긴 랠리 뒤에도 같은 리듬을 유지하는지 말입니다. ‘흥국생명 완성’이라는 표현이 정말 코트 위에서 설득력을 얻으려면, 결국 세터 이고은이 건강하게 남아 그 많은 조각을 하나의 공격 흐름으로 묶어야 합니다. 그 장면이 만들어지면, 기록표의 숫자는 꽤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

흥국생명 완성 퍼즐을 다시 보니, 세터 이고은이 남아 있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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