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푸꾸옥에 갔을 때, 제일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유명한 해변의 선베드가 아니었다. 숙소 앞 큰길을 벗어나 야자수 그림자가 길게 누운 골목으로 들어갔을 때, 작은 식당에서 생선 굽는 냄새가 나고 오토바이 뒤에 얼음을 실은 아저씨가 천천히 지나가던 그 장면이었다. 푸꾸옥은 리조트가 많은 섬이지만, 조금만 방향을 틀면 아직 생활의 속도가 남아 있다.
많은 사람이 푸꾸옥을 바다색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나는 이 섬이 의외로 ‘거리감’으로 남았다. 공항에서 즈엉동 중심지까지는 차로 대략 20분 안팎, 옹랑 해변은 중심지에서 북쪽으로 15~20분 정도, 더 올라가 간저우나 락벰 쪽은 50분에서 1시간 넘게 잡아야 한다. 이 이동 시간이 귀찮게 느껴질 수 있는데, 사실 그 덕분에 사람이 조금 빠진다.
즈엉동 시장은 아침에 가야 조용했다
즈엉동 야시장은 밤이 되면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촘촘해진다. 해산물 굽는 연기, 망고 주스, 진주 가게, 호객 소리까지 섞여서 활기롭긴 한데 한적한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아침 시장 쪽으로 발을 옮기면 분위기가 전혀 달라진다. 오전 6시 30분쯤 갔더니 관광객보다 장 보러 나온 주민들이 훨씬 많았다.
바닥은 조금 젖어 있고, 생선 바구니 옆으로 허브와 라임이 같이 놓여 있었다. 베트남식 커피 한 잔을 들고 시장 바깥 골목에 서 있었는데, 손님을 부르는 소리가 크지 않았다. 누가 내게 뭔가를 팔려고 달려드는 느낌보다, 내가 잠깐 그들의 아침 속을 지나가는 느낌에 가까웠다. 사진을 많이 찍기보다는 한두 컷만 남기고 그냥 보는 쪽이 더 편했다.
옹랑 해변, 바다보다 그늘이 좋았던 곳
푸꾸옥에서 한적한 해변을 찾는다면 옹랑은 꽤 괜찮은 선택지다. 완전히 비밀스러운 장소는 아니지만, 롱비치처럼 길게 리조트와 바가 이어지는 느낌은 덜하다. 내가 갔던 날은 오후 3시쯤이었고, 해변에는 가족 단위 여행자 몇 팀과 조용히 책 읽는 사람들 정도가 있었다.
옹랑의 매력은 넓은 백사장보다 바위와 나무 그늘 사이에 있다. 물빛이 극적으로 화려하다기보다, 햇빛이 조금 누그러질 때 바다가 은색으로 바뀌는 순간이 좋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골목에는 작은 카페와 식당이 듬성듬성 있는데, 가격은 중심지보다 아주 싸진 않아도 앉아 있는 시간이 느긋하다. 음료 하나를 시켜 놓고 젖은 발을 말리다 보면 굳이 다음 장소로 빨리 움직이고 싶지 않아진다.
옹랑에서 좋았던 시간대
- 오전 8시 전후에는 해가 강하지 않고 산책하는 사람이 적었다.
- 오후 4시 이후에는 빛이 부드러워져 바위가 있는 쪽이 예쁘게 보였다.
- 해가 진 직후에는 식당으로 사람이 몰려, 오히려 해변 가장자리가 잠깐 비었다.
끄어깐과 간저우로 올라가면 섬의 표정이 달라진다
푸꾸옥 북쪽으로 갈수록 도로는 조금 더 조용해진다. 끄어깐 쪽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풍경이 있어서, 해변 하나만 보고 가기보다 길 자체를 천천히 보는 게 좋았다. 다리 근처에 서 있으면 작은 배가 지나가고, 물가에는 생활 도구들이 아무렇지 않게 놓여 있다. 멋지게 꾸민 포토존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오래 보게 된다.
간저우는 푸꾸옥 북서쪽 끝에 가까운 동네다. 날씨가 맑으면 바다 건너 캄보디아 쪽 섬 그림자가 보인다고들 하는데, 내가 간 날은 옅은 구름 때문에 선명하진 않았다. 그래도 그 흐릿함이 나쁘지 않았다. 항구 근처에는 큰 음악도, 과한 조명도 없었고 식당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밥 먹는 사람들이 보였다. 푸꾸옥이 휴양지이기 전에 섬이라는 사실이 여기서 조금 더 분명해진다.
이쪽은 이동 시간이 길어 택시만 타면 비용이 꽤 나온다. 스쿠터를 빌릴 수 있다면 자유롭지만, 도로 상태와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우기에는 북쪽 비포장 구간이 미끄러울 때가 있어 무리하지 않는 편이 낫다. 나는 하루를 통째로 비워두고 옹랑, 끄어깐, 간저우를 천천히 이어 갔는데 그 정도 여백이 있어야 이 루트가 편했다.
락벰은 조용하지만 예민하게 걸어야 했다
락벰은 불가사리 해변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예전엔 숨은 장소에 가까웠겠지만 이제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 꽤 많다. 다만 중심지에서 멀고 길이 편한 편은 아니라, 시간대를 잘 고르면 아직 조용한 순간이 남아 있다. 나는 평일 오전에 갔고, 식당들이 막 문을 여는 시간이라 바닷가가 비교적 비어 있었다.
여기서는 예쁜 사진보다 조심스러운 태도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얕은 물에 불가사리가 보이면 신기해서 가까이 가고 싶어지지만, 손으로 들어 올리거나 모래 위에 올려두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여행지에서 우리가 잠깐 보는 생물은 그곳에 계속 살아야 하는 존재니까. 바다 위에 놓인 식당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나무 데크 끝에 앉아 물소리를 들었던 시간이 더 좋았다.
사람 적은 푸꾸옥을 위한 작은 기준
- 야시장보다 아침 시장, 유명 해변보다 해변으로 가는 골목을 먼저 본다.
- 하루에 여러 곳을 찍기보다 북쪽 한 방향만 잡고 천천히 움직인다.
- 불가사리, 산호, 조개는 만지거나 가져오지 않고 눈으로만 둔다.
- 식당은 바닷가 첫 줄보다 한 골목 안쪽 작은 가게가 더 편할 때가 많다.
푸꾸옥은 거대한 리조트와 케이블카, 반짝이는 해변만으로도 충분히 인기 있는 섬이다. 그런데 내 취향에는 그 화려한 장면 사이에 남은 생활의 여백이 더 잘 맞았다. 시장의 젖은 바닥, 옹랑의 그늘, 끄어깐의 다리, 간저우의 조용한 항구, 락벰의 얕은 물 같은 것들. 그런 장소들은 대단한 사건 없이도 여행을 오래 붙잡아 둔다.
푸꾸옥을 다시 간다면 가장 먼저 북쪽으로 올라갈 것 같다. 유명한 곳을 안 가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섬을 조금 덜 소비하고, 조금 더 가까이 지나가고 싶다. 여행이 꼭 눈부신 장면으로만 남을 필요는 없으니까. 어떤 곳은 작고 조용해서, 오히려 돌아온 뒤에 더 자주 떠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