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동네 빵집에서 갓 나온 식빵을 샀는데, 집에 오자마자 한 조각 먹고 깜짝 놀랐어요.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데, 다음 날 대충 봉지째 두었던 나머지는 금방 퍽퍽해졌거든요. 빵은 같은 빵이어도 고르는 순간과 보관 방식에 따라 맛이 꽤 크게 달라집니다.
사실 빵은 특별한 음식 같으면서도 우리 일상에 아주 가까이 있어요. 아침에는 식빵, 간식으로는 소금빵, 주말에는 바게트나 크루아상까지. 그런데 아무 빵이나 집어 오면 생각보다 빨리 질리거나, 먹기 전에 굳어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조금만 기준을 세워두면 돈도 덜 아깝고 마지막 한 조각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빵 고를 때 먼저 볼 것
빵을 고를 때 가장 쉬운 기준은 냄새와 표면입니다. 좋은 빵은 지나치게 강한 향보다 곡물, 버터, 발효 향이 자연스럽게 올라옵니다. 식빵이나 모닝빵처럼 부드러운 빵은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천천히 돌아오는 탄력이 있으면 좋아요. 너무 쉽게 꺼지면 수분이 과하거나 구조가 약할 수 있고, 너무 딱딱하면 이미 마르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게트나 깜빠뉴처럼 겉껍질이 있는 빵은 표면을 보면 힌트가 많습니다. 크러스트가 얇고 바삭하게 갈라져 있거나, 살짝 두드렸을 때 맑은 소리가 나면 잘 구워진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겉이 축축하게 눅눅하거나 바닥만 유난히 딱딱하면 먹을 때 식감이 아쉬울 수 있습니다.
- 당일 먹을 빵은 향과 식감을 우선으로 고르기
- 다음 날 먹을 빵은 수분감이 있는 식빵, 치아바타, 베이글 쪽이 편함
- 크림이나 과일이 들어간 빵은 구매 후 되도록 빨리 먹기
- 버터 향이 중요한 빵은 너무 오래 진열된 제품보다 회전이 빠른 곳에서 고르기
빵 종류별로 보관법이 다릅니다
빵을 냉장고에 넣으면 안전할 것 같지만, 의외로 맛에는 손해가 큽니다. 빵 속 전분은 낮은 온도에서 더 빨리 굳어지는 성질이 있어서 냉장 보관하면 퍽퍽함이 빨리 올라옵니다. 특히 식빵, 바게트, 소금빵은 냉장고에 하루만 들어가도 처음 느낌이 확 줄어들어요.
상온 보관은 짧게 먹을 때 좋습니다. 보통 실내가 20도 안팎이고 습도가 높지 않다면 식빵이나 담백한 빵은 1~2일 정도가 무난합니다. 단, 여름철처럼 실내 온도가 28도를 넘거나 습한 날에는 곰팡이가 빨리 생길 수 있으니 오래 두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크림, 햄, 치즈, 생과일이 들어간 빵은 상온에 오래 두면 위험할 수 있어요.
실온에 두기 좋은 빵
당일이나 다음 날 아침에 먹을 식빵, 모닝빵, 단팥빵, 바게트는 종이봉투나 빵 전용 보관 봉투에 넣어두면 됩니다. 바게트처럼 바삭함이 중요한 빵은 밀폐를 너무 세게 하면 껍질이 눅눅해질 수 있어요. 반대로 식빵은 공기를 많이 만나면 빨리 마르니 봉지를 잘 닫아두는 게 좋습니다.
냉동해도 좋은 빵
2일 안에 다 먹기 어렵다면 냉동이 가장 편합니다. 식빵은 한 장씩, 베이글은 반으로 가른 뒤, 바게트는 먹을 만큼 잘라서 얼리면 나중에 훨씬 편해요. 랩으로 한 번 감싸고 지퍼백에 넣어 공기를 빼면 냉동실 냄새가 덜 배고 수분도 덜 빠집니다. 맛을 생각하면 2~3주 안에 먹는 게 좋고, 오래 두더라도 한 달을 넘기지 않는 편이 만족도가 높습니다.
다시 데우면 빵 맛이 꽤 살아납니다
굳은 빵을 그냥 버리기엔 아까울 때가 많죠. 빵은 데우는 방식만 바꿔도 식감이 달라집니다. 식빵은 토스터에 넣으면 표면은 바삭하고 속은 따뜻해져서 가장 간단합니다. 냉동 식빵은 해동 없이 바로 구워도 되는데, 두꺼운 빵이라면 약한 온도에서 조금 더 길게 데우는 편이 속까지 따뜻해집니다.
바게트처럼 겉껍질이 있는 빵은 물을 아주 살짝 묻힌 뒤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160~180도 정도로 3~5분 데우면 겉이 다시 살아납니다. 여기서 물을 많이 묻히면 질척해지니 손끝에 묻힌 물로 표면만 스치듯 적시는 정도가 좋아요. 크루아상은 높은 온도에서 오래 돌리면 버터가 과하게 빠질 수 있어서 160도 안팎에서 짧게 데우는 게 낫습니다.
- 식빵: 토스터나 팬에 짧게 굽기
- 베이글: 반으로 갈라 굽고 크림치즈나 잼 곁들이기
- 바게트: 물을 살짝 묻힌 뒤 3~5분 데우기
- 크루아상: 낮은 온도에서 짧게 데우기
남은 빵을 맛있게 쓰는 방법
빵이 조금 말랐다고 바로 실패한 음식이 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마른 빵이 더 잘 어울리는 메뉴가 있어요. 식빵 가장자리는 잘게 잘라 팬에 구우면 크루통이 됩니다. 수프나 샐러드에 넣으면 식감이 생기고, 그냥 버릴 때보다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바게트가 딱딱해졌다면 프렌치토스트로 만들기 좋습니다. 달걀 1개, 우유 반 컵, 설탕 1큰술 정도를 섞고 빵을 충분히 적신 뒤 버터 두른 팬에 구우면 속까지 부드러워집니다. 너무 딱딱한 조각은 5분 정도 더 담가두면 먹기 편해요. 단맛이 부담스럽다면 설탕을 줄이고 소금 한 꼬집, 후추, 치즈를 넣어 짭짤하게 먹어도 잘 어울립니다.
단팥빵이나 크림빵처럼 속재료가 있는 빵은 재활용보다 빠른 소비가 좋습니다. 특히 생크림이나 커스터드가 들어간 빵은 맛보다 위생이 먼저예요. 사온 날 먹기 어렵다면 제품 안내에 맞춰 보관하고, 냄새가 이상하거나 표면이 미끈거리면 아까워도 먹지 않는 게 낫습니다.
빵을 살 때 양을 정하는 작은 기준
빵집에 가면 이것저것 담고 싶어지는 마음, 너무 잘 압니다. 저도 쟁반 들고 돌다 보면 어느새 식사빵, 단빵, 페이스트리가 같이 올라가 있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보면 달콤한 빵만 많거나, 반대로 담백한 빵만 남아서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가볍게 기준을 세우면 실패가 줄어듭니다. 1인 기준으로 당일 간식용 빵은 1~2개, 아침용 식빵은 3일 안에 먹을 양만 사는 식입니다. 가족이 함께 먹는다면 담백한 빵 60%, 달콤한 빵 40% 정도로 담으면 물리지 않습니다. 버터가 많이 들어간 빵은 맛있지만 포만감이 빨리 오니 여러 개를 한 번에 사기보다 그날 먹을 만큼만 사는 편이 좋아요.
빵은 거창한 요리 지식이 없어도 조금만 신경 쓰면 훨씬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음식입니다. 좋은 빵을 고르고, 냉장고에 무심히 넣지 않고, 남은 조각까지 어울리는 방식으로 데워 먹는 것. 이 정도만 기억해도 빵집에서 사온 봉투가 며칠 뒤까지 꽤 기분 좋은 간식으로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