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담에서 한 수험생이 공무원시험과목 표를 프린트해 와서, 과목보다 먼저 직렬 이름에서 막힌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초시생이 가장 많이 흔들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국어, 영어, 한국사만 보면 단순해 보이는데,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 세법개론, 회계학, 교육학개론처럼 전문과목이 붙는 순간 공부량이 갑자기 커 보입니다.
공무원시험과목은 비법처럼 외우는 대상이 아닙니다. 먼저 급수, 직렬, 시험 시행처를 나누고, 그다음에 내 생활 리듬으로 버틸 수 있는 과목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저는 상담할 때 늘 과목표를 공부 계획표보다 먼저 봅니다. 과목을 잘못 잡으면 3개월 성실하게 공부해도 방향이 어긋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9급 공무원시험과목은 공통 3과목에서 출발합니다
2026년 기준 일반적인 9급 공개경쟁채용은 국어, 영어, 한국사에 직렬별 전문과목 2개가 붙는 구조입니다. 과거 자료에는 선택과목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경우가 있지만, 지금 준비생은 직렬별 필수 전문과목 중심으로 봐야 합니다. 오래된 블로그 글이나 카페 글을 그대로 믿으면 사회, 과학, 수학 같은 예전 선택과목 정보 때문에 계획이 꼬일 수 있습니다.
- 일반행정: 국어, 영어, 한국사,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
- 세무: 국어, 영어, 한국사, 세법개론, 회계학
- 교육행정: 국어, 영어, 한국사, 교육학개론, 행정법총론
- 사회복지: 국어, 영어, 한국사, 사회복지학개론, 행정법총론
- 전산: 국어, 영어, 한국사, 컴퓨터일반, 정보보호론
이렇게 보면 공통과목 3개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기본 체력이고, 합격선 근처에서는 전문과목 2개가 당락을 크게 흔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행정법처럼 처음 배우는 과목은 초반 체감 난도가 높지만, 기출 반복이 쌓이면 점수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편입니다. 반대로 영어는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오르기 어렵기 때문에 매일 조금씩 붙잡는 방식이 더 현실적입니다.
2027년 이후 준비생은 한국사 변화를 같이 봐야 합니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 안내에 따르면 2027년부터 국가직과 지방직 9급 공채에서 한국사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이상으로 대체되는 흐름입니다. 또 한국사가 빠지는 대신 국어, 영어, 전문과목 2개의 문항 수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예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2026년에 응시하는 사람과 2027년 이후를 목표로 하는 사람은 같은 공무원시험과목을 보더라도 공부 배분이 달라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26년 시험을 보는 수험생이라면 한국사 필기 점수 관리가 아직 중요합니다. 반면 2027년 이후를 목표로 한다면 한국사는 먼저 한능검 3급 이상을 확보하고, 남은 시간을 국어와 영어, 전문과목에 더 두는 전략이 낫습니다. 단, 검정시험으로 바뀐다고 해서 한국사를 너무 늦게 처리하면 원서 접수와 성적 인정 시점에서 불안이 생깁니다. 늦어도 본격 기출 회독 전에 끝내는 쪽이 마음이 편합니다.
직렬 선택은 모집인원보다 과목 궁합을 먼저 봅니다
초시생은 모집인원이 많은 직렬을 보면 마음이 기웁니다. 일반행정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모집인원이 많다는 말은 지원자도 많다는 뜻입니다. 경쟁률 숫자 하나보다 내가 1년 동안 그 과목을 반복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회계 경험이 거의 없는데 세무직을 고르면 초반 진입 장벽이 큽니다. 반대로 경영, 회계, 세법을 조금이라도 접한 사람은 세무직이 일반행정보다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초시생이 자주 하는 판단 실수
- 직렬 이름이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일반행정을 고른다.
- 전문과목 난도를 확인하지 않고 모집인원만 본다.
- 영어가 약한데 영어 시간을 줄이고 전문과목 강의만 늘린다.
- 국가직, 지방직, 교육청 시험의 과목 차이를 한 장에 묶어 생각한다.
- 7급과 9급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실제 주간 공부 시간을 계산하지 않는다.
10년 가까이 수험생을 보면, 오래 버티는 사람은 대개 과목을 화려하게 고르지 않습니다. 본인이 싫어하지 않는 과목, 기출을 반복해도 버틸 수 있는 과목, 생활 패턴 안에 넣을 수 있는 과목을 고릅니다. 합격은 의욕이 가장 높은 달보다, 지친 달에도 무너지지 않는 설계에서 더 자주 나옵니다.
초보자는 4주 진단 뒤 12주 기본기를 잡는 편이 좋습니다
공무원시험과목을 정한 뒤 바로 기본서 5권을 끝내겠다고 달리면 금방 지칩니다. 처음 4주는 진단 기간으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과목별로 기출 1회분을 풀어 보고, 강의 맛보기나 기본서 목차를 훑으면서 내 약점을 숫자로 확인합니다. 이때 점수가 낮아도 괜찮습니다. 목적은 잘하는 과목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많이 먹는 과목을 찾는 데 있습니다.
- 국어: 문법, 독해, 어휘 중 어느 영역에서 시간이 밀리는지 확인한다.
- 영어: 단어, 문법, 독해를 나눠 매일 40분 이상 고정한다.
- 한국사: 2026년 응시자는 시대 흐름과 기출 선지를 함께 본다.
- 행정법: 판례 문장을 외우기보다 조문과 사례의 연결을 먼저 만든다.
- 행정학: 개념 이름만 외우지 말고 제도와 키워드를 묶어 반복한다.
그다음 12주는 기본기를 쌓는 기간입니다. 하루에 5과목을 모두 깊게 파기보다, 공통과목 2개와 전문과목 1개를 묶는 식이 효율적입니다. 예를 들면 오전 영어, 오후 행정법, 저녁 국어처럼 세 덩어리로 나눕니다. 주말에는 새 진도를 많이 넣기보다 그 주에 틀린 문제를 다시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공부량을 늘리는 것보다 빠져나가는 구멍을 막는 일이 먼저입니다.
교재와 강의는 적게 시작해야 오래 갑니다
수험생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교재를 많이 사면 불안이 줄어든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책장에 기본서, 요약서, 예상문제집, 동형모의고사가 쌓일수록 공부는 더 복잡해집니다. 초반에는 과목별 기본서 1권, 기출문제집 1권이면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강의도 전 과목을 같은 밀도로 듣기보다, 혼자 읽어도 되는 과목과 설명이 필요한 과목을 나누는 편이 낫습니다.
- 첫 교재는 최신 공고와 개정 내용을 반영한 책으로 고른다.
- 기출은 해설이 자세한 책을 우선한다.
- 요약서는 기본 회독 뒤에 붙인다.
- 모의고사는 실전 2~3개월 전부터 시간 관리용으로 쓴다.
- 강의 수강 시간보다 복습 시간을 더 길게 둔다.
공무원시험과목 표를 처음 보면 누구나 겁이 납니다. 하지만 표 전체를 한 번에 이기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 직렬의 5과목을 정확히 고르고, 바뀌는 제도는 시행 연도별로 나누고, 매일 해야 할 분량을 작게 고정하면 공부는 생각보다 단단하게 굴러갑니다. 저는 빠른 출발보다 덜 흔들리는 출발이 더 믿을 만하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