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강남 외곽의 4층짜리 꼬마빌딩매매 건을 보러 갔습니다. 중개사가 말한 수익률은 연 4%대, 역세권 도보 7분, 준공 18년 차. 겉으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해서 20분만 걸어보니 숫자보다 먼저 걸리는 게 보였습니다. 1층 점포 앞 유동인구가 끊기는 시간대가 너무 빨랐고, 뒤쪽 골목은 차량 진입이 답답했습니다. 건물은 작아도 돈은 작게 들어가지 않습니다. 꼬마빌딩은 이름만 귀엽지, 한 번 잘못 잡으면 몇 년 동안 현금흐름이 목을 조입니다.
매매가보다 임대료가 먼저입니다
초보 분들이 꼬마빌딩매매를 볼 때 가장 많이 묻는 게 “이 가격이면 싼가요?”입니다. 저는 반대로 봅니다. “이 임대료가 계속 나올 수 있나?”부터 봅니다. 매매가는 협상으로 조금 깎을 수 있지만, 공실과 임대료 하락은 매달 통장에서 바로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28억 원짜리 건물에 보증금 2억 원, 월세 합계 850만 원이 붙어 있다고 해보죠. 겉으로 계산하면 연 임대료 1억200만 원입니다. 그런데 관리비 미수, 공실 기간, 수선비, 재산세, 대출이자까지 빼면 손에 남는 돈은 확 줄어듭니다. 특히 1층 임차인이 전체 월세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건물은 조심해야 합니다. 그 임차인 하나가 나가면 수익률 계산표가 바로 무너집니다.
- 임대차계약서의 실제 월세와 입금 내역이 맞는지 확인
- 보증금이 과하게 높고 월세가 낮은 구조인지 확인
- 최근 2년 안에 임차인이 자주 바뀌었는지 확인
- 1층 업종이 주변 상권과 맞는지 확인
현장에서 저는 임차인 표정도 봅니다. 장사가 잘되는 점포는 문 앞 분위기가 다릅니다. 배달 오토바이, 손님 회전, 간판 관리, 내부 조명까지 살아 있습니다. 반대로 월세만 맞춰 놓고 버티는 점포는 어딘가 힘이 빠져 있습니다. 이건 엑셀에 안 나오는 부분입니다.
작은 건물일수록 하자가 크게 아픕니다
꼬마빌딩은 대형 빌딩처럼 수선 예산을 넉넉히 잡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옥상 방수, 외벽 균열, 배관 노후, 엘리베이터 상태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저는 건물 보러 가면 제일 먼저 옥상에 올라갑니다. 옥상 바닥이 들떠 있거나 배수구 주변에 물때가 심하면 이미 신호가 온 겁니다.
한 번은 23억 원대 근린생활시설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임대료는 괜찮았고 위치도 무난했습니다. 그런데 지하층에 내려가니 벽 하단에 습기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매도인은 “비 온 다음이라 그렇다”고 했지만, 주변 상인에게 물어보니 장마철마다 냄새가 올라온다고 하더군요. 방수와 배수 공사 견적만 4천만 원 넘게 나왔습니다. 이런 돈은 매수 후 바로 내 지갑에서 나갑니다.
현장에서 꼭 보는 부분
- 옥상 방수층 갈라짐과 배수 상태
- 외벽 타일 들뜸, 누수 흔적, 실리콘 상태
- 계단실 냄새와 지하층 습기
- 전기 용량, 수도 계량기, 가스 배관 위치
- 불법 증축이나 무단 용도변경 흔적
건물 하자는 매매계약서 특약으로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지만, 결국 싸움이 되면 시간과 감정이 들어갑니다. 초보라면 하자가 보이는 물건을 싸게 사는 전략보다, 하자가 적은 물건을 조금 덜 욕심내고 사는 편이 낫습니다.
대출 가능 금액만 믿으면 위험합니다
꼬마빌딩매매 상담을 하다 보면 “대출이 몇 퍼센트까지 나오나요?”라는 질문이 빠지지 않습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저는 대출 가능 금액보다 버틸 수 있는 이자를 먼저 계산합니다. 은행에서 된다고 내 자금 흐름도 되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매입가 30억 원, 대출 18억 원, 금리 5%라고 치면 1년 이자만 9천만 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750만 원입니다. 월세가 1천만 원 들어와도 공실 하나 생기고 수선비 한 번 터지면 남는 게 거의 없습니다. 여기에 취득세, 중개보수, 법무비, 일부 공사비까지 생각하면 초기 현금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줄어듭니다.
경매로 낙찰받는 꼬마빌딩도 비슷합니다. 낙찰가만 보고 싸다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명도 기간이 길어지면 잔금대출 이자는 계속 나가고, 임대 세팅은 늦어집니다. 점유자가 영업 중이면 권리금 문제까지 감정적으로 얽힐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명도는 서류보다 사람 문제에 가깝습니다.
상권은 낮과 밤을 둘 다 봐야 합니다
꼬마빌딩은 입지가 전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입지는 지도 위 거리만으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저는 최소 두 번 갑니다. 평일 점심, 평일 저녁. 가능하면 주말도 한 번 봅니다. 같은 골목이라도 시간대별로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입니다.
병원, 학원, 사무실 수요가 받쳐주는 곳은 낮 유동이 중요합니다. 술집, 음식점, 배달 상권은 저녁과 밤 분위기를 봐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배달 매출이 있어도 홀 손님이 약한 상권이 많습니다. 이런 곳은 1층 임대료를 높게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간판은 화려한데 낮에 문 닫힌 점포가 많다면 한 번 멈춰야 합니다.
- 반경 300미터 안의 공실 점포 수
- 비슷한 면적 점포의 실제 임대 호가
-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지하철 출구의 동선
- 배후 세대와 직장인 수요의 균형
- 주차 가능 여부와 물류 차량 진입
저는 주변 부동산 한 곳만 가지 않습니다. 최소 세 곳은 들릅니다. 같은 건물을 두고도 말이 다릅니다. 어떤 중개사는 장점만 말하고, 어떤 중개사는 자기 손님이 아니면 단점도 툭 던집니다. 그 툭 던진 말에서 진짜 정보가 나올 때가 많습니다.
초보라면 이런 꼬마빌딩은 피하는 게 낫습니다
제가 초보 투자자에게 말리는 물건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불법 증축 면적이 임대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물입니다. 둘째, 임차인 관계가 지저분한 건물입니다. 셋째, 대로변처럼 보이지만 실제 출입 동선이 꺾인 건물입니다. 넷째, 수익률을 맞추려고 임대료를 무리하게 올려 표시한 건물입니다.
특히 매도 직전에 임대차계약이 새로 들어간 물건은 조심해서 봅니다. 보증금과 월세가 주변보다 높다면 왜 그런지 확인해야 합니다. 친인척 임차인인지, 단기 계약인지, 실제 입금이 되는지 봐야 합니다. 계약서에 숫자가 적혀 있다고 모두 진짜 수익은 아닙니다.
꼬마빌딩매매는 멋있어 보입니다. 내 건물이라는 말이 주는 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멋보다 버티는 힘이 중요합니다. 공실 3개월, 누수 공사 2천만 원, 금리 상승, 임차인 분쟁. 이런 상황을 견딜 현금과 마음이 있어야 건물주라는 말이 편해집니다.
저라면 첫 꼬마빌딩은 욕심나는 물건보다 설명이 쉬운 물건을 고르겠습니다. 임대 구조가 단순하고, 하자가 적고, 주변 임대 시세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 건물. 크게 싸게 사는 것보다 크게 다치지 않는 쪽이 오래 갑니다. 경매든 일반매매든 결국 돈을 버는 사람은 화려한 숫자를 믿은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서 찝찝한 부분을 끝까지 확인한 사람이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