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버건디 시럽 네일을 받으러 온 손님 입술이 유난히 예뻐 보였어요. 진한 듯한데 답답하지 않고, 보라빛이 도는데 얼굴이 차갑게 죽지 않는 색. 컬러 차트를 넘기다가 결국 제가 먼저 물었죠. 그때 들은 이름이 맥 피기, 흔히 말하는 맥 무화과 립스틱이었어요.
맥 무화과 립스틱이라 불리는 색, 실제 이름은 피기
맥 무화과 립스틱으로 많이 찾는 제품은 맥 러스터글래스 쉬어 샤인 립스틱 505 피기입니다. 맥 공식 표기 기준으로 피기는 딥 비비드 퍼플 계열이고, 용량은 3.5g, 국내 판매가는 3만 원대 후반으로 안내되어 있어요. 이름만 들으면 아주 진한 자주색을 떠올리기 쉬운데, 실제 입술 위에서는 투명한 포도빛과 말린 무화과 껍질 같은 플럼기가 먼저 올라옵니다.
- 제품명: 맥 러스터글래스 쉬어 샤인 립스틱
- 쉐이드: 505 피기
- 색감: 딥 퍼플, 플럼, 베리 무드
- 질감: 맑게 쌓이는 촉촉한 광택
제가 손님들에게 립 컬러를 볼 때 제일 먼저 보는 건 색의 진하기보다 얼굴에 남는 그림자예요. 피기는 보라빛이 있지만 탁한 멍 느낌으로 내려앉기보다, 얇게 바르면 혈색처럼 번지는 쪽에 가깝습니다.
매트한 무화과가 아니라 촉촉한 무화과
네일숍에서 하루 종일 손을 만지다 보면 입술 상태도 은근히 자주 보입니다. 큐티클이 마른 날은 입술 각질도 같이 올라오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 립스틱은 매트하게 고정되는 타입이 아니라 립밤을 얹은 듯 미끄럽게 발리는 쉬어 샤인 제형이라, 각질이 심한 날에도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공식 설명에서도 호호바 오일, 라즈베리 씨드 오일, 코코넛 오일, 올리브 오일, 시어버터 같은 보습 성분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래서 첫 느낌은 립스틱보다 컬러 립밤에 가깝습니다. 대신 컵에는 묻고, 식사 뒤에는 광이 꽤 사라집니다. 지속력만 보고 사면 아쉬울 수 있고, 덧바를수록 예뻐지는 립을 좋아한다면 만족도가 높아요.
웜톤 쿨톤보다 입술색을 먼저 보면 실패가 줄어요
피기는 쿨톤만 바르는 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본래 입술색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집니다. 입술색이 연한 분은 맑은 베리 퍼플로 보이고, 입술색이 진한 분은 차분한 플럼 브라운처럼 올라와요. 노란기가 있는 피부에서는 한 번만 얇게 바르면 오히려 얼굴이 맑아 보였고, 세 번 이상 꽉 채우면 보라기가 도드라졌습니다.
잘 어울렸던 타입
- 쨍한 핑크보다 말린 베리 계열이 편한 사람
- 검정, 회색, 네이비 옷을 자주 입는 사람
- 립밤 같은 촉촉한 광을 좋아하는 사람
- 진한 립을 바르고 싶지만 풀립은 부담스러운 사람
조금 고민할 타입
- 립이 컵에 묻는 걸 아주 싫어하는 사람
- 오렌지 코랄 메이크업을 주로 하는 사람
- 한 번 바르고 오래 버티는 고정력을 원하는 사람
- 입술 각질을 전혀 눌러주지 않고 바로 바르는 습관이 있는 사람
손끝 색이랑 맞추면 더 예뻐지는 조합
네일리스트 눈에는 립 컬러가 손끝 색까지 바꿔 보이게 만드는 순간이 있어요. 피기처럼 플럼기가 있는 립은 네일을 너무 화려하게 가져가면 전체가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저는 손상이 적고 오래 가는 디자인을 좋아해서, 이 립에는 얇은 시럽감이나 투명한 깊이를 맞추는 편이에요.
- 투명 플럼 시럽 네일: 립 색과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 쿨 토프 베이지: 손이 차분해 보이고 립의 보라빛이 또렷해집니다.
- 맑은 로즈 브라운: 데일리룩에 가장 무난하게 붙어요.
- 얇은 프렌치 네일: 립이 포인트가 되고 손끝은 깨끗해 보입니다.
반대로 형광 코랄, 아주 노란 베이지, 오렌지 브라운 네일은 피기의 플럼기와 살짝 따로 놀 수 있어요. 물론 취향이 제일 중요하지만, 손 전체가 붉어 보이는 분이라면 이런 조합은 한 번 테스트하고 고르는 게 좋습니다.
바르는 횟수에 따라 다른 얼굴이 됩니다
한 번 바르면 입술 안쪽에 베리 물이 든 듯 맑고, 두 번 바르면 무화과 껍질처럼 차분한 보라빛이 올라옵니다. 세 번 꽉 채우면 확실히 딥 퍼플 립의 존재감이 생겨요. 저는 데일리로는 한 번 전체에 바르고, 입술 중앙에만 한 번 더 얹는 방식이 가장 예뻤습니다.
각질이 있는 날에는 손가락에 립밤을 아주 얇게 묻혀 먼저 눌러준 뒤 바르면 발색이 고르게 붙어요. 너무 번들거릴 때는 티슈를 반 장만 대고 살짝 눌러주면 광은 남고 색만 입술에 차분히 앉습니다. 네일도 립도 두껍게 덮는 것보다 얇게 층을 쌓을 때 오래 예쁜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이 색이 특별한 날에만 꺼내는 립스틱이라기보다, 베이지 코트나 검정 니트, 투명한 손끝 위에 조용히 분위기를 얹는 색이라 기억에 남았어요. 화려하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데도 사람을 한 번 더 보게 만드는 색, 그런 립은 파우치 안에서 은근히 오래 살아남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