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전세 만기가 다가오면서 이사업체 견적을 받아봤는데, 생각보다 가격 차이가 훨씬 크게 났다. 같은 집, 같은 날짜, 같은 거리인데도 어떤 곳은 78만 원, 어떤 곳은 135만 원을 불렀다. 처음엔 당연히 제일 싼 곳으로 마음이 갔는데, 통화를 몇 번 더 해보니 금액만 보고 고르면 꽤 피곤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견적 전화에서 이미 차이가 났다
내 조건은 24평 아파트, 이사 거리는 약 12km, 큰 가구는 침대 1개와 책상 2개, 냉장고와 세탁기, 잔짐 박스는 대략 60개 안팎이었다. 엘리베이터는 양쪽 다 있었고 사다리차는 필요 없다고 봤다. 이 정도면 단순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업체마다 묻는 질문이 꽤 달랐다.
괜찮았던 이사업체는 통화 초반부터 짐 양을 꽤 구체적으로 물었다. 냉장고 리터 수, 침대 프레임 분리 여부, 붙박이장 안 짐, 에어컨 이전 설치 여부, 냉장고가 현관을 통과하는지까지 확인했다. 반대로 애매했던 곳은 평수와 날짜만 듣고 바로 가격을 말했다. 빠르긴 했지만, 나중에 추가 비용이 붙을 여지가 많아 보였다.
- 평수만 듣고 바로 견적을 내는 곳은 추가 비용 조건을 꼭 물어봐야 한다.
- 잔짐 박스 수를 묻지 않는 곳은 당일 인력 부족이 생길 수 있다.
- 가전 분리, 침대 해체, 사다리차 여부는 가격 차이를 크게 만든다.
제일 싼 견적이 편한 선택은 아니었다
처음 받은 견적 중 가장 낮은 금액은 78만 원이었다. 솔직히 마음이 흔들렸다. 그런데 내용을 뜯어보니 작업 인원 3명, 포장 범위 일부 제외, 식대 별도, 사다리차 필요 시 별도였다. 반면 92만 원을 부른 곳은 작업 인원 4명, 주방 포장 포함, 기본 청소 약간, 침대 분해와 조립 포함이었다. 숫자만 보면 14만 원 차이였지만, 실제 조건은 꽤 달랐다.
근데 이사라는 게 당일에 체력과 시간이 한꺼번에 빠지는 일이라서, 작은 누락이 바로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특히 주방 짐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컵, 접시, 양념병, 냄비를 하나씩 싸다 보면 박스가 금방 10개를 넘는다. 그래서 나는 주방 포장 포함 여부를 꽤 크게 봤다.
현장 견적을 받으니 말이 더 선명해졌다
전화 견적만으로는 감이 안 와서 두 곳은 집으로 불러 현장 견적을 받았다. 방문한 직원은 10분 정도 집을 둘러보고 박스 수를 65개 정도로 잡았다. 나는 45개쯤이면 되겠지 싶었는데, 책과 작은 생활용품이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실제 이사 날 받아보니 거의 맞았다. 이 부분에서 경험 많은 업체와 아닌 업체가 갈리는 느낌이 있었다.
현장 견적에서 좋았던 점은 불확실한 비용을 미리 말로 꺼낼 수 있다는 거였다. 예를 들어 아파트 관리사무소 엘리베이터 예약, 이사 차량 진입 위치, 폐가구 배출 시간 같은 문제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당일에 엘리베이터가 겹치면 작업 시간이 1시간 이상 늘어날 수 있다. 그 시간이 곧 비용이 되기도 한다.
내가 현장에서 확인한 질문들
- 작업 인원은 몇 명인지
- 포장과 운반, 배치까지 포함인지
- 침대와 책상 분해 조립 비용이 포함인지
- 비 오는 날 보양 작업은 어떻게 하는지
- 파손이 생기면 접수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계약서에서 봐야 할 건 총액만이 아니었다
계약서에는 총액이 가장 크게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봐야 할 건 포함 항목이었다. 나는 계약서에 이사 날짜, 출발지와 도착지 주소, 차량 톤수, 인원, 사다리차 여부, 추가 비용 조건을 적어달라고 했다. 말로만 들으면 서로 기억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그 정도는 서비스로 해드려요”라는 말은 기분은 좋지만, 종이에 남아 있지 않으면 애매해진다.
소비자 상담 사례에서도 이사 관련 분쟁은 파손, 분실, 추가 요금에서 많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진도 꽤 중요했다. 나는 이사 전날 TV, 모니터, 냉장고 문, 책상 상판처럼 흠집이 잘 보이는 물건을 찍어뒀다. 이걸 쓰는 일이 없으면 제일 좋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서는 말보다 사진이 훨씬 빠르다.
다시 고른다면 이런 이사업체를 고를 것 같다
내가 최종으로 고른 이사업체는 가장 싼 곳도, 가장 비싼 곳도 아니었다. 총액은 96만 원이었고 작업 인원 4명, 포장 이사, 침대 분해 조립 포함, 식대 없음, 추가 비용 조건 명시였다. 당일에는 오전 8시에 시작해서 오후 2시 40분쯤 끝났다. 박스 하나가 다른 방에 들어가긴 했지만 큰 파손은 없었고, 냉장고 위치도 다시 맞춰줬다.
겪어보니 이사업체 선택은 가격 비교표 하나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싼 견적을 찾는 건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가격이 어떤 작업 범위를 포함하는지 봐야 마음이 편했다. 특히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는 곳, 추가 비용을 먼저 말해주는 곳, 계약서에 내용을 남겨주는 곳이 훨씬 믿음이 갔다. 다음에 또 이사하게 된다면 나는 견적을 최소 3곳 이상 받고, 그중에서 설명이 가장 또렷한 곳을 고를 것 같다. 이사는 하루짜리 일이지만, 그 하루가 엉키면 며칠이 같이 피곤해진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