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공인회계사 준비를 고민한다며 “회계만 잘하면 되는 시험 아니야?”라고 묻더라고요. 사실 이름만 보면 회계 과목 하나를 깊게 파는 시험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회계, 세법, 재무관리, 감사, 경제, 경영까지 꽤 넓게 버텨야 하는 시험입니다.
공인회계사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감사하고, 세무와 회계 자문을 하며, 기업 인수나 내부통제 같은 재무 관련 의사결정에도 관여합니다. 그래서 시험도 단순 암기보다 숫자를 읽는 힘, 기준을 적용하는 힘, 긴 기간을 버티는 공부 체력이 함께 필요합니다.
공인회계사 준비 전 응시자격부터 확인하기
공인회계사 시험은 전공 제한이 있는 시험은 아닙니다. 비전공자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1차 시험에 응시하려면 사전 이수 학점과 영어 성적 요건을 챙겨야 합니다. 이 부분을 늦게 확인하면 공부를 해놓고도 접수 단계에서 당황할 수 있어요.
2025년부터 적용된 제도 기준으로는 총 24학점이 필요합니다. 회계학·세무 관련 과목 12학점, 경영학 6학점, 경제학 3학점, 정보기술 3학점 구조입니다. 예전 정보만 보고 경영학 9학점으로 기억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금은 정보기술 과목이 들어온 점을 특히 봐야 합니다.
- 회계학·세무 관련 과목: 12학점
- 경영학 과목: 6학점
- 경제학 과목: 3학점
- 정보기술 과목: 3학점
영어는 별도 영어 과목 시험을 보는 방식이 아니라 공인영어시험 성적으로 대체됩니다. 토익, 토플, 텝스, 지텔프, 플렉스 등 인정되는 시험이 있으니 본인이 가진 성적의 유효기간과 제출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금융감독원 공인회계사시험 안내에서 인정 과목과 제출 기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차와 2차 시험 구조를 나눠서 보기
공인회계사 시험은 크게 1차와 2차로 나뉩니다. 1차는 객관식 중심이라 넓은 범위를 빠르게 푸는 능력이 중요하고, 2차는 서술형·계산형 성격이 강해서 과목별 이해도와 답안 작성력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1차에서는 회계학, 세법개론, 기업법, 경영학, 경제원론 같은 과목을 만납니다. 회계학과 세법은 점수 비중도 크고 2차로 이어지는 힘도 강합니다. 반대로 경영학과 경제원론은 상대적으로 공부량 조절이 중요합니다. 모든 과목을 똑같은 깊이로 가져가면 시간이 금방 모자랍니다.
2차는 재무회계Ⅰ, 재무회계Ⅱ, 원가관리회계, 회계감사, 세법, 재무관리로 이어집니다. 특히 2025년 이후에는 회계감사에서 정보기술 관련 비중이 커졌고, 원가회계도 원가관리회계라는 이름으로 관리회계 성격이 더 강조됐습니다. 예전 합격수기만 보고 공부 방향을 잡기보다 최근 출제범위 안내를 같이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처음 3개월은 회계와 세법에 무게 두기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많이 흔들리는 지점은 과목 순서입니다. 솔직히 공인회계사 공부는 초반에 욕심을 내기 쉽습니다. 하루는 회계, 다음 날은 경제, 그다음 날은 세법을 조금씩 건드리다 보면 공부한 느낌은 있는데 실력이 쌓이는 속도는 느릴 수 있습니다.
초보자라면 첫 3개월은 재무회계와 세법에 시간을 넉넉히 주는 편이 좋습니다. 재무회계는 중급회계부터 탄탄히 잡아야 고급회계와 2차 답안까지 이어지고, 세법은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흐름이 잡혀야 문제 풀이 속도가 납니다. 재무관리는 수학적 감각이 필요하지만, 회계와 병행하면 기업 재무 구조를 보는 눈이 조금씩 생깁니다.
현실적인 하루 공부 배분
전업 수험생이라면 하루 8~10시간을 기준으로 회계 4시간, 세법 2~3시간, 나머지 과목 2~3시간 정도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직장이나 학교를 병행한다면 평일에는 핵심 과목 2개만 잡고, 주말에 객관식 과목을 몰아서 보완하는 방식이 덜 지칩니다.
- 초반: 재무회계 기본기와 세법 체계 잡기
- 중반: 객관식 문제 풀이와 오답 반복
- 후반: 시간 제한을 둔 모의고사와 약점 과목 보완
공부량을 숫자로만 보면 막막하지만, 주 단위로 보면 조금 덜 무섭습니다. 예를 들어 한 주에 회계 기본서 5강, 세법 4강, 경제 3강처럼 작게 끊으면 내가 밀린 부분이 바로 보입니다. 큰 계획보다 작은 체크포인트가 오래 갑니다.
합격률 숫자는 겁주기보다 기준점으로 보기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26년도 제61회 공인회계사 2차 시험은 응시자 4,368명 중 1,150명이 최종 합격했고, 합격률은 26.3%였습니다. 1차 시험은 응시자 12,263명 중 2,816명이 합격해 경쟁률이 4.4대 1 수준이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꽤 부담스럽죠.
그런데 이 숫자는 겁먹으라고 있는 자료라기보다 준비 강도를 가늠하는 기준에 가깝습니다. 공인회계사는 단기간에 감으로 붙는 시험이 아닙니다. 학점, 영어, 1차 객관식, 2차 주관식이 단계별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소 1년 이상을 놓고 생활 패턴을 맞추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2차는 부분 합격 제도가 있어 전략이 중요합니다. 모든 과목을 한 번에 끝내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과목 합격을 발판으로 다음 해를 노리는 방식도 흔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조건 한 번에 끝내야 한다”는 압박만 갖기보다, 내 공부 시간과 현재 실력에 맞춰 1차형 계획과 2차형 계획을 따로 세우는 게 좋습니다.
비전공자는 더 느려도 괜찮은 이유
비전공자가 공인회계사를 준비하면 초반에는 용어부터 낯섭니다. 차변, 대변, 손상차손, 이연법인세 같은 단어가 한꺼번에 나오면 책을 읽고도 머리에 잘 안 남습니다. 근데 이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언어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비전공자는 대신 습관을 깔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분개를 손으로 쓰고, 기준서를 읽는 습관을 들이고, 틀린 문제를 유형별로 묶어두면 뒤로 갈수록 힘이 붙습니다. 전공자보다 출발선이 늦을 수는 있지만, 매일의 공부 밀도를 높이면 격차가 계속 고정되지는 않습니다.
공인회계사 준비를 시작할지 고민된다면 먼저 학점과 영어 요건을 확인하고, 재무회계 기본 강의나 교재를 2~3주 정도 실제로 따라가 보는 게 좋습니다. 그 짧은 기간에도 내가 숫자와 기준을 다루는 공부를 견딜 수 있는지 꽤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이름값만 보고 겁먹기엔 아깝고, 가볍게 보기엔 긴 시험이라서 초반 판단을 차분히 하는 사람이 결국 오래 갑니다.
